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랜만에 늦은 시각까지 술을 마시고 나니-아버지가 등산 가시는 날이라(매주 토요일!) 미리 어머니께 늦을 거라고 언지하고 (일단 아버지가 일찍 안 주무시는 날은 거의 얄짤 없이 12시 통금 T-T ) 12시를 넘기었으나, 아버지가 일어나시는 새벽 4시반 전에 집에 가야하는 불쌍한 나 T-T 엉엉-무엇보다 체력이 안되더라. 머리가 지끈지끈하게는 마시지도 못하고 그렇지만 아침에는 온몸이 쑤시는 저질 체력을 나이탓으로 돌려보는 오늘.
2. 한 번 미룬 약속이기 때문에 절대로 깰 수 없다는 각오로 몸을 질질 끌며 나간 가로수길. 다행인건 약속 상대도 새벽 4시에 들어간 아이. 덕분에 중간에 낀 Y만 브런치를 기대하며 나왔다가 우리에게 <해장해야돼? 국물 있는 거 먹을까?>를 수번은 말해야 했다는. (그렇지만 결국 먹은 것은 브런치~ :) >
3. 어쨌든 아침에 집에서 물 두컵 마시고 버스타면서 생수 500ml를 들고 탔음에도 잠긴 목이 풀리지 않아, 얼마전 <당신의 목은 건강하십니까>라는 제목의 생로병사의 비밀을 본 것이 생각나서, 이러다 나도 영영 목소리를 잃어버리는 것이 아닌가라는 불안함에 잠시 시달렸었다.
부연하자면 목소리가 변하는 것은 목을 잘 못 관리했기 때문인데 최대적은 탈수. 그러니 커피나 술 등 이뇨작용이 있는 음식물을 섭취하고 나면 그만큼의 물을 마셔줘야 목에도 좋다는 것. 그리고 신기했던 것은 남자인데 여자 목소리가 나는 사람들 가끔 있지 않은가, 변성기 안 지난 것 처럼. 그런 사람들은 그냥 몸이 성인이 되면서 변한 발성기관을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 뿐이란다. 어린 시절의 버릇대로 발성기관을 사용하기 때문에 가는 목소리가 나오는 거라는데, 이 말인 즉슨 훈련을 통해 고쳐진다는 말. 여자 목소리가 나는게 컴플렉스 였다는 남정네의 토로를 무색하게 만드는 이 사실 --;
(또 딴길로 샐라, 본론으로 돌아가자)
4. 아무튼 피곤하게 눈을 꿈뻑 거리는 나를 위해 Ch가 말해준 숙취 해소 이론. 자신과 자신의 친구들에게 임상실험을 마쳤다는 이 방법. 이야기 해주는데 정말 어디다 노트 필기해야하는 줄 알았다.
첫째, 술을 마시면서 물을 충분히 마셔주는 사람인 경우, 아무리 많이 마셨어도 아침에 포카리 중자 하나면 충분하다고. (아시다 싶이 숙취의 원인은 거의 탈수! ) 이건 예전에 내가 우엉에게 <우엉님, 도와주세요. 숙취에 시달리고 있어요>라고 문자보내자 우엉이 대답해준 내용과 같다 <물을 충분히 마시세요. 포카리도 괜찮습니다 어쩌구저쩌구> 참고로 Ch는 포카리를 권장, 그 이유는 물은 소주가 올라올 위험이 있단다 -_-;
술을 마시면서 물을 마시지 않는 사람의 경우 1.5리터 패트 하나를 추천.
둘째, 아침은 꼭 먹어주라고. 뭘 먹든 상관없지만 어쨌든 아침을 꼭 챙겨먹으란다. 세번째 단계를 위해서.
세번째, 해장"ㄸ"을 보라고. 사실 아침을 꼭 먹어주면 대부분 삼단계로 쉽게 넘어갈 수 있단다. 화장실에 가지 않으면 아직 몸안에 술이 남아있는 것이기 때문에 숙취해소완료 전이라고!
네번째, 화장실에 다녀왔으면 다시 무언가 먹어주라고. 이 때 먹는게 진짜 먹는 거라나.
이렇게 4단계를 완료해야 숙취해소완료.
5. 사실 나는 막걸리나 동동주를 마시고 살아서 집에 간 적이 없었다. 살아서 집에만 못 가면 다행이고 그 이상의 사건들이 벌어졌음에도 큰 실수나 실패가 없었다는 것이 다행인 인생사. 그렇지만 국순당 생막걸리가 널리 사람들을 이롭게 하면서 나도 막걸리를 즐기게 되었다는 아, 이, 기쁜, 2010년.
그렇지만 막걸리가 하나의 기쁨으로 떠오른 만큼 부담스러운 것은, 마셔도 마셔도 취하지 않아 결국 배가 부르기만 하다는 것 (맥주와 같은 결론 T-T). 게다가 막걸리는 안주발도 안 세울 수 없다. 막걸리 안주는 왜 다 맛있는 걸까.
6. 얼마전에 H오빠가 <세상의 술 중에 하나만 남길 수 있다면 뭘 남길꺼야?>라고 물어서 나는 당연하게 맥주라고 대답했었는데, 왠지 막걸리로 바꾸고 싶은 오늘. 오빠는 뭘 남길꺼야, 했더니 <난 그 문제로 몇일째 고민중이야>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훌러덩 잘도 빠져나가는 그, 하지만 정말 선택하기 어려운 문제.
7. 그렇지만 최근 맥주도 마셨고 막걸리도 마셔줬으니, 왠지 다음은 소주로 하고 싶다. 엊그제 친구랑 만나 어디갈까 고민하며 인터넷을 뒤지다가 발견한 감동의 멘트, <새벽 2시에 왜 밥을 먹어야하는지 모르겠지만, 어쨋든 불가항력적으로 매번 가게 되는 돼지 국밥집>이라는 어느 블로거의 코멘트에 너무 가고 싶은 돼지 국밥집. 꼭 새벽 두시에 가릿.
8. 그렇지만 언제나 다짐뿐. 술에 잘 견디지 못하는 것은 체질이고, 새벽 두시까지 밖에 있는 게 도대체 가능은 할까라는 기분이 드는 것은 요즘 직업이 나를 관리하는 것인 아버지 덕분. 그리고 또 하나는 바람앞에 촛불 같은 내 인생.
'나른한 오후의 수다 > 일상의 기록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누구나 완벽하게 입고 싶다 (5) | 2010.08.28 |
---|---|
요즘 뭐하니? (5) | 2010.08.11 |
package (5) | 2010.04.29 |
봄의 소리 (2) | 2010.04.18 |
봄 (6) | 2010.04.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