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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6.19 멈춰!(とまれ) 1
  2. 2010.06.12 Sting (1973) 2
  3. 2010.06.07 바다여, 바다여-아이리스 머독
  4. 2010.06.07 숙취 해소법 3
  5. 2010.05.25 가치체계(value system) 3
  6. 2010.05.17 변화와 적응 3
  7. 2010.05.07 모노크롬 세상
  8. 2010.05.05 Pacific Ocean 3
  9. 2010.05.05 Never let me go/나를 보내지마 - 이시구로 가즈오
  10. 2010.04.29 package 5
그대가 머무는 풍경2010. 6. 19. 04:44

살아가면서 배우는 것 중에 하나는, 납득 할 수 없더라도 지켜야만 하는 명령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차조심하라고 말해도 엄마 손을 놓자마자 차도로 뛰어내려가던 시절이 좋았던 것은 어느 사이에 우리는 그 명령들을 까먹거나 그 명령들에 반항해 볼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그렇다면..>이라는 체념어린 주절거림만을 친구 삼으며 돌아서게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 사람이 나에게 명령했었다. 멈추라고. 아마 그는 고장난 자전거를 탄 내가 전 속력으로 그에게 돌진할까봐 무서웠던 모양이다. 자전거를 잘 타는 사람에게야 멈추는 것도 쉽고, 도는 것도 쉽고, 또 다른 방향으로 달리는 것도 쉽겠지만 나는 자전거가 서툴렀었나보다. 자전거는 넘어졌고 나는 죽지는 않았지만 엉망이 되었다. 그렇지만 내가 할 수 있었던 일은 <알았어>라고 말하는 것 밖에 없었다. 그게 '어른스러움'이었는지 '나다움'이었는지도 잘 구분 못하겠다. 어쨌든 그 순간 나는 그렇게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 날 일본에서의 나는 열병처럼 그의 잔해들에 시달렸다. 감정의 문제는 자전거 브레이크를 잡는 것과는 다르니까. 술을 마시고 쿵쿵거리는 비트에 맞춰 몸을 흔들고, 두서 없이 그의 이야기를 꺼냈다 집어넣었다 했다. 정신 나간 것 같았어, 라고 그녀가 말했다.

그렇지만 후덥지근한 공기가 소나기에 밀려 사라지듯 열병은 순식간에 나았고, 긴자의 어느 뒷골목에서 멈추라는 싸인을 발견했다. 하지만 그 쪽으로 가지 않을꺼야, 라고 생각하며 혼자 웃어본다. 아마 영원히, 그 곳에서 멈추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아마 영원히, 그곳에 다시 갈 일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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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eons
영화관2010. 6. 12. 17:43


1. 왜 살다보면, 진짜 역설적인 상황있지 않은가. 너무 기가 막혀서 웃을 수 밖에 없다던가, 너무 기쁜데 눈물이 난다던가, 정말 좌절할 것 같은 순간에 용기가 나고, 또 별 것 아닌 사소한 문제에서 살인이 벌어지는. (살인이 벌어지는 일은 막상 쉽지 않지만, 내가 마음 속으로는 100명은 안되더라도 10명은 죽였다; 살면서)
아무튼 스팅이 좋은 이유는, 저 명랑한 음악 때문

2. 그리고 멋진 남자 폴 뉴먼과 정말 하나의 장르(제임스 딘-로버트 레드포드-브래드피트로 이어지는, 금발에 파란 눈, 우수어린 눈빛으로 그냥 일단 먹어주는데 또 그렇다고 그저 예쁘기만 한 여자랑 사귈 것 같지는 않은, 캬, 이미지 하나 잘 잡았다.)인 로버트 레드포드가 나와서 경쾌한 리듬에 맞춰 사기치는 영화. 40살이 다 되어가는 영화가 지금 봐도 재미있고, 또 봐도 재미있다는 사실은 이 영화가 '명작'의 타이틀을 달만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하다. (또보고 또 봐도 재미있는 건 사실 그냥 음악 때문일 수도 있다.) 
스팅
감독 조지 로이 힐 (1973 / 미국)
출연 폴 뉴먼, 로버트 레드포드, 로버트 쇼, 찰스 더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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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리고 참고로 말하자면 <허슬,Hustle> 이라는 영국 드라마가 있는데(시즌 5?6?까지 했나? 7을 했나 --; ) 그 영화 첫 에피는 제대로 스팅의 리메이크. 폴 뉴먼보다 멋지지는 않지만 귀여운 흑인 아이가 등장하고, 좀 더 섹시한 버전의 여자가 등장하고, 로버트 레드포드의 발 치에도 못 미치는 (적어도 외모로는) 아이가 나오지만, 좀 더 세련된 영상미를 주기는 한다.

4. <사기>라는 행각이 사실은 엄청 나쁜 것이지만-타인의 인생에 장난질을 하는 것은 사실 다 나쁘다-그래서 멋진 사기영화는 꼭 뭔가 악당을 턴다던가, 사기꾼에게 확실한 룰이 있다던가, 하는 안전장치가 있다. (아니면 오션스 시리즈처럼 사기꾼들이 엄청 멋지다던가)
그런데 아무튼 음악이 생각나서 다시 보기는 했는데, 마음에 와 박히는 대사가 있었다. 일반 사람들이나, 정치가들이나, 사업가들이나 다 속고 속이는 세상이라서, 방심하면 빼앗기는 것에 누구를 탓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를 한다. 지금이 <그런 시대>라서.

5. 언젠가는 세상이 그다지 정의롭지만도 원칙대로 돌아가지만도 않은 것이 못난 시스템 탓이라고, 그 커다란 틀을 잘 잡아내면 완벽하지는 못하더라도 좀 더 나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훗, 어린 것이었지.) 그렇지만 항상 삶에는 쓰라린 반목이 존재하고, 뜻대로 되는 것만은 아니고, 앞날을 알 수 없는 것이 인간의 생의 본질적인 것 아닐까. 그런데 그렇다면,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을 해야만 삶이 더 따뜻해지는 것일까? (돈 없으면 따뜻해질 수 없는 게 1차적인거 같아 --;, 그것만 빼면 내 삶은 한겨울 이불밑 아랫목처럼 뜨끈뜨끈한 것 같은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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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2010. 6. 7. 23:57

#13. 바다여, 바다여- 아이리스 머독 (06.07)-전2권
바다여 바다여. 1 상세보기


<바다여, 바다여>는 너무 재미있는 책인데, 이유는 알 수 없게 펴기만 하면 나를 잠에 빠뜨리고는 했다. (분명 너무너무 재미있다) 이유를 재고해 보자면, 아마도 <세계문학전집>리스트에 들어가는 책 모두가 가지고 있는 조금 옛날 말투? (그런데 도대체 뭐가 조금 옛날 말투인지는 잘 모르겠다)

줄거리는 찰스는 한 때는 꽤 잘나가는 연극배우였고, 훗날 연출가로서 더 큰 명성을 가지게 된 사람인데, 갑자기 은퇴하면서 바닷가 시골마을에서 조용히 늙어죽기로 결심한다. 그는 평생 난봉꾼으로 살아왔는데, 그게 자신을 버린 첫사랑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그 마을에서 우연히 첫사랑을 만나게 되고, 그는 그녀가 불행한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고 믿어버리고 그녀를 구출해서 "영원히 영원히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고 생각하며, 스토킹을 시작한다.

아무튼 이 남자, 찰스의 행동은 우리가 보기에는 완전 스토킹인데, 재미있는 것은 아버지는 책을 다 읽으신 후에도 그 생각을 못하시다가, 내가 <완전 스토커야, 싸이코 싸이코>라고 말하자 그제서야 <그렇구나! 그게 스토커구나!> 라고 하셨다. 그러니까 신생어를 아는 것과 적응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것이다.

아무튼 저 줄거리 요약을 보며 누군가 이 책을 뽑아들었다가 또 한바탕 나는, 재미없는 책을 추천하는 여자가 될까봐 덧붙이자면, 아이리스 머독이라는 작가의 삶의 궤적을 배경으로 하면 확실히 이해되겠지만, 책 내내 <사랑의 본질>에 대한 물음을 하고, 그 대답들에 대한 철학적 논쟁들이 이어진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가진 어느정도의 환상적인 속성, <결혼>이라는 제도에 의해 두 사람이 같이 하면서 만들어지는 어느정도의 현실적인 속성-떄로 상대를 증오하고, 멸시하고, 파괴하려 드는 것,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부는 서로를 사랑하고 있지 않은가-그리고 사랑하는 무언가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이기적인 사랑과 이타적인 사랑, 적극적인 사람과 소극적인 사람 등등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이 가진 명성의 이유는 끝맺음에 있다고 생각하는데-많은 책들이 시작은 화려하지만 끝은 시시하게 끝내버리니까-이 책은, 결국 찰스가 자신의 미친짓을 깨닫고 어떤 사랑이 진짜 사랑인지에 대하여도 깨닫지만, 그렇지만 결국 찰스 자체는 변하지 않고(사람은 변하지 않아!) 계속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게 된다.

이 점이 마음에 들었다랄까, 계속 자기 방식대로.

나는 내가 일종의 미친 상태에 가까웠지만 아직 미치지는 않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사랑에 빠지는 것은 강박관념의 한 종류이다. 강박관념은 마음이 정상적으로 자연스럽게 굴러가지 못하게 마비시킨다. 자연스럽고 열려 있고 흥미를 느끼고 호기심 넘치는, 존재의 어떤 상태에 대한 설득력 있는 정의가 바로 합리성이다. 나는 내가 전적으로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고민스러운 생각들을 계속할 수 밖에 없으며, 환상과 의지라는 동일한 쳇바퀴 안에서 계속해서 뛸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 만큼 정신이 말짱했다. 그러나 나는 이 기계적인 동작을 멈출 만큼 제정신인 것은 아니었고, 그렇게 할 생각도 없었다.
<몇 페이지인지 안 적어놨다--;>

우리의 결정이 우리가 사랑하는 것을 파멸시킨다 p377

앞에서 내가 얼마나 이기주의자로 보였을까? 그러나 내가 그렇게 특이한가? 우리는 이성보다 더 훌륭하고 비밀스럽고생명력이 넘치는 분주한 내적 본질을 통해서, 우리 자신의 자기 만족이라는 빛에 의해 살아가야한다. p397

물론 이 수다스런 일기는 외관에 불과하다. 질투, 양심의 가책, 공포, 그리고 되돌릴 수 없는 도덕적 실패등 내부의 파괴를 숨기는, 매일 미소짓는 얼굴과 같은 문학의 등가물이다. 그러나 그러한 가면이 위로가 될 뿐만 아니라 약간의 용기도 생산할 수 있다 p400

원인이 무엇이었든지 간에 무엇인가가 끝났다는 것은 명백하다. 그녀에 대한 나의 새로운 사랑, 나의 두 번째 사랑, 나의 두 번째 '행운기'는 내가 착각하지 않았더라도 그녀를 가련히 여기고, 망가져 있었지만 그래도 그녀를 내가 아낄 수 있고 매달리거나 잡아 줄 수 있는 존재로 여겼으며, 실제로 완전히 잃었었다. 만일 내가 그녀를 완전히 잃어버린다 해도 그녀가 빛의 근원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정점에서는 매우 숭고한 것처럼 보였다. 지금 그 빛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 빛은 사라졌으며, 기껏해야 늪에서 가물거리는 불빛이고, 나의 위대한 '등불'은 일종의 망상이 되었다. 그녀는 가 버렸고, 그녀는 아무것도 아니다. 나에게 그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나는 유령 헬레네를 위하여 싸웠던 것이다. On n'aime qu'une fois, la premiere. 그 어리석은 프랑스 농담 때문에 내가 얼마나 바보 같은 행동을 했던가!

무엇이 변화를 가져왔을까? 아주 조용히, 그리고 자동적으로 모든 사물을 변화시키는 시간의 무자비한 움직임인가? 타이터스의 죽음이 하틀리를 '빼앗아 갔고' 그녀 마음속에 살아남은 그가 그녀의 마음을 빼앗아 갔다고 기록한 적이 있다. 그렇다. 그러나 그것 때문에 그녀를 나무라는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을 점차 부식시키는 악마적인 불결함이, 그녀의 잘못이 아닌데도 그녀로부터 나아서 그녀를 위하여 또한 나를 위하여 우리를 영원히 헤어지게 했다.이제 나는 그 불결함 때문에 그녀를 영원히 추하고, 단정치 못하고, 곰팡내가 나고, 더럽고, 늙은 것처럼 여긴다. 이것은 얼마나 잔인하고 옳지 못한가! 그녀의 잘못도 아닌데, 아무리 따져봐도 잘못은 나한테 있다. 내가 내 악마들을, 질투의 바다 뱀들을 풀어놓았다. 그러나 이제는 '그녀가 어떻든지 간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그녀다.'라고 말할 수 있었던 나의 용감한 믿음은 힘을 잃고 사라졌다. 모든 것은 하찮은 것으로, 이기적인 무관심으로 퇴색해 버렸다. 그리고 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멸시하듯이 나도 그녀를 조용히 멸시한다는 것을 안다. 우리가 진심으로 숭배하는 몇 안되는 사람들도 가끔 우리는 남몰래 멸시한다. 토비와 내가 제임스를 멸시하듯이 놀랄 만큼 필요한, 우리 자아의 건강한 식욕을 만족시키기 위하여 남을 멸시한다. p.414-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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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랜만에 늦은 시각까지 술을 마시고 나니-아버지가 등산 가시는 날이라(매주 토요일!) 미리 어머니께 늦을 거라고 언지하고 (일단 아버지가 일찍 안 주무시는 날은 거의 얄짤 없이 12시 통금 T-T ) 12시를 넘기었으나, 아버지가 일어나시는 새벽 4시반 전에 집에 가야하는 불쌍한 나 T-T 엉엉-무엇보다 체력이 안되더라. 머리가 지끈지끈하게는 마시지도 못하고 그렇지만 아침에는 온몸이 쑤시는 저질 체력을 나이탓으로 돌려보는 오늘.

2. 한 번 미룬 약속이기 때문에 절대로 깰 수 없다는 각오로 몸을 질질 끌며 나간 가로수길. 다행인건 약속 상대도 새벽 4시에 들어간 아이. 덕분에 중간에 낀 Y만 브런치를 기대하며 나왔다가 우리에게 <해장해야돼? 국물 있는 거 먹을까?>를 수번은 말해야 했다는. (그렇지만 결국 먹은 것은 브런치~ :) >

3. 어쨌든 아침에 집에서 물 두컵 마시고 버스타면서 생수 500ml를 들고 탔음에도 잠긴 목이 풀리지 않아, 얼마전 <당신의 목은 건강하십니까>라는 제목의 생로병사의 비밀을 본 것이 생각나서, 이러다 나도 영영 목소리를 잃어버리는 것이 아닌가라는 불안함에 잠시 시달렸었다.
부연하자면 목소리가 변하는 것은 목을 잘 못 관리했기 때문인데 최대적은 탈수. 그러니 커피나 술 등 이뇨작용이 있는 음식물을 섭취하고 나면 그만큼의 물을 마셔줘야 목에도 좋다는 것. 그리고 신기했던 것은 남자인데 여자 목소리가 나는 사람들 가끔 있지 않은가, 변성기 안 지난 것 처럼. 그런 사람들은 그냥 몸이 성인이 되면서 변한 발성기관을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 뿐이란다. 어린 시절의 버릇대로 발성기관을 사용하기 때문에 가는 목소리가 나오는 거라는데, 이 말인 즉슨 훈련을 통해 고쳐진다는 말. 여자 목소리가 나는게 컴플렉스 였다는 남정네의 토로를 무색하게 만드는 이 사실 --;
(또 딴길로 샐라, 본론으로 돌아가자)

4. 아무튼 피곤하게 눈을 꿈뻑 거리는 나를 위해 Ch가 말해준 숙취 해소 이론. 자신과 자신의 친구들에게 임상실험을 마쳤다는 이 방법. 이야기 해주는데 정말 어디다 노트 필기해야하는 줄 알았다.
 
첫째, 술을 마시면서 물을 충분히 마셔주는 사람인 경우, 아무리 많이 마셨어도 아침에 포카리 중자 하나면 충분하다고. (아시다 싶이 숙취의 원인은 거의 탈수! ) 이건 예전에 내가 우엉에게 <우엉님, 도와주세요. 숙취에 시달리고 있어요>라고 문자보내자 우엉이 대답해준 내용과 같다 <물을 충분히 마시세요. 포카리도 괜찮습니다 어쩌구저쩌구> 참고로 Ch는 포카리를 권장, 그 이유는 물은 소주가 올라올 위험이 있단다 -_-; 
술을 마시면서 물을 마시지 않는 사람의 경우 1.5리터 패트 하나를 추천.

 둘째, 아침은 꼭 먹어주라고. 뭘 먹든 상관없지만 어쨌든 아침을 꼭 챙겨먹으란다. 세번째 단계를 위해서.
 세번째, 해장"ㄸ"을 보라고. 사실 아침을 꼭 먹어주면 대부분 삼단계로 쉽게 넘어갈 수 있단다. 화장실에 가지 않으면 아직 몸안에 술이 남아있는 것이기 때문에 숙취해소완료 전이라고!
 네번째, 화장실에 다녀왔으면 다시 무언가 먹어주라고. 이 때 먹는게 진짜 먹는 거라나.
이렇게 4단계를 완료해야 숙취해소완료.

5. 사실 나는 막걸리나 동동주를 마시고 살아서 집에 간 적이 없었다. 살아서 집에만 못 가면 다행이고 그 이상의 사건들이 벌어졌음에도 큰 실수나 실패가 없었다는 것이 다행인 인생사. 그렇지만 국순당 생막걸리가 널리 사람들을 이롭게 하면서 나도 막걸리를 즐기게 되었다는 아, 이, 기쁜, 2010년.
그렇지만 막걸리가 하나의 기쁨으로 떠오른 만큼 부담스러운 것은, 마셔도 마셔도 취하지 않아 결국 배가 부르기만 하다는 것 (맥주와 같은 결론 T-T). 게다가 막걸리는 안주발도 안 세울 수 없다. 막걸리 안주는 왜 다 맛있는 걸까.

6. 얼마전에 H오빠가 <세상의 술 중에 하나만 남길 수 있다면 뭘 남길꺼야?>라고 물어서 나는 당연하게 맥주라고 대답했었는데, 왠지 막걸리로 바꾸고 싶은 오늘. 오빠는 뭘 남길꺼야, 했더니 <난 그 문제로 몇일째 고민중이야>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훌러덩 잘도 빠져나가는 그, 하지만 정말 선택하기 어려운 문제.

7. 그렇지만 최근 맥주도 마셨고 막걸리도 마셔줬으니, 왠지 다음은 소주로 하고 싶다. 엊그제 친구랑 만나 어디갈까 고민하며 인터넷을 뒤지다가 발견한 감동의 멘트, <새벽 2시에 왜 밥을 먹어야하는지 모르겠지만, 어쨋든 불가항력적으로 매번 가게 되는 돼지 국밥집>이라는 어느 블로거의 코멘트에 너무 가고 싶은 돼지 국밥집. 꼭 새벽 두시에 가릿.

8. 그렇지만 언제나 다짐뿐. 술에 잘 견디지 못하는 것은 체질이고, 새벽 두시까지 밖에 있는 게 도대체 가능은 할까라는 기분이 드는 것은 요즘 직업이 나를 관리하는 것인 아버지 덕분. 그리고 또 하나는 바람앞에 촛불 같은 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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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2010. 5. 25. 00:40
1. 각 사회는 그 사회가 다른 것보다 중요시하는 핵심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이 가치의 위계 서열을 가치 체계라고 한다. 이는 문화를 통해 사회가 내적으로 통합되는 원리를 형성하게 된다. 개인에게도 역시 가치체계가 존재하는데 이를 흔히들 "가치관(價値觀,values)라고 한다. 정리하자면 가치관이란 한 사람이 가지는 어떤 사물이나 대상의 역할,의의, 중요성등에 대한 평가를 의미한다.

2. 괴짜심리학이라는 책의 맨 앞부분에 Q테스트라는 것이 나온다. 이마에 Q를 써보라고 하는 꽤 간단한 성향 테스트이다. 어쨌든 이것은 자신의 가치관을 사회의 가치체계와 일치시키느냐 그렇지 않느냐를 판단하는 테스트이다. 
물론 극단적으로 자기자신만의 가치체계를 가진 사람은 물론 아주 간간히만 존재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환경에 적응하고 교육 받기 때문에 사회의 가치체계 안에서 자신의 가치체계를 구축해간다. 그렇지만 사회가 제시하는 가치들중 어떤 것을 받아들일 것인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인가를 스스로 결정하는 사람이 있고, 사회의 가치 대부분을 그대로 흡수하는 사람들이 있다.  

3. 보수적인 가치관은 기존의 가치체계를 중시하는 것이고 진보적인 가치관은 기존의 것의 일부 혹은 전체의 수정을 꽤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실상 어느 사회에서든 주류는 보수, 개혁은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다. 덧, 이것은 사회적인 수준의 이야기이지, 정치적인 수준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말만 보수/진보지 별반 다를 바 없는 정치권은 뭐냐는 질문을 회피하기 위해 단 단서이다 --; )

4. 오늘 C와 오랜만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버스를 타고 분당으로 돌아오던 길이었다.
 "A나 B가 너에게 80점 이상의 사람들이라면, D나 E,F는 60점 플러스 마이너스인거야. 물론 D,E,F도 나름대로 매력적이지. 하지만 걔네가 가지고 있는 매력들은 니가 별로 큰 가치를 두는게 아닌거지. "
라고 C가 말했다.

5. 그렇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도 나의 가치관을 가지고 있고, 다른 가치보다 우선하는 항목들이 분명하게 있다. 그래서 우리는 각기 다른 사람들에게 매력을 느끼는 가 보다. 누군가가 <쟨 너무 지겨워>라는 말을 하는 "쟤"를 나는 <너무 너무 매력적인걸> 이라고 말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이런 것이다.
내가 말했다.
<내가 남자라면 Z와 결혼하고 싶을것 같아>
그러자 남자인 친구가 대답했다
<그러니까 니가 여자인거야>


6. 그러니까, 내가 하려는 말은-아무튼 또 쫑알쫑알 떠들어 대는 바람에 옆 길로 새어버리기 일보 직전이지만 각설하고 본론으로 돌아가면- H는 나의 가치체계에서 아주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사람중에 하나라는 것이다. 고 녀석이 그걸 알아서 그렇게 까부는 지는 모르겠지만. -_-; 담담하고 꾸준하게 자신의 길을 가고 있으니까! (사람은 역시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바라는 것인지, 나 역시 내게 없는 항목들에 높은 점수를 부여하고 있다. 성실, 인내, 침착, 등등등)

7. 왠지 "안녕"이라고 말할 때 너무 아쉬웠던 것은, 자주는 아니었지만 엉뚱한 농담 코드로 나를 깔깔 웃게 해주고 뼈가 저리고 마음이 시린 멘트를 마구 날려주어서 나에게 현실을 자각 시키며 휘청휘청하게 만들어서 였어서랄까. 아무튼 때때로 그리울 꺼 같아 T-T  흑흑

8. 아무튼 그래서 우리는 가로수길의 Deux Amis라는 까페에서 수다를 떨었다. 가로수길에서 올라가다가 리틀사이공 골목으로 들어가서, 리틀 사이공을 끼고 오른쪽으로 돌면 있음. 엄청나게 단, 직접 만드는 케익을 파는 것이 특징 (케익은 6500원 정도). 커피값은 평범했고 리필 가능(사랑해요 사장님). 테라스 자리가 꽤나 좋고, 테이블마다 생화가 꽃혀 있는 것도 좋고, 사장님이 친절한 것도 좋고, 의자가 예쁘다는 것도 좋은 가게.



9. 가치관이라는 것은 역시나 변하기 마련이라서, 스무살 때 중요시 하던 가치와 지금 중요시 하는 가치가 다르다. 나에게 있어서 "성실함"이라는 덕목은 비중은 점점 상승 중. (나이를 먹는다는 증거처럼 들리는 발언) 변하지 않은 게 있다면, 그때나 지금이나 "믿을 수 있는"사람이 좋고, 내게 있어서 믿을 수 있는 사람이란 "한결 같은" 사람이다. (한결같이 성실해도 좋겠지만, 한결 같이 뺀질 거려도 좋다.)

10. 스무살 때 그와 사귀었던 것을 스무살의 나의 가치체계에서 그는 95점짜리 인간이었기 때문이고, 스물 일곱에 그와 사귀지 못한 것은 나의 가치체계가 변하고, 그가 변해서 나에게 그가, 또 그에게 내가, 50점대의 인간이었기 때문 아닐까. 시간이 흘러가는 것은 인간의 능력의 범위가 아니고, 내가 변하고 또 타인이 변하는 것도 바람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니까. 우리의 시간들을 흘러갈테고, 타인의 선악을  "판단"할 수는 없다는 것을 충분히 배운 나이가 되었지만, 판단할 수 없어도, 만나고 헤어지는 것은 할 수 있지.

그러니까, 오늘도 함께 있는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헤어진 사람들에게도 감사하고. 내일 만날 사람들에 두근거리면서 살아도 되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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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eons
노트2010. 5. 17. 01:57
1. 인간은 적응의 동물인데, 이게 어디까지 신뢰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살면서 수백만 가지의 변화에 적응한다. 그렇지만 가끔 엄청나게 중요해서 꼭 감당해 내야 하는 변화에도 적응하지 못하니까, 인간이 적응의 동물인지 비적응의 동물인지는 모를 일이다.

2. Y를 만난 후에는 블로그를 홀라당 까먹고 샌디에고-LA-샌프란으로 이어지는 수다에 여념이 없었는데, 어제 문득 든 생각은, 여기가 써니베일인지 한국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내일 비행기를 타면 아쉬움과 함께 그곳이 써니베일이었음이 분명해 지겠지.

3. 비행기 표를 사려고 마음 먹는 때는 여행에 대한 기대가 최고조에 올라서, 마치 세상에서 가장 멋진 곳으로, 낯선 곳으로, 행복하거나 아름답기만 한 극단적인 장소에 갈 것 같지만 막상 비행기표를 사고 나면 그 순간부터 기대는 현실이 되고, 굉장히 귀찮아 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비행기를 놓치기는 쉽지 않고 나는 단 한 번도 비행기는 놓친적이 없기도 하다.

4. 무언가 특별한 계기가 없으면 여행-특히 해외-은 <거기 가서 뭐하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어서 금새 생각이 쥐구멍으로 돌아들어가 버리고는 한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한국에 있어도 내가 할 일은 그다지 없다.
그러니까 이 깨달음은, 내일 20일만에 한국으로 돌아가게 생겼는데, <아, 근데 거기 가서 뭐하지>라는 생각이 퍼뜩 들어서 얻게 되었다랄까. 나는 이곳에서 여기 붙고 저기 붙는 떠돌이 인생에, 베실베실 웃으면서 밥을 얻어먹는-식당이든, 오빠네 부부로든, Y네 부부로든- 형편인데 마치 이 곳이 나의 현실이고 일상인냥, 내 진짜 현실로 돌아가는 것을 낯설어 했으니, 적어도 "미국 땅에는 완벽 적응". 하지만 "현실로부터는 도피" 상태랄까.

5. 인간은 상황이 주어지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데, 그게 어떤 변화가 주어저도 적응 할 수 있다와 같은 말일까? 11인치 노트북 모니터에서만 글을 쓰다가, 아무튼 몇 인치인지대강도 감이 안 잡히는 SONY 티비에서 글을 쓰고 있으니 뭐든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출발 목표를 10시로 잡은 것은 나 혼자만 아는 사실인데, 안방에서 그들이 마치 10시에 제깍 "이제 나가자"라고 말해 줄 듯하니 적응을 위한 노력에 조력자가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임에 틀림없다.

6. 그러나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테고, 분명 또 그곳에서 다른 누군가를 만날 것이다. 혹은 지금 내가 생각하는 일상이 아니더라도, 어떤 세계로 들어갈 테고, 그곳에서 또 다른 누군가를 만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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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Japan2010. 5. 7. 13:23



9 o'clock in the morning, the 3rd day of May 
Ueno, Tok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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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일.
Santa Monica Beach, Los Ange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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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2010. 5. 5. 03:51

알고 보면 일본 작가가 아닌(6살 때 영국으로 이주했음) 이시구로 가즈오씨의 2005년작.
SF소설로 분류되나 시스템보다는 인간성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으니 블레이드러너나 공각기동대 스타일의 SF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추천.
같은 이유로 장르 문학에 빠져 있는 사람보다는 정통 문학에 관심있는 사람에게 추천.
밝고 명랑한 성장 소설 말고, 뭔가 아련하나 비극적인 현실과 마주 대할 수 있는 사람이나 그런 식으로 과거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에게도 추천. 왠지 쓸쓸해 바다에 가고 싶은 서른 한 살의 여자에게도 추천.

#10. 나를 보내지마 -이시구로 가즈오(5.3)
나를 보내지마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가즈오 이시구로 (민음사, 2009년)
상세보기


이 책은 99%책 제목에 꽃혀서 사게되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LA로 오는 비행기에서 놓지를 못했다. (오빠가 30분이나 공항에서 나를 기다리게 했으나 외려 책을 더 읽을 수 있어 좋았다는;)
뭐 그렇게 퐁당 빠져서 읽을 수 있는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주인공인 캐시에게 엄청나게 감정 이입한 게 주 이유겠고, 소설책을 읽으면서 내가 좀처럼 하지 않는 주인공과 내가 닮았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인 것 같다. 미련하게 과거를 기억하려 애쓴다는 점이나 현실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 넘어의 진실과 마주 대하고 싶어한다거나 (근사하고 형이상학적으로 묘사해 버렸지만 단순하게 말하자면 억지로 웃음보다는 솔직한게 거 좋다는 것이다.) 특징이 강하지 않아서 어떤 인물인지 한마디로 표현 되기 힘든 면도 조금 닮았다고 느꼈다. (이제 나를 알고 책도 읽은 사람이 나타나 "아니야, 너랑 완전 달라. 넌 좀 너에 대해 객관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할 일만 남았다. )
아니면 주인공의 회상과 독백, 과거에 대해 이해하는 방법에 너무 공감해서 나랑 닮은 걸까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50먹은 아저씨가 서른살 여자의 마음을 이렇게 공진 시킬 수 있다니 놀라울 따름.

책은 전통적인 SF의, 또한 문학의 주제인,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삶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삶의 의미란 무엇인가에 대해 조심스럽게 그러나 분명하게 대답하고 있고 어느 평론가의 말처럼 "전혀 영웅적이지 않은 주인공과 기대하지 않았던 결말"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엄청나게 커다란 파도를 불러 일으키고 삶에 대해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죽음을 앞에 두고 천천히 기억되는 주인공의 어린 시절은 터무니 없고 비논리적이고 비밀스럽지만 완벽하다. 딱 완벽하게 삶을 계속할 정도의 버팀목이 되어준다.
그리고 그 어린 시절 사이에 캐시가 품었던 이상한 점들, 빠져있는 퍼즐 조각이 맞추어지면서 그녀는 자신의 존재, 존재의 의미에 대해 알게 된다. 그렇지만 그녀는 자신의 운명과 마주대할 만큼 강한 사람이고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 것에 휘둘리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에, 눈물 흘릴 줄 알지만 주저 앉지 않는다고 해야할까나.

나이를 먹는 것은 삶의 비극성을 일부러라도 곡해해버리고 싶은 충동을 같이 키워주는데, 입버릇처럼 "이제 적당히 해피엔딩이 더 좋다. "던지 "기왕 주인공 둘이 만난 거 행복하게 살게 해주면 안되나?"같은 말들을 입에 붙이고 살지만 여전히 깊은 감동과 공감을 느끼게 하는 것은 인생의 비극적인 단면까지 포용하는 스토리인 것 같다. (그래 나 우울한 녀자다.)

<작가 인터뷰: 들어봅시다 영어!>


키이나 라이틀리가 이 책의 실사판 영화에서 주인공의 친구 루스역으로 나온다니 역시 니가 추천하는 건 조금 불안해, 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영화로 보면 될듯.

덧, 제목에 꽃힌 이유는 나에게는 저 말이 엄청 로맨틱한 멘트이기 때문인 듯.
"Never let me go. 나를 보내지마."
간절함과 확신없이는 할 수 없는 말.
그렇지만 99% 버림 받을 상황에서만 뱉을 수 있을 것같은 말.

Posted by aeons

<<짐을 싸면서 드는 생각들>>

1. 상자에 넣는게 나을까, 그냥 끈으로 묶는게 나을까?
 엄마는 그냥 끈으로 묵어서 창고에 쳐박으라고 했지만, 나는 상자에 넣고 싶단 말이다. 상자 값이 들고 안 들고의 문제가 남았다.

2. 두꺼운 책 한권이 나을까 얇은 책 두권이 나을까?
 내가 거기가서 서점을 차릴 것도 아닌데 순식간에 인터넷 교보 장바구니의 결제 금액은 20만원을 훌쩍 넘어가고, 무슨 책을 가져가야 할 것인가의 고민에도 빠졌다. 지금 책 선택을 잘 못하면 정말 내가 미쳐버리거나 죽어버리거나 잘 못 된 길로 나가버릴지도 모른다는 말도 안되는 우려를 하면서 생각한다. 두꺼운 책 한권만 가져갈까, 얇은 책을 두권 가져갈까?

3.  필요하면 사면 될까?
 사실은 일주일 이상의 여행을 갈 때 꼭 챙기는 것중에 하나는 손톱깍기다. 그거 참, 돈주고 사기는 아깝고, 하지만 어느 순간 굉장히 필요하다. 대강 옷을 챙기면서 필요하면 사면 되지 뭐, 라고 생각하지만, 과연 필요하다고 살 수 있을까? 필요한 순간에 사고 싶은 것이 나타날지도 문제고, 이게 정말 필요해, 라고 생각하면서 덥썩 살 수 있을지도 문제다. 나는 정말 내 돈이 필요한데, 세상에 내 돈이라는 게 없는 게 문제. 다들 내가 이러면 웃던데, 나는 진지할 때도 있다. 가끔, 아주 가끔.

4. 버릴까 말까?
 창고에 넣어버릴 것들을 추스리다보면 의외로, 존재조차 몰랐지만 큭큭 대며 웃을 수 있는 것들이 나오고는 한다. 분명히 그 모든 것이 나를 깔깔깔 웃게 만들고 즐겁게 만들어주지만, 그 중 일부는 보관할 만한 가치를 지니고 그 중 대부분은 별로 쓸데가 없다. 특히 지금 사이가 안 좋거나, 연락이 닿지 않는 사람과의 물건들은 더욱 그렇다. 버릴까 말까. 가지고 있으면 마치 그 사람과의 인연이 똑 끊어진 것만은 아니라고 믿을 수 있을 것 같아지지만 사실 그런 게 필요한 것은 아니니까. 버릴까 말까.

5. 지도가 필요할까? 가이드북이 필요할까?
 요즘은 차를 빌리면 네비게이션이 옵션이니까, 사실 지도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어디서든 인터넷이 되니까 가이드북도 안 필요할 것 같다. (네이버 윙버스 만한 가이드북이 없다.) 바다를 건넜다고 길을 헤매지 않을까? 지구의 반대편에서 길을 잃으면 돌아올 수 있을까? 라는 생각들을 하지만, 사실 늘 언제나 항상 내 옆에 누군가가 붙어있겠지. 조금 안심이 된다.
그렇지만 사람들에 둘러 쌓인 이 곳에서도 길을 잃고 헤매고 있고 누군가가 붙어있어도 그에게 길을 물을 수 없다. 인생은 너무나 개인적인 것이라서 지도가 있어도 도움이 되지 않고 가이드북이 있어봤자 도움이 되지 않고, GPS는 신호를 받지 못한다. 단지 누군가 옆에 있다는 사실만이 위안이 된다, 랄까.
그런데 나, 길을 잃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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