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에 해당되는 글 14건

  1. 2010.12.13 당신의 정체는? 1
  2. 2010.05.25 가치체계(value system) 3
  3. 2010.05.17 변화와 적응 3
  4. 2010.04.19 소비의 쾌락 6
  5. 2010.04.03 "욕망"의 "이중적" 일치.
  6. 2010.04.02 Don't judge me. 1
  7. 2010.03.30 그의 이상형 1
  8. 2010.03.26 실패의 빈도와 인상 3
  9. 2010.03.23 조각 케익 위의 딸기 5
  10. 2010.03.12 회상(回想) 2
노트2010. 12. 13. 18:01

얼마전에 <당신옆에 소시오패스>라는 책을 빌려봤다. "양심없는 그들! 바로 당신옆에 있다!" (무섭지?) 라는 카피프레이즈에 홀라당 넘어가서.

이런류의 심리학책에는 꼭 등장하는 <바로 이런 사람이 소시오패스(3가지 이상 해당 될 때 의심해 볼 필요가 있음)>의 7가지 조건들에 의심스러운 사람을 하나하나 집어 넣어가면서.
참고로 미국 정신 의학협회: American Phsychiatric Assocoiation:APA)의 정신 장애 진단 및 통계 편람 4에 따르면 그 조건들은 1. 사회규범에 적응하지 못함. 2. 기만적이고 간교함 3. 충동적이고 미리 계획하지 못함 4. 화를 잘 내고 공격적임 5.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의 안전을 개의치 않음 6. 시종일관 무책임함 7. 다른 사람을 해하거나 학대하거나 무언가를 훔친 뒤에도 가책을 느끼지 않음. 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것 같다. 이럴리가. 아차. 그 다음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APA의 정의는 진정한 의미의 소시오패스나 사이코패스를 진단하기 보다는 단순히 "범죄성(criminality)을 더욱 잘 묘사할 뿐이라고 생각하는 연구자들과 임상의학자들이 있다. 이들은 추가로 입증된 소시오패스 집단의 특징들을 지적한다. 그 가운데 보다 빈번하게 목격되는 한가지 특징은 말 잘하고 번지르르한 매력으로, 진정한 소시오패스는 이를 통해 비유적으로든 글자 그대로든 다른 사람들을 '유혹'한다. 이 일종의 카리스마를 통해 주변의 대다수 보통 사람들보다 더욱 매력적이거나 더욱 흥미롭게 보인다. 즉, 그(혹은 그녀)는 다른 모든 사람들보다 더욱 자발적이거나, 열정적이거나, 섹시하거나, 재미있거나, 혹은 더욱 '복잡'해서 매력적인 사람으로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이 '소시오패스 카리스마'는 아따금 강한 자기가치(self-worth)를동반하는데, 이는 처음 보기엔 아주 그럴싸에 보이지만 보다 가까이 들여다보면 이상하거나 어처구니 없게 보일 수도 있다. "내가 얼마나 특별한지를 언젠가는 세상도 깨닫게 될꺼야." "나를 만난 뒤로는 다른 어떤 연인도 만족스럽지 않을꺼야">(p22~23)
갑자기 그가 아닌 그녀 주변의 수많은 "매력적인" 친구들이 생각나서 어찌할바를 모르겠다.
 
소시오패스는 전체 인구의 4%정도를 차지한다. 그렇다고 그들이 다 극단적인 성향을 가진 범죄자(=싸이코패스)유형의 인간들은 아니다. 그들은 그저 엄청나게 매력적이고, 보통 이상의 자극을 추구하고, 병리적인 거짓말과 기만행위, 그리고 기생적인 '친구관계'를 가지는 사람일 뿐이다. 어떤 이들은 사회적으로 취약한 계층에서 태어나 사회적으로 취약한 위치에서 평생 고 주변의 몇명을 괴롭히며 살아가기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그 보다 더 크지만 살인보다는 약한 일을 벌이면서 살아가기도 한다. 예를 들어 1970년대 미국에 있었던 스탬프맨(Stamp man:당연히 별명이다)은 단순히 우체국 직원들과 경찰들이 허둥지둥 대는 모습을 보기 위해 우체국을 털고 우체국 근처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감옥에 잡혀들어가고, 다시 나와서 우체국을 터는 삶을 반복했다. 그렇지만 지능이 아주 높은 경우에는 실상 우리가 생각하는 모든 고위직에 오를 수 있는데, 이는 남들보다 더 잔인하고 결단력있게 행동할 수 있기 때문이고, 그들이 위험을 선호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기도하다. 심지어 히틀러나 무가디 처럼 대량학살을 저지르는 사람도 있다. (소시오패스의 유형에 대한 연구는 아직까지 이루어지고 있는 "중"이다. 예를 들어 시어도어 밀런(T.Millon)은 소시오패스의 유형을 10가지로 분류했는데 탐욕적인/부도덕한/불성실한/위험을 무릎쓰는/용기 없는/격정적인/무례한/악의적인/폭군적인/해를 끼치는/으로 구분했다.)

다시 말하면 소시오패스란 애정과 애착 그리고 거기에서 비롯되는 책임감과 의무감이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인데, 한마디로 요약하면 양심없는 애들이다. 문제는 다른 모든 정신 질환이 질환의 당사자에게 얼마간의 개인적 고뇌와 비참함을 수반하는데 비해서 소시오패스들은 유일하게 당사자가 전혀 괴롭지 않은 "질병(?)"이다. 소시오패스들 대부분은 자신의 삶에 아주 만족하며 이런 이유로 치료법도 없고 치료를 받을 생각도 없다. 그들은 단지 세상을 게임처럼 인지하며 자신의 목표 달성을 위해 다른 이들을 그저 도구로밖에 인지하지 않는다. 무서운 것은 그들이 사회화되면서 타인의 감정회화에 심지어 <일반인보다 더> 잘 적응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거짓으로 애정을 갈구하고 거짓으로 눈물을 보이기도 하는데 이유는 단 하나 "양심 있는" 사람들이 자신을 "동정"할 때 자기가 가장 편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소시오패스라는 존재들은 왜 생기는 걸까? 모든 인간이 가진 질병이 그렇듯이 이것도 <날 때부터 소시오패스>와 <살다보니 소시오패스>로 구분될 수 있다. 여기에 사회의 문화, 개인적인 경험등이 버무려져서 탄생한다. 이에 대해 더 자세한 설명은

어쨌든 이런 25명중에 한 명인 소시오패스, 양심없는 사람들을 만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피하는 것"뿐이란다. 어쨌든 이 책을 쓰신 마샤 스타우트 박사님은 소시오패스 환자보다 소시오패스에게 당해서 마음에 헐어버린 정상인들을 더 많이 만나봤는데, 이유는 명확하다. 소시오패스는 양심이 없으니까 무슨 일을 저질러도 괴로워하지 않는다.(그렇지만 당하는 쪽에서는 무척 괴로울 것이다.) 그들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의 범위는 매우 원초적인 것으로 당장의 신체적인 고통과 쾌락 혹은 단기간의 성공과 실패에서 오는 희열이나 좌절이다. 좌절은 분노를 일으킬 수 있기에 종종 소시오패스들도 연애의 실패에서 상실감을 느끼는 것처럼 보이나,  그것은 단지 그들이 그들의 "소유권"을 주장할 물건을 잃어버린데 대한 화남이지 누군가 혹은 무언가를 잃어버린데 대한 상실감이나 슬픔은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증상은 Supernatural session 6에서 샘이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아무튼 나는 왠만한 소설책보다 훨씬 몰입도를 높이면서 여기까지 읽고, 담백하게 소시오패스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 다음 장은 소시오패스들이 일반인들이 그들에게 느끼는 "동정심"을 최대로 이용하는 사람들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니까, 만약 살다가 소시오패스들을 만나면 "얼른 도망갈 것", "동정심이 일면 당신이 바보", "넌 소시오패스랑 경쟁해도 게임이 안돼", "그들에겐 치료제란 없고 개선도 없어" 라는 조언으로 그녀의 인간다운 연민을 All kill 해버렸다. 결론 또한 완벽하다. "잘 먹고 잘 사는게 최대의 복수다"

호환 마마 전쟁보다 더 무섭다는 소시오패스의 존재를 인정하고 났더니 Path가 생각났다. 누가 연구했더니 한 개인은 많은 사람들을 알 수는 있어도 진정 '친구'라고 부를 만한 인간관계는 50명이상이 되지 못한다는 결과가 나와서 만들어진 counter-facebook 싸이트인 path. 오, 50명중에 2명은 확률적으로 소시오패스일테다. 더 많은 수도 있고, 더 적을 수도 있다. 전혀 도움이 안되는 이야기도 존재한다. 산업화되고 개인화된 사회일 수록 소시오패스의 숫자는 많아진다.

이 책을 읽는동안 나는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들/혹은 인간적으로 정이 안가는 이들(별로 많지 않다)/혹은 좀 두려운 상대들을 떠올려봤는데 실상 내가 제대로된 의학교육을 받지 않았고, 형용사라는 것은 아주 넒게 해석될 수도 있고 또 아주 좁게 해석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만약 그 혹은 그녀가  소시오패스라면 나 역시 충분히 소시오패스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소박한 웃음의 따뜻함, 누군가와 함께 있음에 대해 감사하게 하는 마음, 상실에 의해 느끼게 되는 슬픔, 이런 것들은 얼마나 소중하며 또 따뜻한가. 만약 누군가 정말로 이것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는 참 불쌍한 인간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언제나 결론은 긍정적으로. 그리고 조언도 받아들이자. 놀지 않는 것이 상책.


덧, 이 글에 나오는 모든 과학적인(?)이야기들은
당신옆의소시오패스 상세보기


덧, 공부하기 싫어서 쓴거.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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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eons
노트2010. 5. 25. 00:40
1. 각 사회는 그 사회가 다른 것보다 중요시하는 핵심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이 가치의 위계 서열을 가치 체계라고 한다. 이는 문화를 통해 사회가 내적으로 통합되는 원리를 형성하게 된다. 개인에게도 역시 가치체계가 존재하는데 이를 흔히들 "가치관(價値觀,values)라고 한다. 정리하자면 가치관이란 한 사람이 가지는 어떤 사물이나 대상의 역할,의의, 중요성등에 대한 평가를 의미한다.

2. 괴짜심리학이라는 책의 맨 앞부분에 Q테스트라는 것이 나온다. 이마에 Q를 써보라고 하는 꽤 간단한 성향 테스트이다. 어쨌든 이것은 자신의 가치관을 사회의 가치체계와 일치시키느냐 그렇지 않느냐를 판단하는 테스트이다. 
물론 극단적으로 자기자신만의 가치체계를 가진 사람은 물론 아주 간간히만 존재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환경에 적응하고 교육 받기 때문에 사회의 가치체계 안에서 자신의 가치체계를 구축해간다. 그렇지만 사회가 제시하는 가치들중 어떤 것을 받아들일 것인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인가를 스스로 결정하는 사람이 있고, 사회의 가치 대부분을 그대로 흡수하는 사람들이 있다.  

3. 보수적인 가치관은 기존의 가치체계를 중시하는 것이고 진보적인 가치관은 기존의 것의 일부 혹은 전체의 수정을 꽤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실상 어느 사회에서든 주류는 보수, 개혁은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다. 덧, 이것은 사회적인 수준의 이야기이지, 정치적인 수준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말만 보수/진보지 별반 다를 바 없는 정치권은 뭐냐는 질문을 회피하기 위해 단 단서이다 --; )

4. 오늘 C와 오랜만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버스를 타고 분당으로 돌아오던 길이었다.
 "A나 B가 너에게 80점 이상의 사람들이라면, D나 E,F는 60점 플러스 마이너스인거야. 물론 D,E,F도 나름대로 매력적이지. 하지만 걔네가 가지고 있는 매력들은 니가 별로 큰 가치를 두는게 아닌거지. "
라고 C가 말했다.

5. 그렇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도 나의 가치관을 가지고 있고, 다른 가치보다 우선하는 항목들이 분명하게 있다. 그래서 우리는 각기 다른 사람들에게 매력을 느끼는 가 보다. 누군가가 <쟨 너무 지겨워>라는 말을 하는 "쟤"를 나는 <너무 너무 매력적인걸> 이라고 말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이런 것이다.
내가 말했다.
<내가 남자라면 Z와 결혼하고 싶을것 같아>
그러자 남자인 친구가 대답했다
<그러니까 니가 여자인거야>


6. 그러니까, 내가 하려는 말은-아무튼 또 쫑알쫑알 떠들어 대는 바람에 옆 길로 새어버리기 일보 직전이지만 각설하고 본론으로 돌아가면- H는 나의 가치체계에서 아주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사람중에 하나라는 것이다. 고 녀석이 그걸 알아서 그렇게 까부는 지는 모르겠지만. -_-; 담담하고 꾸준하게 자신의 길을 가고 있으니까! (사람은 역시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바라는 것인지, 나 역시 내게 없는 항목들에 높은 점수를 부여하고 있다. 성실, 인내, 침착, 등등등)

7. 왠지 "안녕"이라고 말할 때 너무 아쉬웠던 것은, 자주는 아니었지만 엉뚱한 농담 코드로 나를 깔깔 웃게 해주고 뼈가 저리고 마음이 시린 멘트를 마구 날려주어서 나에게 현실을 자각 시키며 휘청휘청하게 만들어서 였어서랄까. 아무튼 때때로 그리울 꺼 같아 T-T  흑흑

8. 아무튼 그래서 우리는 가로수길의 Deux Amis라는 까페에서 수다를 떨었다. 가로수길에서 올라가다가 리틀사이공 골목으로 들어가서, 리틀 사이공을 끼고 오른쪽으로 돌면 있음. 엄청나게 단, 직접 만드는 케익을 파는 것이 특징 (케익은 6500원 정도). 커피값은 평범했고 리필 가능(사랑해요 사장님). 테라스 자리가 꽤나 좋고, 테이블마다 생화가 꽃혀 있는 것도 좋고, 사장님이 친절한 것도 좋고, 의자가 예쁘다는 것도 좋은 가게.



9. 가치관이라는 것은 역시나 변하기 마련이라서, 스무살 때 중요시 하던 가치와 지금 중요시 하는 가치가 다르다. 나에게 있어서 "성실함"이라는 덕목은 비중은 점점 상승 중. (나이를 먹는다는 증거처럼 들리는 발언) 변하지 않은 게 있다면, 그때나 지금이나 "믿을 수 있는"사람이 좋고, 내게 있어서 믿을 수 있는 사람이란 "한결 같은" 사람이다. (한결같이 성실해도 좋겠지만, 한결 같이 뺀질 거려도 좋다.)

10. 스무살 때 그와 사귀었던 것을 스무살의 나의 가치체계에서 그는 95점짜리 인간이었기 때문이고, 스물 일곱에 그와 사귀지 못한 것은 나의 가치체계가 변하고, 그가 변해서 나에게 그가, 또 그에게 내가, 50점대의 인간이었기 때문 아닐까. 시간이 흘러가는 것은 인간의 능력의 범위가 아니고, 내가 변하고 또 타인이 변하는 것도 바람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니까. 우리의 시간들을 흘러갈테고, 타인의 선악을  "판단"할 수는 없다는 것을 충분히 배운 나이가 되었지만, 판단할 수 없어도, 만나고 헤어지는 것은 할 수 있지.

그러니까, 오늘도 함께 있는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헤어진 사람들에게도 감사하고. 내일 만날 사람들에 두근거리면서 살아도 되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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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eons
노트2010. 5. 17. 01:57
1. 인간은 적응의 동물인데, 이게 어디까지 신뢰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살면서 수백만 가지의 변화에 적응한다. 그렇지만 가끔 엄청나게 중요해서 꼭 감당해 내야 하는 변화에도 적응하지 못하니까, 인간이 적응의 동물인지 비적응의 동물인지는 모를 일이다.

2. Y를 만난 후에는 블로그를 홀라당 까먹고 샌디에고-LA-샌프란으로 이어지는 수다에 여념이 없었는데, 어제 문득 든 생각은, 여기가 써니베일인지 한국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내일 비행기를 타면 아쉬움과 함께 그곳이 써니베일이었음이 분명해 지겠지.

3. 비행기 표를 사려고 마음 먹는 때는 여행에 대한 기대가 최고조에 올라서, 마치 세상에서 가장 멋진 곳으로, 낯선 곳으로, 행복하거나 아름답기만 한 극단적인 장소에 갈 것 같지만 막상 비행기표를 사고 나면 그 순간부터 기대는 현실이 되고, 굉장히 귀찮아 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비행기를 놓치기는 쉽지 않고 나는 단 한 번도 비행기는 놓친적이 없기도 하다.

4. 무언가 특별한 계기가 없으면 여행-특히 해외-은 <거기 가서 뭐하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어서 금새 생각이 쥐구멍으로 돌아들어가 버리고는 한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한국에 있어도 내가 할 일은 그다지 없다.
그러니까 이 깨달음은, 내일 20일만에 한국으로 돌아가게 생겼는데, <아, 근데 거기 가서 뭐하지>라는 생각이 퍼뜩 들어서 얻게 되었다랄까. 나는 이곳에서 여기 붙고 저기 붙는 떠돌이 인생에, 베실베실 웃으면서 밥을 얻어먹는-식당이든, 오빠네 부부로든, Y네 부부로든- 형편인데 마치 이 곳이 나의 현실이고 일상인냥, 내 진짜 현실로 돌아가는 것을 낯설어 했으니, 적어도 "미국 땅에는 완벽 적응". 하지만 "현실로부터는 도피" 상태랄까.

5. 인간은 상황이 주어지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데, 그게 어떤 변화가 주어저도 적응 할 수 있다와 같은 말일까? 11인치 노트북 모니터에서만 글을 쓰다가, 아무튼 몇 인치인지대강도 감이 안 잡히는 SONY 티비에서 글을 쓰고 있으니 뭐든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출발 목표를 10시로 잡은 것은 나 혼자만 아는 사실인데, 안방에서 그들이 마치 10시에 제깍 "이제 나가자"라고 말해 줄 듯하니 적응을 위한 노력에 조력자가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임에 틀림없다.

6. 그러나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테고, 분명 또 그곳에서 다른 누군가를 만날 것이다. 혹은 지금 내가 생각하는 일상이 아니더라도, 어떤 세계로 들어갈 테고, 그곳에서 또 다른 누군가를 만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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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eons
노트2010. 4. 19. 17:59


1. 현대인은 소비하는 존재이다. 케네디가 니가 나라를 위해 뭘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라고 소리 친 이후 개인은 나라를 위해 돈을 마구 쓰는 기능을 가지게 되었다. 없으면 꿔서라도.

2. 소비하는 기쁨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우리는 소비하는데서 기쁨을 느낀다. 소비로 인한 소유의 기쁨은 이것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경험상 알다싶이 소비의 기쁨은 소비의 순간 부터 하락하기 시작하여 다시는 되돌아 오지 않는다. 그래서 다시 아드레날린을 분비하기 위해 우리는 다른 것을 산다.

3. 자유시장을 비판하는 유럽의 수정자본주의자들은 이런 주장을 한다. 결국 자본주의는 필요하지 않는 것을 사게 만들어버리기 때문에 파멸적이라는 것이다. 인간의 욕심을 끝이 없고 이것을 이용해 자본가들은 끝없이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 내고 -슘페터는 이를 innovation(번역도 멋들어지게했다  "혁신")이라 칭했던가- 그것을 사도록 조장한다. 마케팅과 PR이라는 분야가 얼마나 유망해졌는가.
그러나 사고 싶을 때 사지 못하면 그건 그냥 잊혀지고 실상 삶에 큰 불편이 없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안다.

4. 그래서 법정 스님처럼 대단하신 분은 이런 범인의 질곡에서 해탈하시고자 무소유를 주장하셨지만. 나는 나라를 위해(?) 무언가 해야하기 때문에 (난 아주 잘 사회화 된 아이니까 (ㅋㅋㅋ) )오늘도 쇼핑 리스트를 만든다.

   (1) LUMIX GF1 :이라고 썼지만, 그저 카메라가 가지고 싶은 것이니 다른 것을 살수도
   (2) Cycle; 사실 유사싸이클이라고 좀 작은 아이가 가지고 싶은데 비싸다 (-_-; )
                하지만 도둑 맞고 도둑 맞고 또 도둑맞아도 탄천 변을 달리는 나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즐겁다. 아하하
   (3) 운동화: 민트색 운동화가 가지고 싶다는 것은 상상속의 바램 -_-; 
                 이렇게 구체적으로 생각하면 못 사기 일쑤임으로.
                 그저 예쁜 색깔의 스니커즈가 가지고 싶다.
   (4) 옷도 좀 사야지. 백화점 개장 시간에 들어갈테다 -_-;
   (5) iPhone: 엉엉 갖고 싶어. 나를 노예계약에서 풀어줄 이웃나라 왕자님은
                어디서 뭘 하는게냐!
   (6) Shoes: 사실 내가 현명한 소비자라면 나에게 가장 급하게 필요한 것은 구두;;

5. 이렇게 짧게 쓰는 건 뭔가 나답지 않아서-독자가 늘어버리면 어떻하지, 라고 걱정하면서-덧붙이자면. ^^;
인간은 타인을 판단할 때 단지 그의 몸뚱아리와 내면의 무언가-이것에 대해 많은 명칭이 있다. 영혼이라던가 마음이라던가 정신이라던가-만을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 가장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되는 것은 그가 무엇을 가지고 있느냐다.
어떤 옷을 입고-난 못생긴건 괜찮아 못생겨도 매력적인 얼굴이 있기 마련이지  하지만 옷 못입는 여자는 안되겠어  라고 말하는 남자아이를 본 적 있다-어떤 차를 타고-강남에서 여자를 꼬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잘생기거나 말을 잘하거나 할 필요없이 그저 페라리를 끌면된단다. 참고로 난 자기 스스로 로디우스를 골라 산 사람이랑은 절대로 절대로 사랑에 빠질 수 없다고 생각하니까- 어디 살고, 좀 무형적이지만 분명 소유의 대상임엔 확실한 어느 대학을 나왔고 어떤 직업을 갖고 등등등. 물론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음은 분명하다.

명심해야 할 것은 타인을 그가 가진 것으로 판단 하는 사람일 수록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같은 판단을 내린다는 것이다.(개인의 사고 체계는 무척 일관되어 있다.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력한 자기 규칙 하에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지롱)
그러니까 우리가 무엇을 사면서 느끼는 쾌락은
1)그런 물건을 가진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나 특성을 자기도 갖게 되었다는 생각과
2)새로운 영역으로 자아를 확장했다는 사실
에서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지와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내 본질적인 자아에 변화를 주는 것은 아니므로 진정 자신의 내면이 그렇게 확장되지 않는 이상 소비 이후의 기쁨은 급속히 줄어드는 것이다.

6. 그러므로 자꾸 뭔가를 사대는 사람은 사실 자아가 불안한 경우가 많고(변화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재벌이 아닌 우리는 소유의 기쁨의 효과를 만끽하기 위해(돈이 없으니까) 좀 더 자아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한정 된 자원내에서 큰 효과를 보기 위해, 진정 자신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와 물건의 구입보다는 자기 자신을 발전 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7. 그러니까 결론은 몸과 마음을 살찌우는 아이가 되어야 한다는 것. 
이유는? 돈이 없으니까 -_-;

8. 조용히 내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보니, 지금 내 자아는 카메라보다 밥을 원한다.
(이런 현실과 욕구의 완벽한 조화에 맞는 형용사는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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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eons
노트2010. 4. 3. 23:54


1. 화폐가 생기기 이전의 인류는 필요한 자원을 자력으로 생산하거나 물물교환으로 얻어냈다. 화폐는 물물 교환 시장이 가진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나타났다.

이 문제점을 욕망의 이중적 일치(Double coincidence of wants)라고 한다.

욕망의 이중적 일치(Double coincidence of wants)

; 물물교환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내가 원하는 물건을 상대방이 내놓는 동시에 상대는 내가 가진 물건을 원해야 한다.

욕망의 이중적 일치를 이루기가 매우 어려워 효율성이 떨어지므로 화폐가 발달하기 시작한다.

2. 관계에도 욕망의 이중적 일치는 필요하다. 그런데 왜 사랑에는 화폐가 생기지 않은 걸까.
내 마음을 100개로 쪼개 열다섯개쯤 네게 줄게. 위험 분산의 차원에서 저 남자에게 열개쯤 주고. 너의 마음은 마흔 네 개로 쪼개졌으니 우리의 환율은 0.44구나. 내 마음은 선진국인가보다 물가가 왠간해서는 요동을 치지 않는데 니 마음은 이멀징마켓이라 아주 물가 상승률이 두자리 수구나. 결국 내 마음은 하찮기 그지없어 지겠으니 여기서 물러설 때인가보다. 본전은 생각하지 않을께 쫄딱 안 망한게 어디니.

그래도 말이야, 나는 네가 내 마음을 오래된 사진처럼 소중하게 간직해야 줬으면 했다. 하얀 코끼리처럼 참으로 쓰잘데기 없는 것일지라도 어느 날은 의무감으로 어느날은 진심으로 돌봐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바랬다.

3. 애정의 화폐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우리가 단지 효율성만을 추구 하는 존재는 아니어서 아닐까

영화 아바타에 명대사중에 하나는 나비족이 협상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주인공이 하는 말;
"우리가 그들이 원하는 무엇을 가지고 있겠어요?"

4. "네가 내가 원하는 걸 줄 수 있을 것 같아?"

라는 태도로 사람을 대하면 친구가 없기 마련이다. 알몸으로 태어났지만 옷 말고도 가진 것은 많다. 비록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이것들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인간의 고뇌는 시작된다. 머리가 마를 수록 우리는 스스로의 가치를 의심하게 된다.).
분명히 우리는 상대가 바라는 "그것"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가족, 친구, 연인에게 바라는 것은 뭘까. 분명한 것은 그게 지독한 명쾌함을 추구하면서도 화폐와 같은 대체 수단이나 가치측정 도구를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 우리를 살아있게한다.

6. 사실 아바타의 명대사를 보고 실소했는데 물론 저 대사가 감동과 깨달음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은 느낌을 주지만, 욕망의 본질에 대해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욕망을 대상물을 인지한다음 깨닫게 되는 것이다. 닌텐도를 본 적 없는 아이는 닌텐도를 바라지 않는다. 부시맨들은 서양인들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옷을 입지 않고 지냈다. 언니만 둘인 K는 어릴 때 별로 자전거를 배워야겠다는 느낌을 가진 적이 없단다. 난 부모님이 오빠에게 10단 기어 삼천리 자전거를 사 준 다음날 두 무릎이 다 나가버렸는데!

덧, 그러니 자전거는 존재의 가치가 충분하다. 내 자전거 훔쳐간 놈 넘어져랏!-_-;

7. 마치 돈만 있으면 뭐든 다 얻을 수 있어보이지만-심지어 사람 마음도-돈으로 얻었기에 가치가 떨어지는 것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심리학에서 인지적 부조화 실험. 내용은 이렇다. 아주 지루하고 반복적인 일을 시킨다음 첫번째 그룹에게는 실험 참가비로 1달러를 두 번째 그룹에게는 20달러를 주고 세번째 그룹에게는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그런 후 실험 참가 만족도응 조사하면 아무것도 받지 못한 사람보다 첫번째 그룹의 만족도가 더 적게 나온다는 것. 일견 객관적으로 보이는 척도가 나타나면 우리는 우리의 마음보다 그 잣대를 더 신뢰한다.

지금 내가 돈 때문에 포기하고 있는 가치는 무엇인가?
4월의 화창함?

덧, 고백한다. 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서 쓰고 있다.

8. 너무 길어질 것 같아 두 편으로 나눌까 잠시 고민하긴 했으나 어차피  포스팅을 꼼꼼히 읽어주는 건 많아야 셋 T-T

9. 욕망 자체가 그 존재를 확인하거나 정도를 측정하기 어렵기도 하지만 욕망의 이중적 교환을 어렵게 하는 것은 우리가 스스로에게 더 나은 거래를 하기 위해 욕망의 가치를 속이려는 유인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내 손안에 찾기는 만원쯤은 받아야 하고 남의 손에 솔개는 천원 짜리였으면 좋겠다. 물건이 아니어도 마찬가지다. 내 마음은 상처 받으면 아프니까 나한테 상처는 저 놈은 나쁜 놈이고 니 마음은 내 알 바 아니다. 눈에 안보이니까. 세상 누가 자신의 행복을 희생하면서 1남의 행복을 지지할 수 있을까. 그러니까 10년지기가 애인을 빼앗아가도 사실 본인이 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 밖에 없다. (받아들이고 나면 이민호같이 귀여운 애랑 같이 살게 될지도 모르잖니)

10. 그러나 역시 인간관계란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니까, 결국 감정에 솔직한 게 최고야. 라고 말하는 건 가끔 진리로 들리고 대부분의 경우는 딜에 실패한 루저들의 자기 위안 쯤으로 들린다.

11. 나는 후천성 루저 증후군 환자니까 오늘도 바이러스에 충성을 바치며 투덜거린다.
진심만을 말해도  쌓이는게 인간관계인데 왜 우리는 자꾸 거짓 신호를 발송하는 걸까. 인간은 가끔 사회화라는 명목하에 모두가 괴로운 룰을 만들어 내는 것 같아. 아, 나는 노이즈에 시달려 죽을 것 같아.

12. 투덜거리기는 인간의 마음을 편하게 만든다. (우리의 마음은 거래 실패자들을 위해 많은 장치를 만들어 두셨다. 진리는 이것이다. 능력이 없으면 낙천적이기라도 해야한다는 것. 뭐 능력이 있고 낙천적이면 더 좋고 ㅎ ㅎ)

13. 그러나 번번히 거래에서 실패하고 있더라도 사실 무엇보다 큰 위안은 존재한다.  미래는 알 수 없고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것?

14. 그래서 10년전에 H가 했던 말을 기억한다.
-모든 인간이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태어났다고 해보자고. 그게 누굴꺼 같아? 이미 만났을 거 같아? 아님 좀 더 살아봐야 할 것 같아? 왜 그 사람일 것 같아?
-글쎄 죽을 때까지 알 수 없지 않을까....
그런데 확실히 죽기전에 생각할 것 같아. 살면서 만난 모든 사람들에게 고맙다고...

15.스쳐감으로 나를 밀어주는 바람에게 감사하며

또 나의 미숙한 신호 발송을 노이즈로 취급하지 않는 그대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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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eons
노트2010. 4. 2. 23:56


1. Don't judge me.(혹은 Don't be judgemental.)
이라는 말이 우리나라에도 필요하다고 MJ가 말했었다.

2. 내가 누군가에게 화가 나는 이유는 99%정도 같은 종류의 감정의 소용돌이가 몰아쳐서다.
"니가 나한테 그렇게 말하면 안되지."
(a가 b와 처음 싸웠을 때의 이야기를 하소연 하듯이 했다.
"제가 막 화를 있더니 b가 뭐랬는지 아세요? 난 너한테 나에게 화낼 권리를 준 적 없어. 제가 얼마나 황당했다구요."
당시엔 내가 깔깔대며 마구 비웃어줬는데 사실은 나도 한통속이다. 우리 둘이 한통속이면 그건 모두 아빠 탓. )

저 말은 두가지 가능성을 내포한다.
 (1) 절대적인 도덕적 기준에서 그런 말을 타인에게 하는 것은 실례라고! (don't even try to rationalize everyhing by relativism. )

 (2) 네 기준에 맞춰 나를 판단한 다음 그렇게 말하면 안돼(don't judge me.)

3. 모순되어 보이지만 사실 저 두 규칙은 깔끔하게 정리될수 있다.  절대적으로 지켜져야 하는 가치가 존재하다면 그것은 지켜져야 한다.  절대적인 가치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타인의 논리와 생각은 내 것만큼 존중 받을 가치가 있다.

문제는 절대적인 가치라고 믿는 것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절대적인"이라는 말의 의미상 모두가 공감할 만한 것이어야 하는 거야,라는 전제가 들어가면 결국 우리는 상대주의의 오류에 빠진다. (세상 모두가 공감하는 가치란 건 없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하나도 없고 우리의 모든 행동들은 존중 받아 마땅해진다.

4. 상대주의가 곧 포스트모더니즘 나라의 스카이스크래퍼 쯤 된다지만 상대주의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이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떤 순간에는 "널 이해해"가 아니라 "이 일은 네가 잘못한거야"가 필요하다.  "내 인생" 이라고 이름표를 써붙인 자전거는 <참 잘했어요>와 "네 잘 못이야"라는 두 바퀴로 굴러간다. (자전거 타는 것보다 균형 잡기가 백배는 힘들다.)

5. 하지만 이 고집("네 잘못이야"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때문인가보다. 나는 결코 이 바람 저 바람에 춤추는 갈대같은 사람이 아니다. 덕택에 정(釘)도 많이 맞아보고 미움도 받은 적 있다. (물론 미움은 누구나 받은 적 있다 ㅎ) 변명이라면 내가 단 한번도 내가 잘 못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고민을 안해본 것은 아니라는 것. 가끔은 알면서도 모르는 척 저건 아니라고 생각해도 저 사람은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라고 생각하고 넘어간적이 있었다.

6. 하지만 그것은 단지 고개를 똑바로 쳐들고 내게 다가오는 세상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은 상상과 기대에 맞추어 돌아가지도, 이론과 논리에 맞추어 돌아가지도 않아서, 때로 생각지도 않았던 사건과 사고들이 그 잔인함을 드러내곤 한다. 그러니, 사실은 그것들을 마주 대할 용기 부족 했던 것 뿐. 알면서도 번번히 덤불 숲에 고개만 쳐박고 아무도 아무것도 보지 못했을 것이라고 믿는 한 마리 타조가 된다.

7. 가끔은 누가 편하게 사는 요령들만을 이야기 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솔직히 생각한다. 그게 바로 오직 상대주의만을 신봉하라는 것일까? 하지만 어디서부터 잘 못 된 것인지 오늘도 불필요하리 만치 많은 감정의 피를 흘리면서 살아가고, 상처 받을 것을 알면서도 누군가를 믿어버리고, 조금 더 솔직하고 진실했다면 우리가 좀 더 맑고 투명한 사람으로 서로에게 기억되지 않았을까라는 후회를 한다. 사실은 내 마음에 대못 박은 저 놈도 똑같이 그렇게 믿으면서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고 믿으면서.

물 샐틈 없는 논리로 자신을 포장 하려고 노력해도 결국에는 상대주의와 절대주의를 제멋대로 섞어서, 거기에 가득 오해와 거짓과 믿음과 애정을 버무린 드레싱을 쳐가면서 나는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마찬가지로 너도, 네가 믿는 가치를 손에 쥐고 열심히.

8. 다행인지 불행인지 세상은 모든 다양성을 인정하기에는 혹은 절대주의인가 상대주의인가 선택하기에는, 너무나 단순 명료할 때가 있다. 원하든 원하지 않았던 상대를 화나게 했다면 욕 먹을 수 있고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 건 돌에 맞은 개구리를 죽기도 하는 것이다. 내가 의도 하지 않았다고 해서 개구리의 죽음에 내 책임은 콩알만큼도 없는 걸까?

결론은 세상은 아주 분명한 형태로 지금, 내 앞에 현실로 보여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괴로워도 기꺼이 머리를 쳐 박을 찔레나무조차 마련해 주지 않은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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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eons
노트2010. 3. 30. 11:00

1. 내가 아는 어떤이의 이상형은 또 내가 아는 어떤이다. 이렇게 구체적 이상형이 있으면 사람들의 반응도 아주 재미있다

<<긍정적 반응>>
-아. 그런 타입?
-멋지지! 그 사람

<<중립적 반응>>
-아..... 걔
-아..... 왜?

<<부정적 반응>>
-너 취향 참 특. 이. 하. 다.
-보는 눈이 엉망이네
-왜? (대체 왜?)

2. 인간의 선호도 표준 정규 분포를 따른다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인류가 열심히 개발 해 온 교육 시스템의 승리이기도 하다.
심지어 우리는 좋아할 만한 사람이 어떤 타입인지도 배우고 또 충실히 그것을 실행한다. 이 말인 즉슨 당신은 첫만남에서 98%의 사람에게 호감을 살수 있는 타입일 수도 있고 반대로 98%에게 반감을 살수도 있다. 이런 극단적인 상황이 인기에 마저 빈익빈 부익부를 초래한다

그러니까 특이하게도 남들이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나 물건을 좋아하게 되었을 경우 그 마음을 지키키란 정말 어려운 것이 된다. 사람들이 하나 같이 입을 모아 말한다.
-걘 별로잖아!

3. 가장 큰 이유는 사람들이 타인을 대할때 대부분의 경우 눈에 보이는 것에 치중하기 때문이 한 이유일 것이다 (이에 대한 것은 이 전글 2010/03/26 - [노트] - 실패의 빈도와 인상
) 사랑에 빠진 이는 이런 세파에 당차게 반항한다.(반항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사랑의 힘이랄까 ㅋ)
-아냐 그 사람에게는 나만이 아는 좋은 점이 잔뜩 있어

그럼 타인들은 반응한다
-우리도 다 알아 그 좋은 점. 모를 줄 알았냐? 근데 그 정도 좋은 점은 개나 소나 다 있거든.

이런 인생에 도움이 되는 충고를 사람들은 대부분 잘 듣지 않는다. 그리고는 눈에서 콩깍지가 벗겨졌을 때야 비로소 말한다
-내가 미쳤었지
-그 때 니 말 들을걸

어떤 이는 다 경험이지. 너에게 어울리는 더 좋은 사람을 만나.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98%가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내 바람은 그 혹은 그녀가 영원히 그 콩깍지를 벗지 못하고 사는 것.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최적안인 것 같은데 말이다.

4. 분명히 내 마음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원하는 것이 진정 무엇인지 알기는 힘들다. 내가 살아온 궤적이 나의 판단을 방해하고-예를 들어, 내가 원하는 일을 하기에는 너무 고학력자이거나, 내가 원하는 일을 하기에 너무 저학력이라 금새 포기하게 되거나 등등-나의 가족이나 친구들의 기대가 나의 판단을 방해하고, 어디서 자라났는지 모르겠지만 이럴 때만 존재감을 드러내는 내 자존심이나 의무감 같은 것이 또 나를 방해하고,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살 때는 몰랐던 장애물들이, 아주 쉬워보이는 질문 "나는 진정 무엇을 좋아하는가?"라는 질문을 하면 나타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객관식 인생을 선호한다. (이 말은 엄밀히 꾸비스또님의 아이디어이다) "아, 나 이거 좋아해"는 "나는 __을 좋아합니다"보다 더 쉽게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표준 정규분포에 포함되어 간다. 어려운 질문은 머리만 아파요.라고 말하면서.

덧, 물론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제대로 알고 싶지도 않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극장에 가서, 예매율 1위의 영화를 보고, 뉴스에서 떠들어대는 장소에 가서 일요일 오후를 보낸다. 하지만 이게 어때서!! 사실은 시키는 일만 잘 하는 사람이 많아야 사회가 잘 굴러간다. 이것이 바로 사회화 교육의 진정한 목표.

5. 나는 음모론은 별로 안 좋아하니까 언능 접고, 다시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어쨌든, 우리는 첫째, <선의의 거짓말>, <예의 범절>이라는 컨셉으로 부정적인 반응이나 중립적인 반응을 하지 않는 법을 배웠고, 둘째, 비슷한 선호체계를 가진 사람들끼리 친구가 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자신의 이상형이 누구누구라고 말했을 때 그에 대한 부정적 혹은 중립적 반응은 잘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둘이 사귀는 것도 아니다. -->즉 현실화 되지 않았다. 현실화 되면 또 오른손을 번쩍들고 <난 반댈세>라는 사람이 나온다. ) 그래서 그들은 입을 모아 그 혹은 그녀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고 칭찬하고, 그들 그룹과 옅은 고리로 엮여 있는 또 다른 그룹은 <꼭 똑같은 것들끼리 놀아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안다. 똑같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것은 행운이라는 것 (그런데 그 행운은 꼭 내가 싫어하는 걔한테만 오는걸까. 내가 별로라고 생각하는 쟤한테! ) 단 하나 바라는 것은 제발 둘이서만 놀았으면 좋겠다는 것. (이런 발언을 할 때 마다 덤불 숲에 머리만 쳐 박은 다음 숨었다고 생각하는 타조가 나같다는 생각이 든다 -_-; )

6. 하지만 역시, 우리는 이상형인 사람을 만나 사귀고 결혼하게 되기도 하지만, 결혼 뒤에 이상이 산산 조각이 나기도 하고, 그리고 또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상형이랑은 너무 다른 사람을 만나 행복하게 잘 살기도 한다. 원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도 있지만, 평생 내가 뭘 원하는지 결국 발견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고, 아예 원하는 것이 없어서 그냥 물 흘러가듯이 사는 사람도 있다. 어떤 삶을 살던지 잘 못 된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 가장 중요한 것은 치열하게 고민하고 즐거워하고 괴로워 하는 삶의 순간 순간들 전부가 아닐까. 심지어 너무 쉽게 잊혀지는 사건들 사건들 까지.

7. 아무튼 그렇지만 아직 우리는 인생의 1/3 터닝 포인트를 채 찍지도 않았으니까 (앞으로 60년을 더 살 생각을 하면 가끔 끔찍하다. "가끔, 아주 가끔") 더 나은 미래라던지,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던지, 정말 내가 원하는 일이라던지, 모두 찾을 것이라고 꿈꾸면서 오늘을 채워가는 것이 정답 아닐까. 예뻐보이는 색깔로 물들이면서. 가끔 누군가가 욕해도 <넌 나랑 다른 선호체계를 가졌을 뿐이야!>라고 외쳐주면서.

그리고 나이가 먹으면 멋지게 기타를 들고 Eddie Vedder마냥 "oh~ i'm a lucky man to count on both hands the one I love"라고 노래해주자. 맥주도 마시고. 그 때의 그 대답없던 고민의 메아리들에게 껄껄껄 시원한 웃음을 날려주면서. 그때까지도 대답을 못 가졌다고 하더라도 원래 그런건 "some folks just have one, others they got none "이니까. (나 너무 Eddie Vedder 아저씨를 신봉하고 있는 걸까? )


8. 나는 내 이상형이 뭔지 모르겠다. 알고 싶지도 않고 ㅋㅋㅋ


덧, Eddie Vedder가 언제 그런 말을 했어! 싶은 사람은


Posted by aeons
노트2010. 3. 26. 00:46

 1. 우리는 저마다 타인에 대해 <인상>을 갖는다. 오랜만에 사전도 찾아본다. <동아 새국어사전>에서:
 인상(印像)  1)외래의 사물이 사람의 마음에 주는 감각 (image)
                 2) 마음에 깊이 새겨져 잊혀지지 않는 자취 (impression)
 구분 해야할 말은 人相: 사람의 생김새와 형세 (appearance, look))

외모, 행동, 말투, 함께 일어났을 때 일어난 사건 등 아주 수많은 요소에 의해 우리는 상대를 파악하고 저 마다의 기준으로 분류한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한다 "걘 이런~아이지."
응용 예문을 말하자면, "걔가 원래 그렇지." "역시 이미지란 무서워" 등등등

2. 이미지를 형성하는 대부분의 요소는 눈에 보이는 것이다. 한 번 만난 사람은 외모가 이미지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 하지만, 만남이 반복 될 수록 행동이나 말투의 비중이 올라간다. 물론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라는 말이 있지만 현실과 격언은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 나이가 모두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제 우리 모두 산타 할아버지가 누군지 쯤은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까 이렇게 말한다
보이는게 전부지. 그럼 또 뭐가 있냐?

3. 한 번 상대가 형성한 <내 이미지>는 좀처럼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상대의 눈을 신경쓴다. (물론 내 이미지 따위 니가 갖는 거지 내가 갖는 것도 아닌데, 라고 말하는 사람은 상대를 신경 안쓴다. 이런 류의 사람들에게 가장 쓸데 없는 책은 "착한 사람 컴플렉스 벗어나기" 같은 것이다.)
특히나 가장 꺼리는 것은 실패나 실수등 부정적인 면을 보이는 것. 누구나 타인에게 긍정적인 인상으로 남아있고 싶기 때문에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공부를 잘 하는/한 사람일 수록 실패나 실수를 보이는 것을 꺼리는 것은 당연하다. 어찌되었든 현대의 "공부"라는 것은 빨리 패턴을 찾는 사람이 유리한거고, 실패나 실수가 자신이 형성하고 싶은  "좋은 사람" 이미지에 얼마나 큰 방해물이 될 수 있는 지 잘 알고 있으니까.

4. 예를 들면, 자존심이 높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아이일 수록 자신의 실패를 타인이 목격하는 것이 싫기 때문에 잘하지 못하는 것은 아예 하지 않으려한다. 그래서 영어 시험에는 100점 맞으면서도 외국인이랑은 한마디도 하지 않는 한국 사람이 만들어 진다.

5. 빈도(頻度, frequency, 어떤 일이 되풀이 되어 일어 나는 정도)가 높다는 것은 그 만큼 신뢰성을 강화시킨다. 타인의 특정 행동에 대해 특정한 인상을 받았을 때, 비슷한 상황에서 상대가 똑같은 일을 다시 한 번 한다면, 우리는 그 사람이 비슷한 류의 다른 상황에서도 같은 행동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럼 그 사람은 <그런 상황에서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실 자신이 영어를 못하면,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영어를 못한다고 생각안하고, 안한다고 생각할테니까(부끄러운가? 쯤의 이미지로 남을 수 있다) 그렇지만 그 패턴이 반복되면, 저 사람은 영어를 하지 않는/못하는 사람이 된다. (어차피 못하는 사람이든 안하는 사람이든 쓸모가 없다는 결론에서는 같다) 그러니 만약 타인에게 영어를 못하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고 싶다면, 마냥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라는 것이다.

6. 얼마전에 선생님인 K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다. 어떤 아이들은 아주 활발해서 배운 것은 그 날 5번씩 써 먹으려고 하는 애들이 있고 어떤 아이들은 도대체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도 모르게 조용히 있는 애들이 있다고. 그것은 그냥 기질의 차이지만, 실력이 같은 그 두 타입의 아이들이 있을 경우 주위의 사람들은 활발한 전자보다 조용한 후자의 타입을 더 실력 있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유는? 실패가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덧, 말없는 남자를 멋있어 하는 여자들의 심리도 이런 것이다. 그녀는 완벽한 남자를 찾고 있는 타입일 수도 있다. 그런 남자는 세상에 없다는 것은 이미 깨달았겠지만, 현실보다는 꿈에 있는게 더 행복하다고 느끼거나, 그러니까 조용히라도 해줬음 좋겠어 라고 생각하거나.

7. 그러나 실패라는 것은 실행(practice)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과정 중에 하나다. 태어날 때 부터 할 줄 아는 건 숨쉬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없다  심지어 걷는 것도 도전과 실패를 거듭하며 배운다  이 말인 즉슨 누구도 실패로 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실패가 두려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결과는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 뿐이다.

8. 그러나 사람은 정말로 말초적이라서 본대로 믿고 자기가 생각한게 맞다고 확신하고 너보다 내가 너를 잘 알아 라고 생각하니까. 그러니까 대부분은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말하며 살아가고, 그래서 또 대부분은 그 타인의 시선에 벌벌 떠면서 살아간다.

9. 하지만 존재를 가장 위대하게 만드는 것은 그 가능성이다. 지금은 못 할지 몰라도 거듭 도전하고 셀 수 없이 실패하면서 변화 할 수 있다. (말했다 싶이 태양과 파도 그리고 시간이 모두를 도와 줄테닷) 여기에 관해 Ralph Waldo Emerson이 또 명언을 남겼다

"What lies behind us and what lies before us are tiny matters compared what lies within us."

정리하자면,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There are more than that meets the eye)

10. 그래서 어쩌라고?
라는 질문이 들어 올 것 같아서 대답을 고민해 봤다. 
다음의 전제를 기억한다. 하나, 시끄러운 인간도 좀 참아줘 본다. 둘, 말없는 인간의 정체를 파악하는 방법을 익힌다.
다음의 프로세스를 따라 실행한다. 첫째. 그냥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며 살 던 대로 산다. 둘째, 그러다 상대가 못 보았던 면모를 보이면 깜짝 놀란다. 셋째. 그리고 그 사건은 홀라당 까먹고 다시 세번째단계로 돌아가서 산다. (살던대로 사는 게 가장 편하다, 어쨌든 나는 최상의 대답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11. 그렇지만 오늘 내 옆에 있는 이 사람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 정도는 괜찮을 것 같다. (오늘 그 아이는 종이와 펜 없이 단 두번 만에 내 전화번호를 외웠다.)

덧,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 전의 실행의 실패요인을 분석하는 것을 영어로, postmortem이라고 한다. 원래 뜻은 시체해부(autopsy와 동의어). 실패한 사건은 이미 시체인 것인 것이다. 그렇다면 상대의 실패를 <상대에 대한 내 이미지>안에 담아 놓는 것은 결국 나혼자 시체를 끌어안고 있는 것이랑 다를 바 없지 않을까?
(정말 중요한 덧붙임이 있다면, 어찌되었든 10번과 11번의 과정들은 <사귈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들에게 적용해야한다. 아, 사귈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은 어떻게 정하냐고? 하하하. 그것이야 말로 삶의 아이러니랄까? 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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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eons
노트2010. 3. 23. 21:57
Strawberry on the short cake.

1. 동명의 일본 드라마가 있다. 당신은 조각 케잌위의 딸기를 먼저 먹습니까 나중 까지 남겨뒀다가 마지막에 먹습니까?
많은 일본인들이 저 질문을 한 번에 알아듣는지 아닌지는 나야 모르지만, 우리 나라에 그것도 내가 만나본 사람들은 대강 다 못알아듣더라. 그러니 제대로 의역하자면; 좋아하는 걸 먼저 먹는편? 아껴뒀다 나중에 먹는 편?

2. 경제학에서는 좋은 일에 뜸을 들이려는 경향을 완미효과(savoring effect)라고 한다. 남태평양의 섬에가서 한달 간 휴가를 즐기는데 내가 돈은 다 대줄께. 언제쯤 떠나고 싶니? 라고 물으면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일주일 후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나쁜 일은 당장 겪고 싶어 하는데 이를 공포효과 (dread effect)라고 한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인간의 행동 특성을 심리학에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사건이 일어나기전까지의 인간의 기대감의 문제라는 것이다. 즉 좋은 일이 생기기전까지는 드 사건이 실제로 일어났을 때를 상상하며 즐거워 할 수 있기 때문에 상상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려고 한다. 하지만 나쁜 일일 경우 그 일이 불러 일으키는 공포나 불안감을 없애고자 되도록 빨리 경험하려한다는 것이다. 

  <Good Things> ~기대/ 즐거움~
------@---------------------------!----->
        현재                                    사건
   <Bad Things>   ~불안/ 공포~
(과연?)

3. 역시나 나는 경제학에서 말하는 훌륭한 소비자가 아니라서, 좋아하는 걸 꼭 나중에 먹으려고 한다.
도서관에 있으면 가끔 입이 심심해서(그러나 도서관은 언제나 군것질하기 용이하지 않은데 위치하니까) 사탕을 사다놨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레몬맛인데, 항상 사탕을 꺼낼 때마다 "음 레몬맛은 아꼈다 나중에"라고 생각하는 바람에 결국 어느날 문득 알아차리고 보니 사탕 상자에는 온통 레몬 맛만 남아있는 것이다.
내 사탕 상자를 목격한 Master Shin이 노란 사탕을 입에 집어 넣으며 말했다.
"리라야,이게 무슨 뜻인지 알아? 넌 M이야."
Shin이 심리학이나 의학(그 중에서도 정신과)을 전공하지 않아 주어 얼마나 다행인지. -_-;;

덧, M 은 마조히스트의 M

4. Strawberry on the short cake의 문제에 대해 주절 주절 설명을 하자 Y가 넌 늘 별 쓸데 없는 걸 묻는다는 듯이 대답했다.
난, 딸기만 먹어

5. 이 문제가 얼마나 기대/공포의 문제로 치환 될수 있는지도 ,가학/피학의 문제로 설명 가능한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온통 노란색 사탕만 남은 상자안을 보니까 순식간에 사탕이 먹고 싶지 않아졌다. 그러니까 내 말은, 많이 좋아해도 선택은 시간과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도 레몬맛 사탕을 가장 좋아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으니까! 그리고 또 하나는 나는 레몬맛 사탕보다 다양성과 선택권이 주어지는 상황을 더 좋아한다는 것.

5. 아무튼 계속 구차하게 변명을 해 봤자 뭔가 내가 S나 Y에 비해 소인배임이 분명할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별 상관없으면서도 묘하게 자꾸 이어서 생각이 나는 이야기를 해 보자. 이런 유명한 실험이 있다. 인내력이 성공에 아주 주요한 요소 중 하나라는 것이다. 스탠포드 대학의 월터 미셸 박사는 이런 실험을 했다. 실험자는 마시멜로우를 담은 접시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방안에 혼자 있는 아이에게 자신이 올 때까지 먹지 않고 있으면 2배의 마시멜로우를 주겠다고 말하고 나간다.
90%가 넘는 아이들은 마시멜로우를 홀라당 먹어 버리지만 참고 기다리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이 아이들이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확률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의 교훈은 이렇다
첫째 미래 가치를 고려하는 사람이 성공한다.
둘째 인내심이 있는 사람이 성공한다.
셋째 먹을 걸 두배나 줄 수 있는 사람 말을 잘 들어야 성공한다.

마쉬멜로우를 좋아하지 않는 아이가 성공할 게 아니고? (적어도 메타볼릭 신드롬에 걸릴 가능성은 적어보인다. 건강도 성공의 중요한 요소다 알다시피)

이 이야기의 진정한 위너는 다음과 같은 아이들이다. 홀라당 먹어치우고는 실험자가 돌아오면 자기가 안 먹었다며 빨리 약속한대로 2배의 마쉬멜로우를 달라고 한다.
Posted by aeons
노트/단어장2010. 3. 12. 23:04

1. 회상(回想): 지난 일을 돌이켜 생각함=추상(追想) ((동아 새국어 사전))
  
 영어로 회상을 찾아보면 4가지 단어를 대강 뽑을 수 있는데, retrospect, reminiscene, memoirs, flashback.
   reminiscene는 일반적으로 <회상>하다에 가장 가까운 단어로 주로 기쁜 일, 즐거웠던 추억들을 돌이켜 생각하는데 쓴다. 반면 retrospect는 주로 in retrospect의 꼴로 쓰여서 과거에 대한 후회나 반성을 나타낸다. 예를 들면 In retrospect, I would not do it. 이런 식?
   memoirs은 주로 유명인의 회고록이나 유명인이 자신의 과거를 회상한 것을 말하고, flashback은 나머지의 "회상"과는 좀 다른데, 주로 영화에서 주인공이 예전 기억을 떠올리며 장면이 과거로 전환되는 것을 말한다. 혹은 그 와 같이 현실에서 갑자기 과거 생각이 샤샤샥 스쳐지나갈 때를 말한다.

2. 회상(回想)이라는 단어와 땔레야 땔 수 없는 아이는 이놈, 바로 기억(記憶), 동아 새국어 사전은 이렇게 풀이한다. 지난 일을 잊지 않고 외워둠. (에잉 낭만없는 국어사전 같으니). 뭐 생물학 사전은 더 낭만없게 설명한다. 학습한 것이나 경험한 것 등의 정보를 축적하여 나중에 그것을 재생할 수 있게 하는 대뇌의 기능.우리가 익히 아는 영어단어 memory.

3. 또 못 그리는 그림을 그려 차이를 설명하자면
 
<정말 타블렛이 필요하겠군요 -_-; >

3. 알다싶이 언어의 세분화는 그 나라의 문화를 반영하기도 하는데, 영어가 긍정적인 일/부정적인 일에 쓰는 단어가 다른데 한글을 비롯하여 한자문화권은 모두 회상(回想). 사실 오늘 이놈의 회상에 집착하고 있는 이유는 단지 오늘 아침 회상(回想)이라는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해서.
여기서 문제, 그렇다면 오늘 아침 내가 혼자 중얼거린 노래는 누구의 회상일까요?

(1) 산울림의 회상
 
 
(2) 임지훈의 회상
 

** 김성호 버전도 있어요**
 

(3) 터보의 회상
 

4. 물론 부활의 회상도 있다는 생각이 Youtube를 뒤지니까 들었다.. 아무튼 그렇지만 우리나라 회상은 몽땅 다 헤어진 이야기. 다들 왜 헤어지고 난리야? 라고 생각하니,
사실 지금도 만나면 <회상>할 동기는 줄어든다. 현실은 아릅답지 않고, 추억에는 낭만이 있는 법이니까. 마치 오늘 같은 날에는, 80년대 가요가 더 좋은듯이 느껴지듯이 말이다.

5. 터보의 회상 중에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하겠지>라는 부분이 있지 않나? 저런 말은 어느 나라 말로나 관용어구처럼 존재하는 게 가끔 신기하다. 많은 사람이 공감한다는 걸까. Things will get easier as time goes by.
하지만 이에 대해 앤디 워홀이 이의를 제기했다. 앤디 워홀이 말하기를,

"그들은 시간이 모든 것을 바꿔놓는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당신이" 바꿔야한다"

6. 어제 무소유하고 싶어서 침대에서 데굴데굴 탄천 가를 화다다다닥 달리고도 못하겠다 싶더니 오늘 갑자기 평정심이 찾아든다. 이제는 놓아줄 때가되었음을 깨닫고,내가 마음을 먹기만 하면 시간이 많은 부분을 도와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과거에 Sun이 말했었다
"지중해의 파도와 태양, 그리고 시간이 너를 도와줄꺼야!!"

7. 내가 흥얼거린 것은 산울림의 회상. Sun이 한 말은 "너도 까매질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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