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오후의 수다'에 해당되는 글 21건

  1. 2014.04.19 2014. 4. 19. 토요일 2
  2. 2014.03.31 짜잔~
  3. 2012.01.05 "죽도록 아팠던 날" 이후의 소고 2
  4. 2011.11.23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 4
  5. 2011.07.09 Joshua Tree 5
  6. 2011.03.03 그건 사랑이었을까. 2
  7. 2011.02.20 배꼽의 때. 2
  8. 2011.02.10 어제 산 청바지에 관한 고찰 5
  9. 2010.11.26 엄마의 위로 1
  10. 2010.11.21 이유


1. 

여기는 병원이다. 분당제생병원.

어제 구급차를 타면서 여기 올 때만 해도, 오늘 여기서 이러고 있을 거라고 생각조차 못했는데,

그래도 이제 병실에서도 인터넷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간병인으로써는 (사실 간병을 하고 있는건지 아니니도 모르겠지만) 꽤나 고무적인 상황.(이라고 마무리하자)


2. 

아버지의 상황은 다소 심각하지만 - 지금보다 수술 후 한동안이 더 힘들 것이다 - 엄마와 나는 이게 장기적으로는 좋은 쪽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세상에 엄마랑 똑같은 생각을 했다니! 이건 정말, 나로써는 뜨악인 사건이었다.)




3. 

삶을 순간이라는 칼로 탁, 잘라내면, 그 단면에는 언제나 장점과 단점, 강점과 약점이 산재해있다.

때로는 슬픔에 눈이 멀어 기쁨과 즐거움이 보이지 않고,

때로는 자신의 못난 점이 너무 눈에 띄어서 한없이 초라해보일지라도,

사실은 항상 우리는 우리 삶을 지탱해나갈 만한 "힘"을 내 안 어딘가에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고,


요즘 특히 깨닫게 된다.



4. 

헤어진지 두 달이 되지 않는 시점.

나는 우연이 우리가 좋아했던 노래들을 들으면서, 정말 내가 그 사람이 나랑 비슷한 감수성을 지녔다고 생각했었던 사실에 웃음이 났다. 숨어있는 인디씬의 노래들을 찾아내며 좋다고 말하고, 수업시간에 나란히 앉아 이어폰을 귀에 꽂아주고는 했었는데, 그는 정말, 정말 나랑은 다른 사람이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아마 내가 정말 "그렇게" 믿어의심치 않았기 때문에 내 충격은 더 컸고,


'이별'이라는 선택보다는 그 방법에서 난 정말 백기를 들고 싶었다. 

이제 정말 그만.


그렇지만 가끔 이렇게 함께 좋아했던 노래를 들으면, 씁쓸한 기억에 잠기면서, <내가 좋아하는 노래> 목록에서 이 곡을 빼 버릴까 고민할테고, 시간이 더 지나면 그조차 생각하지 않게 되겠지. 



5. 

그러나 더 힘든 것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그 사건이 나에게 더 커서,

누군가 들어오려고 하면, 

그걸 바라는 만큼 강하게 거부하게 된다는 것.


어디 푸른바다에 튜브를 띄워놓고 둥둥 떠있고 싶다.

마음이 파래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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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eons

오랜만에 글을 쓴다. 블로그를 버리고 새로 열까하다가, 그래도 있는 놈을 잘 다독여보자는 심정으로 다시 로그인.

어이없게도 긍정적인 미래를 꿈꾸던 근 2년간의 글들을 빠른 속도로 없애고, 뭐, 내가 진짜 순진했었지 라는 썩소도 한 번 날려준 다음, 이 글을 쓴다.


예전에 S의 블로그 타이틀이 "열심히 살기 위한 블로그"여서 혼자 큭큭 댄 적이 있는데, 내가 지금 그렇다. 블로그를 다시 시작하는 이유는 열심히 살기 위해서. (힝 -_-; 내게 이런 날이 올 줄이야) (그런데 지금 숙제 마감 1시간 반 전이라서 이러는 거 절대 아니다...;; ) 


아무튼 지난 몇 주간의 나의 상태를 정리해보자면,

나는 마음의 폐허를 딛고 일어났고,

그럼에도 아직도 가끔 황무지의 바람이 내 평안을 괴롭히고,

잠을 잘 못자서 담에 걸린다음,

정형외과에 가기 싫어서 징징대다가

약국에서 사 온 약을 먹고 알러지가 돋아서

병원에 반나절 입원했다.


일주일간의 공포는 이런 거였다. 얼굴이 예전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어쩌지. 평생 이렇게 살게 되면 어쩌지. 이건 도대체 언제 없어지는 거지. 등등. 그렇지만 밀린 크리미널마인드와 NCIS와 NCIS LA와 the killing과 Strike back과 홈랜드와 영화 몇편을 보고 났더니 얼굴은 정상 궤도로 돌아왔다. 


그리고 의사와의 전화통화에서, 알레르기 반응 때문인지 현재 갑상선 항진 상태라고 나오지만, 증상이 사라짐과 함께 갑상선수치도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갑상선 항진? S가 예전에 이야기했던 그 갑상선항진? 이라는 생각에 웃겨서 S의 열심히 살기위한 블로그에 들어갔는데, 타이틀이 바껴있어서 또 혼자 큭큭댔다.


글을 쓰는 것은 재미있고, 조금은 스트레스가 풀리는 일인것 같다. (나에게는)


아무도 공감하지 못할 것 같은 이 마음을 허공이 공감해준다는 느낌이랄까~


어쨌든 4월은 발랄하게 시작하는 걸로. 아깝게 보내버린 2.3월을 만회할 수 있도록.



Posted by aeons
1. 
예전에 13이 그랬었더랬다. 내 머리속 지우개 같은 건 다 개뻥이야, 아프면 개인 위생이 떨어져서 예쁠 수 없다고. 아무리 걔가 손예진이어도 냄새나는 손예진이라니까.라고.

개인위생이 떨어진 우리집은 난장판이 되었다.(집에 나 뿐이니까) 여기저기 널려 있는 옷가지는 그렇다치더라도, 오늘 새벽 내가 내다 버린 음식물쓰레기를 가장한 비닐봉투만 3개. 무슨 귤이 9개 든 주제에 8000원을 하냐며 투덜거리며 산 귤 중 2개는 뜨끈뜨끈한 방바닥에서 딩굴다 이미 물러져 있었는데, 그제서야 걔가 귤이 아니라 천혜향임을 알았다. 그래도 같이 사 온 우유는 제 시간에 냉장고에 넣어서 다행이다. 일어날 수 있고 몸을 움직일 수 있어진 것에 감사하면서 집을 치운다. 개인 위생이 양호한 세계로~!!

2. 
쌓인 설겆이를 하기위해 고무장갑을 끼고 뜨거운 물을 틀었는데, 물이 너무 뜨거워서 찬공기와 맞닿아 손목과 팔꿈치 사이의 어딘가에쯤 장마전선이 형성되면서 습기가 몰아쳐 깜짝 놀라 팔을 확 잡아 뺄때까지, 뜨거운 줄도 모르고 설겆이에 집중하고 있었다. 먹을 때는 이따 금새 설겆이 할 거니까~ 라고 생각했던 간짬뽕을 볶은 냄비에 부어놓았던 따뜻한 물은 이미 냉수가 되다 못해 빙수가 되려하고 있었고,미리 떼어내지 않은 간짬뽕의 흔적들은 냉혹하게 냄비에 엉겨 붙어있었다. 그래, 맛있는 것은  흔적을 남기지, 흔적을 남기는 것은 지우기 어렵고, 인생이 다 그렇지, 먹을 때나 좋았지. 따위의 감상을 쏟아내며 빡빡, 수세미질을 했다.

3.
실은 거나하게 독한 술을 들이부은 날이 아닌 이상 먹은 것을 게워내는데는 별로 취미가 없는데, 아마 중학교에 들어간 이후 처음으로, 단순히 아파서 약 1.5m떨어져서 반대로 열리는 내 방문과 화장실문 1초만에 열기 신공을 보이며 침대위에서 화장실까지 날아가는 잽싼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막판에는 침대 옆에 비닐봉지를 걸어두는 준비성을 보였지.
다음날 아침에 내가 먹을 죽을 내가 쑤면서, 한 손으로는 내 배를, 한손으로는 가스레인지를 부둥켜안고, 혼자 사는데 아프면 서럽다더니 이건가. 라고 느꼈다. 그리고 덤으로 결혼은 꼭 해야겠구나, 나이가 40인데 이러고 있으면 정말 닭똥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도 남겠다, 뭐 이런식의 생각도 해 줬다. (엄마 나 착해? 잘 세뇌된 딸..)

4.
S느님에게 보고했더니 30시간만에 나타나셔서 따땃한 저녁을 멕여주시고, 약을 하사하셨다. "약 먹어야지 우리 리라, 우쭈쭈" 하시며. 낼름 받아먹고 행복해 했다. 아가들은 왜 약을 싫어할까. 이렇게 좋은 것을. 어쨌든 3일만의 식사는 약발을 받아 무사히 넘어갔다. 지금 시각 새벽 3시인데, 매슥거리지 않으니까. 올레~

5.
그런데 왜! 이렇게 아팠는데 왜! 하나도 안 수척해진것인가. S느님은 나를 보자마자 한 마디 하셨다. "어후 쾡해~" 
그렇다. 나는 쾡해지는 아이이지 수척해지는 아이가 아니었던 것이다. 아파서 살이 빠지는 것도 누구에게나 주어진 특권은 아니구나. 갑자기 예전에 B가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3일간 식음을 전폐하며 울고불다가 우리집 앞에 나타났을 때, 그 삐쩍마른 모습으로 나를 깜짝 놀래켰던 게 생각났다. 델리케이트 B는 시집가서 잘 살고 있얼 거라 믿는다. 
나도 나대로, 잘 살고 있으니, 3일동안 아무것도 못 먹어도 살은 눈꼽만큼도 안 빠진채로...;; (다이어트는 어려운 것)

6.
겨우 살아나 "나의 두 남자=D&K"에게 아프다고 징징 거리는 톡을 했더니 대뜸 대답이 돌아온다.
"우리 안봐서 아픈건데?"
"ㅠㅠ 애정이 느껴지는 초감동 코멘트"라고 하기에 몇 시간뒤의 화상채팅 내용은 이런거였다. "하나도 안 수척한데~ 가만있어봐 턱선이 살아나는거 같아~ 스무살때 턱선? 누나, 일부러 조명 좋은데 있죠? 창백해 보일려고?" 그리고는 Mac에서 제공하는 각종 사진 효과에 신나서 지들끼리 난리였지 -_-;;; 어후... 남자는 열살이든 스무살이든 서른이든 똑같은거 같어... 그래도 이 두남자는 듬직하게, 얼른 낫고 학교오라고 해준다. 

7.
침대에서 3일간 상주하니 할 수 있는 것은 인터넷 뿐이다. 내 블로그 글들을 보는데 재미가 없다. 최근에 쓰다만 글은 더 재미없다. 좀전에 K와 J는 유머감각 좀 길렀음 좋겠네, 나도 재미없지만 J는 더 재미없네, 같은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내 비천한 글들이 얼굴을 들지 못함을 느낀다. 어쩌겠어.. 그것도 능력인데, 나이가 들 수록 진심으로 깔깔깔 웃을 수 있는 일이 중요하다고 느낀다. 갑자기 H오빠와 부산사나이. 페요.밤. 빡. 재희아빠 등등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감사의 말을 전하려다가 또 무슨 리플이 달릴까 무서워 관둔다. 사람들이 보고 싶다. 그치만 그들은 요새 지들끼리 논다. 흥. 왕 삐져서, 다음에 부르면 총알같이 나가줄테다. 라고 생각한다. 일단은 낫고..

8. 
그 날 가위바위보하면서 물어볼 껄 그랬다라고 노오란 쓸개즙을 토해내면서 생각했다.
만약 우리 이게 마지막으로 보고, 마지막으로 대화하는 거라면, 그럼 지금 나에게 무슨 말 할 꺼냐고.

9.
그렇지만 마치 아프지 않았다는 듯, 새 아침이 올테고, 내게 지난 3일이 없어진 것 빼고는 지구는 같은 방향 같은 속도로 계속 돌아가겠지. (같은 방향 같은 속도로 계속 도는데 왜케 추운거냐고 --;) 쓸개즙이 입으로 나오면서 내게 주었던 궁금증도 사라지고, 내 몸안에 이런게 있었구나 싶던 것들은 비닐봉지에 실려 나가고, 다음 주 월요일의 프리젠테이션이 끝나고, 부모님이 오시면, 그럼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은 것처럼, 이런 날이 없었던 것처럼 그렇게 될 것 같아서...

10.
기록한다.
서른 둘이 되도 철없는 나.
서른 둘이 됬지만 아무 것도 아닌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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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eons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 중에 하나는 "아빠 책상 뒤지기". 왠지 가끔 아빠 책상을 뒤지고 싶은 날이 있다. 아빠는 너무나 느리고, 당당해서, 마치 개인적인 비밀 같은 것은 없는 것 같은데다가,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가장 먼저 눈물이 그렁그렁해짐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감상적인 말은 하지 않으니까, 가끔 뭔가 숨겨놓은 비밀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럴 때면 항상 아빠 책상을 뒤적거려보지만 실로 얻어지는 것은 별로 없다. 사실 아빠조차도 잘 사용하지 않는 아빠 책상이니까. 내가 한 번 앉아서 들척거림으로서 먼지들만 제 자리를 잃을 뿐이다. 

우리 아버지 책상은 오빠가 중학교 때 쓰던 것을 (우리 오빠는 고등학교가 기숙학교였어서 고등학교때 저 책상은 그냥 장식용 가구 였다.) 대학에 들어가면서 치워버리는 바람에 아버지가 서재에 옮겨놓은, 당시 폭풍적인 인기를 자랑하던 "뱅가구" 책상이다. 아빠가 책상에 앉아 공부할 일은 별로 없으니까, 그리고 우리 아빠는 너무나 외로움쟁이라서 방에 틀어박히는 일은 거의 없고 주로 거실에 상주하시거나 내 방이나 안 방에서 나랑 놀거나 엄마랑 노니까, 그 책상에는 주로 멀티탭들, 세금 고지서, 집문서 (-_-;), 여권 및 각종 서류들이 정리되어있다.

그렇지만 그런, 아주 재미없는 것들에 묻혀 모르던 것들이 가끔 눈에 띌 때가 있는 거라. 오늘은 쌓여있는 증명사진들, 그러니까 정사각형 7바이 7 봉투에 들어있어, 쓰고 남은 증명 사진들 봉투들이 한무더기 쌓여 있길래 꺼내봤다.
처음은 당연 아버지가 최근에 여권사진 찍으신거,그 다음은 당연 어머니가 여권사진 찍으신거 (두분이 같이 가서 발급 받으셨고 언제나 서류챙기기는 아빠 몫이니까)
그리고 다음 봉투는 엄마가 그 전에 여권사진 찍으신거
그리고 그 다음 봉투는 엄마가 그 그 전에 여권사진 찍으신거
그리고 그 다음 봉투는 엄마가 그 그 그 전에 여권사진 찍으신거.
그렇게 엄마가 20대에, 처음 결혼해서 여권사진 찍으신거 까지 가지고 계시더라. 흑백 사진속에 엄마는 정말 70년대 같은 스웨터를 입고 화장기 없는 얼굴이 너무 앳된, 지금 나보다 더 어린 모습이었다.

뭔가, 너무 감격스럽고도 비밀스런 장면이라 나는 얼른 그 사진들을 착착 넣어서 고 자리에 그대로 모셔놨다. 그리고 1시간쯤 있다가 엄마가 성당에서 돌아오신 걸 보고 나는 참지 못하고 쪼로록 달려나가, 모년의 은밀한 식사시간에 그 사진을 공개했다. 그랬더니 엄마는 평소처럼 깔깔깔 웃지 않고, 엄청 환하게 미소지으면서 한참 사진을 쳐다보다 얼굴을 붉히며 말하신다.
"이게 언제더라…"

아무래도 우리 아빠처럼 다정다감하고 아기자기한 남자면 좋겠는데, 결국에는 수많은 내 친구들이 주장하듯, 나는 father 컴플렉스를 뛰어넘지 않으면 결혼할 수 없는 녀자 일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미 나도 머리로는 충분히 알고 있다고. 아빠 같이, "자상하고 잘생기고 똑똑한"(우리 엄마가 언제나 나에게 자랑하는 수식어, "내남편처럼 잘생기고 똑똑하고 자상한 남자는 없다.") 남자는 없다는 것. 그리고 아빠도 젊었을 때는 전혀 그런 남자가 아니었다는 사실 말이다. (우리 아빠는 7년만에 생긴 아기인 우리 오빠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 회가 먹고 싶다니까 만원짜리를 주며 "사다먹어"라고 말해서 33년뒤인 오늘날까지 구박당하고 있고, 9년만에 생긴 아이인 내가 태어날 때에는 스위스에 가는 바람에 엄마 곁에 없어서 31년뒤인 오늘날까지 그 이야기가 나오면 엄마는 분노폭발 직전까지 가신다. 이 두 이야기야 너무 오래전 이야기라 농담거리가 될 수 있겠지만... 아.. 그 이상은 ㅠㅠ.. 어쨌든 그는 대약자.)

이야기로 쓰면 마치 너무나 완벽한 남편같지만, 우리집은 실로 엉망인 집안이고, 부모님이 아침마다 툭탁 거리는 소리로 나는 잠에서 깨서 "이제 그만 싸우자." 라고 말하는 것이 일상적인 일이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아름다운 이야기'가 써지는 것은, 결국 별것 아니게 평범한 우리 세사람이 서로를 아끼고 있고, 아주 적절하게 균형을 맞추면서 살아가고 있어서가 아닐까. 그리고 나는 가끔 그 모든 것을 글로 남기고 싶은데, 그 것은 내 미술적 재능이나 음악적 재능이 "기록"의 수준에 이르기에는 너무 미천해서 일 뿐이다. 조상님이 "글"이라는 걸 발명해줘서 감사할 따름.

그러니까, 문득 나도 계획적인 글보다는, 의식의 흐름에 충실한 글을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아보고 싶어서 한 번 써봤다. 블로그에 또 거미줄 치게 생겼으니까.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일은 아빠 책상 뒤지기가 아니라, 글로 남기기라고 덧붙이고 싶다. 당신들이 보지 않는다면 당신들에 대한 글도 쓸 수 있는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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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eons


<Joshua Tree By Scott Mansfield 출처는: http://www.starlandretreat.com >

1. 그러니까 말이다. 살다보면 누군가에게 "엄청나게 중요한" 일이 다른 이에게는 별거 아닐 수 있고, 또 어떤 이에게는 "엄청나게 하고 싶은" 일이 어떤 이에게는 하기 싫은 일일 수 있다. 욕구가 교육되는 거라고 하더라도 취향은 천성일 수 있으니까.

2. 그래서 우리는 "맞는 성격"도 찾기 힘들고 "비슷한 취향"도 찾기 힘들고, 그렇다고 취향이 비슷해서 친해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친하다고 취미가 비슷한 것도 아니고. (그렇지만 다행이도 취향이 꼭 비슷해야 친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
아무튼 그러니까, 가끔 내가 어처구니 없는 데에 가겠다고 했을 때, "어! 나도 가고 싶어"라고 말해주는 사람을 만나면 그 반가움이나 기쁨, 혹은 동질감, 편안함 같은 것은 무언가 말로 표현할 수 없으리라. (또 내가 어처구니 없는 것에 호불호를 선언할 때, 아주 매니아틱한 작가를 입에 올렸을 때, 매우 인기없는 밴드의 노래를 흥얼거렸을 때 등등)
그래서 그 날, 그러니까 작년 5월의 어느날에, 내가 "Joshua tree national park 가보고 싶은데..."했을 때 그 옆에 한유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다. 나는 엄청 신이 났고, 유미가 돌아와서 "우리 가자!"했을 때 "그래 가자!" 해주었을 때 그 기쁨! 그 설렘!

3. 그래서 나는, Joshua tree를 보기 전이므로 오늘은 U2의 노래를 좀 들어줘야한다는 명목하에 youtube놀이를 시작했고, 어, 그래, Entourage의 그 "녀석들"이 생각나니까 맥주도 좀 마셔줘야할 것 같고, 맥주를 마셨으니 태평양 바닷가를 한바탕 뛰어다녀줘야 할 것도 같고, 내가 구지 그곳에 가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그게 아니어도 그 피어오르는 사막의 연기속에서 무언가 특별한 변화가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기분도 좀 들고,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나와 다를 것 같고, 가는 길도 알아두어야할 것 같고, 그랬단 말이다.




<어찌되었든 변하지 않는 게 있다면 Joshua Tree가 정말 Master piece라는 것. 보노는 죽을 때 흐뭇하리..>

4.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Joshua Tree National Park에 못갔다. 왜냐면 우리에겐 너무나 많은 밀린 수다가 있었는데, 그래서 퀸사이즈 침대에 셋이 누워 꿈쩍도 안하고 말만해대다가 머리 맡 블라인드에서 새어드는 새벽햇살을 맞으며 잠이 들었고, 심지어 난 끝까지 이불을 돌돌 말고 "헝~ 더 자게 해줘 ㅠㅠ"를 외치다가 끌려나왔다. (사실 어딜가나 나는 이 모냥이다) 그리고 우리는 전날 누가 5시간 운전을 할 것인가, 어떤 루트로 LA까지 돌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던 전날 밤을 농담삼아 마르가리따를 마셔줬다. 다음에 꼭 가자!, 다음에는 꼭 가줘야해! 를 덧붙여 가면서.

5. 그래서 내가 Joshua Tree National Park에 가보고 싶었으나 실패했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아버지가 "난 봤는데"라고 말해서 난 한 번 좌절했고 어머니가 옆에서 "난 못 봤어"했을 때 더 깊이 좌절했다. (어머니랑 아버지랑 같이 가셨는데 어머니는 기억도 못했던 것. 그래서 아버지가 무슨 소리, 당신이 구지 내려서 보겠다고 해서 우리가 사막 한가운데서 차도 세우고...로 시작하는 툭탁툭탁을 또 시작하셨지;; ) 그리고 잠시 소강 상태가 되었을 때서야 비로소 어머니는 그런데 그게 왜 보고싶냐고, 그냥 나무 던데;; 라고 말씀하셨고, 그제서야 나는 발언권을 얻어,
그러니까,
모르몬 교도들이 자신들의 신앙 때문에 동부에서 쫓겨났고, 사막으로 밀리던 도중에 여호수아를 닮은 나무를 만나 이름을 여호수아 나무라고 붙여줬고, 그게 바로 미국식으로 읽으면 Joshua Tree인거고, 자신의 믿음에 대한 신이 주시는 시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이 함께한다는 믿음의 증표를 상징하는 거고, 그 동네에서만 살고, U2가 바로 그 Joshua Tree National Park 공원내에 머무르면서 Joshua Tree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만든거라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U2가 누군지부터 설명해야했던 거다.

6. 살다보면, 간절히 바랬는데 내 것이 아닌 것도 있고, 또 뜻하지 않게 내 것이 된 것들도 있고, 또 이보다 더 잘 맞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으나 헤어진 사람도 있고, 밍숭 맹숭하게 계속되는 인연도 있다. 짧게 말하자면, 그다지 생각처럼 돌아가지 않는 게 인생인 것 같다. 그렇지만 내 능력 밖의 결정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나는 매달리게 되고, 안달하게 되고, 조바심 치게 되고, 결과는 이미 오래전부터 알았으면서도 막상 현실이 되면 신경질 내게 되고, 심장이 찢어질 듯 괴로워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언제나 "생각보다 훨씬 더 엉망진창인 나"임에도  불구하고, 살아봐야 아는 내일이 있다는 것에 조금 기분이 설렌다. 현실에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꿈꾸고, 안 이루어질 것을 알아도 바라고, 우연을 만나 웃고, 숙명이 덮쳐와서 눈물 흘리는 것, 그게 그냥 사는 것 아닐까.

7. 어찌 되었든 나는 아직도 Joshua Tree를 본 적이 없고, 이제 유진이는 멜버른으로 떠나고, 유미는 가을에 태어날 자신의 아기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죠슈아 트리 국립공원에 살아서 가게 되는 거 맞을까? 그렇다면 언젠가 그곳에 두 발을 디딜 때, 나도 깨달음을 얻거나, Master piece를 남기거나, 그 둘다 아니라면 깔.깔.깔. 함께 웃고 떠들 수 있는 누군가와 함께 일까? (궁금하니 계속 살아보는 수 밖에!)

8. 모래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게 만드는 열기가 연상시키는 무언가가 있다. 아마도 내게는 그게 <어리석은 간절함>인 것 같다. 내 것이 아닌 것을 알아도 바라는 마음, 그게 20대의 특권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그 생각마저 20대의 어리석음인지 나는 서른이 되어가고 있지만 여전하고, 이 여전함이 도대체 언제 변할 것인지 모르겠다. (게다가 또 내 주변에는 영원히 변하지 않고 20대일 것 같은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9. 그렇지만 무식한 방법으로 나아가는 게 어쩌면 가장 나 답다는 것을 느끼는 요즘. 그리고 누구나 가장 자신다운 모습으로 있을 때 "반짝 반짝" 빛나는 것 아닐까. 조바심 내지 말고, 계획은 없지만 꿈 꿔야겠다. 여러 장소들. 여러 모습들. 그 안에 좁쌀 같이 쪼매난 나.

10. 어쨌든! 보고싶다고!
Joshua Tree가.
보고싶다고! (활짝 웃는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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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소리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는 판례를 읽으며 A를 떠올렸다. 내가 좋아했던 그의 명석함!!  그러나 머리 좋은아이들은 골치가 아프다는 큰 깨달음을 그는 나에게 남겼지.

A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데는 "분명" 이유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나도 그가 그 말을 할 때 그 말에 참 많이 공감했는데, 현실이 아이러니한 것은 지금 이 시점에 와서 도대체 그와 내가 만난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이었냐는 이야기를 한다면 나는 모르겠다는 것이다.

예전에 "최고의 드라마"인 "연애시대"에서 오윤아가 퇴장하며 감우성이 이런 나레이션을 한다. "자꾸 신경 쓰이고, 자꾸 생각나고, 도와줘야할 것 같고, 그게 사랑이었을까?"라고. 하지만 극중 감우성은 오윤아가 아니라 "은호"(손예진)를 선택하는데, 그렇다면 그건 뭐였을까? 사랑이었을까?

얼마전에 레이몬드 카버의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을 읽으면 거기서 주인공이 말한다. 우리가 너무 흔하게 사랑을 말해서 그 고귀한 감정이 가치 없어진거라고. 만나고 헤어지고 다른 누구와 또 사랑에 빠지면서 함부로 그걸 사랑이라고 말하지말라고. (그와 대화를 하는 그의 부인은 전 남편이 그 부인에게 폭력을 행사했고 결국 그녀가 떠나자 권총을 입에 물었는데, 그 부인은 남편이 자신을 사랑한 것이라고, 그렇지만 그 방법이 틀렸을 뿐이라고 말한다.) 어쨌든 그 이야기가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하지만, 그보다는 더 넓게 더 흔하게, 더 쉽게 사랑이라는 말을 써도 그 말, 달아지거나 흔해지거나 가치없어지지 않지 않을까.

뭐 이런 멜랑꼴리한 소리를 하면서 나는 오늘도 판례를 읽고 있다. 이거 외워지는 거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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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밤에 자려고 누웠더니 배꼽 언저리에 좁쌀 반만한 무언가가 붙어 있는 게 눈에 띄었다. 뭐가 묻은건가하고 톡톡 털어내봤지만 떨어지지 않았다. 뭘까 저건?
잠시 고민하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를 떠올렸다. 배꼽의 때. 이효리가 세로 배꼽을 공개하기 전까지 우리 모두 자신의 배꼽이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며, 그게 아니어도 모두의 배꼽이 비슷하게 생겼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을테다. 하지만 그녀의 용감함 행동은 세상을 바꿨고, 나는 안다. 나는 배꼽에 때가 잘 끼는 타입이라는 것을.

그리하여 손톱을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오른쪽 검지를 그 좁쌀 반만한 살짝 튀어나온 녀석에게 들이댔다 딱 하는 소리와 존재의 언저리에 손톱으로 긁은 하얀 선만을 남기고 그녀석은 사라졌다. 굿바이 배꼽의.

헉. 그런데 그자리에서 피가 나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 그건 배꼽의 때가 아니었다. 나는 생살을 손톱으로 뜯어낸 것이다. 휴지. 휴지.

문제는 그 다음부터 너무너무 졸려서 눈 감자마자 잠들고 어제 하루종일(새벽2시부터 오후 5시까지 15시간)을 자고도 다시 새벽 2시에 잠이 들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도 너무너무 일어나기 힘들었다. 결국 늦잠.

난 몰랐던 것이다 나의 넘치는 잠이 분출하고 싶어 배꼽의 살 넘어 분화하려할 때 나의 배꼽의 때같은 그 살이 얼마나 안간 힘을 쓰며 그것을 억눌러왔던 것인지. 하지만 판도라의 상자는 열렸고 나는 잠에 취해서 이틀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패전했다고 용맹한 장수를 기리지 않아서야 되겠는가.

그대, 잘가게.
다음 생엔 멋지게 다시 만나세.
아듀. 배꼽의. 배꼽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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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제 오후에 산 청바지가 오늘 정오에 도착했다.
 "빨리빨리 문화 최고!!!"

2. 꺼내는 순간 바지의 크기에 새각했다.
"크겠는데?"

그러나 청바지를 입는 순간 깨달았다.
내 덩치가 컸음을;;;

3. 예쁘게 쏙 들어간 바지가 단 하나, 허리 단추가 0.5cm이하로 그 간격을 좁히지 못할 때 두가지 생각이 났다.
바꾸느냐/노력하느냐

3년 반전에 백화점 청바지 매장 언니가 한 명언이 생각났다.
"청바지는 들어가는게 맞는거에요"

4 아침에 체중계에 올라가보고 좌절한 어마마마를 놀려댔다. 뒤따라 나도 체중계에 올랐다가.

왕 좌절...

뭐냐, 저 숫자는,
설 연휴의 저주가 도착했다.

5 그래서 오늘은 도서관 4층까지 걸어 올라갔고, 일부러 도서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내려주는 버스를 탄 후 좀 걸었다. 활동량을 늘려야지. 이참에 걸어다닐까? 생각도 했다. 날씨도 바쳐준다!

6 하지만 움직인만큼 맛있게 점심을 뚝딱 해치웠고, 그 "먼" 정거장 앞에 있는 투썸 플레이스에서 라떼도 한 잔 먹었다. 큰 깨달음이 생겼다.

활동량이 늘어나면! 살은 안빠지고 지갑에 돈이 빠진다.

7.청바지는, 모델 Fit 과는 다르지만 그 훌륭한 할인 가격에 비춰볼 때 아주 만족 스럽다. 포장지에 함께 들어있던 명함에 <구매 감사합니다. 예쁜 후기 남겨 주세요> 라고 써져있어서 써봤다. 물론 그 아저씨는 여기에 후기를 남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겠지만.

8. 그렇다!  나는 노력했다.
노력하는 이들에게 축복있으라.
그리고 끝내 성공하리랏.

9. 착샷을 날리라는 요구들이 있었는데, 핸드폰 카메라가 고장났다. (나에겐 아이폰5를 사야하는 수 많은 이유들이 있다.)

10. 청바지가 들어가는 것과, 또 잘 어울리는 것은 별게다. 그러나 청바지는 전혀 체형을 커버해주는 아이템이 아니라는 점에서 원성과 동시에 로망을 얻고 있다. 청바지에 흰 티를 입고도 예쁜 여자!

<you know what i'm saying...>

(참고로 난 까만 니트 목폴라에 청바지의 남자, 좋아한다. 머리는 당연히 살짝 긴 스포츠머리)


11. 그러나 또 어울리는 것과 입고 싶은 것은 별개다.

12. 어쨌든 그 0.5cm의 간극이 나에게 남긴 것은, 골반-이 바지는 그래, 골반에서 잠긴다. 미국에들이 허리가 없어서 일까,-에 붙어있는 미묘한 살들이 어떻게 조금 안 빠질까의 문제이다. (배는 바지 끝단의 위에 있기 때문에 아웃오브 안중이 되어버렸다. 그래 결국 인간은 근시안적인 존재일 수 밖에 없다,) 밥을 먹으면서 어마마마께 그 이야기를 했더니 어마마마가 말씀하셨다.

안빠져
거기는 더더욱.

13. 내가 그 청바지를 입을 만한 일은 아무리 따져보아도 3월이나 되고 나서의 일이다. 뭔가 억울한 느낌이 든다. 뭔가 억울해서 한 벌 더 사고 싶다. 세상에! 이 세상에 세일하는 옷은 왜 이리 많은지! 이 세상에 온라인 쇼핑몰에서 봐서 예쁜 옷은 또 어찌나 많은지! 이 세상에 "새 옷"이 필요한 순간은 또 어찌나 많은지!!"

14. 그리고... 청바지에 맞는 구두도 필요하다.

15. 누가 "소유의 종말"을 말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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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안아달라고 하자 와서 폭 앵기더니 말하셨다.
-너, 말만 해. 내가 권총을 가지고
가서 몽둥이로 때려주고 올테니까.
내가 웃으면서 물었다.
-권총을 가져갔는데 왜 몽둥이로 때려~?
엄마가 대답하셨다.
- 총은 쏠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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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어느날 니가 진절머리 나기 시작한 걸수도 있어.
-아침에 일어나서?
-그렇지, 나도 예전에 여자친구 만날 때, 어느날은 얘가 유난히 미워보여, 뭘해도 짜증나고. 그러다 하루 참으면 괜찮아져. 하루 참았는데 안되면 일주일쯤 참아보거나. 걔가 그날 짜증스러웠는데 못 참았을 수 있지. 뭐 한 일주일 참았는데도 나아지지 않았다거나.




-역시, 더 들으면 정신건강에 안 좋겠다가 결론. 그렇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가장 타당한 이유.

+(20101122) 예전에 2가 말해줬었다. <삶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찰리 채플린이 말했어>라고. 비극적이었던 것은 그날 나의 명랑함이었고, 희극적이었던 것은 그 뒤의 친구들의 반응이다. 어쨌든 사건 발생으로부터 멀어질 수록 점점 희극 같아진다. (뭐 찰리 채플린은 이런 의미로 말한 것은 아니었던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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