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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3.16 그대, 그리고 나 6
  2. 2011.03.03 그건 사랑이었을까. 2
  3. 2011.02.20 배꼽의 때. 2
  4. 2011.02.10 어제 산 청바지에 관한 고찰 5
  5. 2010.12.13 당신의 정체는? 1
  6. 2010.11.26 엄마의 위로 1
  7. 2010.11.21 이유
  8. 2010.11.12 어느 날, 그해 여름. 5
  9. 2010.11.09 부당거래
  10. 2010.10.29 2010, 제주도-장흥 노력항. 4
그대가 머무는 풍경2011. 3. 16. 01:31

누군가에게서 우연히 그 사람의 이름을, 또 그 사람의 소식을 듣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다. 오히려 그보다 셀 수 없이 많이 내 스스로 그 사람의 이름을 끄집어 내고, 그 사람의 현재 상태를 상상해보고는 한다. 그래서 이루어지는 그와 나의 수많은 가상의 대화들 속에서 나는 늘 담담하고, 이제는 그로부터 엄청나게 멀리 떨어져 나와있으며 그만큼 덤덤하다. 그렇지만 현실세계의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 인정하기는 싫지만 조금 피가 빨리 돌기 시작하고, 동공이 확장되고, 피부가 긴장하며, 멜랑꼴리라고 부를 수 있는 그 미묘한 여운이 하루종일 빙글빙글 내 주변에 맴돈다.

그렇지만 시간을 되감아 그와의 관계를 다시 한번 시작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사실 나는 그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사랑에 빠진 이후에는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아마 그가 희대의 살인마라고 해도 사랑에 빠진 이후에는 그런 것은 중요치 않았을 것이다. 그의 단점들이 보이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그의 단점 모두를 내가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에게 미쳤다. 그는 그랬던 내가 부담스러웠을까? 혹은 우리는 같이 미쳐있었나? 아무리 생각해보려해도 그때의 그가 생각나지 않는다.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그는 어떤 사람이었던걸까 과연.

오늘 우연히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나름대로 자신의 삶을 잘 만들어나가고 있다고 믿는다. 그와 함께 썼던 작은 우산에 한 쪽 어깨가 흠뻑 젖는 줄도 모르고 은근하게 다가와 머물던 그의 따뜻한 냄새 때문에, 비오는 날이면 그가 생각난다. 그렇지만, 우리가 정말 이 자리에 머물렀던가? 함께였던가? 서로를 응시했던가? 웃었던가? 울었던가? 사랑했던가?
그런 것들은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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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소리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는 판례를 읽으며 A를 떠올렸다. 내가 좋아했던 그의 명석함!!  그러나 머리 좋은아이들은 골치가 아프다는 큰 깨달음을 그는 나에게 남겼지.

A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데는 "분명" 이유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나도 그가 그 말을 할 때 그 말에 참 많이 공감했는데, 현실이 아이러니한 것은 지금 이 시점에 와서 도대체 그와 내가 만난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이었냐는 이야기를 한다면 나는 모르겠다는 것이다.

예전에 "최고의 드라마"인 "연애시대"에서 오윤아가 퇴장하며 감우성이 이런 나레이션을 한다. "자꾸 신경 쓰이고, 자꾸 생각나고, 도와줘야할 것 같고, 그게 사랑이었을까?"라고. 하지만 극중 감우성은 오윤아가 아니라 "은호"(손예진)를 선택하는데, 그렇다면 그건 뭐였을까? 사랑이었을까?

얼마전에 레이몬드 카버의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을 읽으면 거기서 주인공이 말한다. 우리가 너무 흔하게 사랑을 말해서 그 고귀한 감정이 가치 없어진거라고. 만나고 헤어지고 다른 누구와 또 사랑에 빠지면서 함부로 그걸 사랑이라고 말하지말라고. (그와 대화를 하는 그의 부인은 전 남편이 그 부인에게 폭력을 행사했고 결국 그녀가 떠나자 권총을 입에 물었는데, 그 부인은 남편이 자신을 사랑한 것이라고, 그렇지만 그 방법이 틀렸을 뿐이라고 말한다.) 어쨌든 그 이야기가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하지만, 그보다는 더 넓게 더 흔하게, 더 쉽게 사랑이라는 말을 써도 그 말, 달아지거나 흔해지거나 가치없어지지 않지 않을까.

뭐 이런 멜랑꼴리한 소리를 하면서 나는 오늘도 판례를 읽고 있다. 이거 외워지는 거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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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밤에 자려고 누웠더니 배꼽 언저리에 좁쌀 반만한 무언가가 붙어 있는 게 눈에 띄었다. 뭐가 묻은건가하고 톡톡 털어내봤지만 떨어지지 않았다. 뭘까 저건?
잠시 고민하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를 떠올렸다. 배꼽의 때. 이효리가 세로 배꼽을 공개하기 전까지 우리 모두 자신의 배꼽이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며, 그게 아니어도 모두의 배꼽이 비슷하게 생겼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을테다. 하지만 그녀의 용감함 행동은 세상을 바꿨고, 나는 안다. 나는 배꼽에 때가 잘 끼는 타입이라는 것을.

그리하여 손톱을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오른쪽 검지를 그 좁쌀 반만한 살짝 튀어나온 녀석에게 들이댔다 딱 하는 소리와 존재의 언저리에 손톱으로 긁은 하얀 선만을 남기고 그녀석은 사라졌다. 굿바이 배꼽의.

헉. 그런데 그자리에서 피가 나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 그건 배꼽의 때가 아니었다. 나는 생살을 손톱으로 뜯어낸 것이다. 휴지. 휴지.

문제는 그 다음부터 너무너무 졸려서 눈 감자마자 잠들고 어제 하루종일(새벽2시부터 오후 5시까지 15시간)을 자고도 다시 새벽 2시에 잠이 들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도 너무너무 일어나기 힘들었다. 결국 늦잠.

난 몰랐던 것이다 나의 넘치는 잠이 분출하고 싶어 배꼽의 살 넘어 분화하려할 때 나의 배꼽의 때같은 그 살이 얼마나 안간 힘을 쓰며 그것을 억눌러왔던 것인지. 하지만 판도라의 상자는 열렸고 나는 잠에 취해서 이틀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패전했다고 용맹한 장수를 기리지 않아서야 되겠는가.

그대, 잘가게.
다음 생엔 멋지게 다시 만나세.
아듀. 배꼽의. 배꼽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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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제 오후에 산 청바지가 오늘 정오에 도착했다.
 "빨리빨리 문화 최고!!!"

2. 꺼내는 순간 바지의 크기에 새각했다.
"크겠는데?"

그러나 청바지를 입는 순간 깨달았다.
내 덩치가 컸음을;;;

3. 예쁘게 쏙 들어간 바지가 단 하나, 허리 단추가 0.5cm이하로 그 간격을 좁히지 못할 때 두가지 생각이 났다.
바꾸느냐/노력하느냐

3년 반전에 백화점 청바지 매장 언니가 한 명언이 생각났다.
"청바지는 들어가는게 맞는거에요"

4 아침에 체중계에 올라가보고 좌절한 어마마마를 놀려댔다. 뒤따라 나도 체중계에 올랐다가.

왕 좌절...

뭐냐, 저 숫자는,
설 연휴의 저주가 도착했다.

5 그래서 오늘은 도서관 4층까지 걸어 올라갔고, 일부러 도서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내려주는 버스를 탄 후 좀 걸었다. 활동량을 늘려야지. 이참에 걸어다닐까? 생각도 했다. 날씨도 바쳐준다!

6 하지만 움직인만큼 맛있게 점심을 뚝딱 해치웠고, 그 "먼" 정거장 앞에 있는 투썸 플레이스에서 라떼도 한 잔 먹었다. 큰 깨달음이 생겼다.

활동량이 늘어나면! 살은 안빠지고 지갑에 돈이 빠진다.

7.청바지는, 모델 Fit 과는 다르지만 그 훌륭한 할인 가격에 비춰볼 때 아주 만족 스럽다. 포장지에 함께 들어있던 명함에 <구매 감사합니다. 예쁜 후기 남겨 주세요> 라고 써져있어서 써봤다. 물론 그 아저씨는 여기에 후기를 남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겠지만.

8. 그렇다!  나는 노력했다.
노력하는 이들에게 축복있으라.
그리고 끝내 성공하리랏.

9. 착샷을 날리라는 요구들이 있었는데, 핸드폰 카메라가 고장났다. (나에겐 아이폰5를 사야하는 수 많은 이유들이 있다.)

10. 청바지가 들어가는 것과, 또 잘 어울리는 것은 별게다. 그러나 청바지는 전혀 체형을 커버해주는 아이템이 아니라는 점에서 원성과 동시에 로망을 얻고 있다. 청바지에 흰 티를 입고도 예쁜 여자!

<you know what i'm saying...>

(참고로 난 까만 니트 목폴라에 청바지의 남자, 좋아한다. 머리는 당연히 살짝 긴 스포츠머리)


11. 그러나 또 어울리는 것과 입고 싶은 것은 별개다.

12. 어쨌든 그 0.5cm의 간극이 나에게 남긴 것은, 골반-이 바지는 그래, 골반에서 잠긴다. 미국에들이 허리가 없어서 일까,-에 붙어있는 미묘한 살들이 어떻게 조금 안 빠질까의 문제이다. (배는 바지 끝단의 위에 있기 때문에 아웃오브 안중이 되어버렸다. 그래 결국 인간은 근시안적인 존재일 수 밖에 없다,) 밥을 먹으면서 어마마마께 그 이야기를 했더니 어마마마가 말씀하셨다.

안빠져
거기는 더더욱.

13. 내가 그 청바지를 입을 만한 일은 아무리 따져보아도 3월이나 되고 나서의 일이다. 뭔가 억울한 느낌이 든다. 뭔가 억울해서 한 벌 더 사고 싶다. 세상에! 이 세상에 세일하는 옷은 왜 이리 많은지! 이 세상에 온라인 쇼핑몰에서 봐서 예쁜 옷은 또 어찌나 많은지! 이 세상에 "새 옷"이 필요한 순간은 또 어찌나 많은지!!"

14. 그리고... 청바지에 맞는 구두도 필요하다.

15. 누가 "소유의 종말"을 말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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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2010. 12. 13. 18:01

얼마전에 <당신옆에 소시오패스>라는 책을 빌려봤다. "양심없는 그들! 바로 당신옆에 있다!" (무섭지?) 라는 카피프레이즈에 홀라당 넘어가서.

이런류의 심리학책에는 꼭 등장하는 <바로 이런 사람이 소시오패스(3가지 이상 해당 될 때 의심해 볼 필요가 있음)>의 7가지 조건들에 의심스러운 사람을 하나하나 집어 넣어가면서.
참고로 미국 정신 의학협회: American Phsychiatric Assocoiation:APA)의 정신 장애 진단 및 통계 편람 4에 따르면 그 조건들은 1. 사회규범에 적응하지 못함. 2. 기만적이고 간교함 3. 충동적이고 미리 계획하지 못함 4. 화를 잘 내고 공격적임 5.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의 안전을 개의치 않음 6. 시종일관 무책임함 7. 다른 사람을 해하거나 학대하거나 무언가를 훔친 뒤에도 가책을 느끼지 않음. 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것 같다. 이럴리가. 아차. 그 다음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APA의 정의는 진정한 의미의 소시오패스나 사이코패스를 진단하기 보다는 단순히 "범죄성(criminality)을 더욱 잘 묘사할 뿐이라고 생각하는 연구자들과 임상의학자들이 있다. 이들은 추가로 입증된 소시오패스 집단의 특징들을 지적한다. 그 가운데 보다 빈번하게 목격되는 한가지 특징은 말 잘하고 번지르르한 매력으로, 진정한 소시오패스는 이를 통해 비유적으로든 글자 그대로든 다른 사람들을 '유혹'한다. 이 일종의 카리스마를 통해 주변의 대다수 보통 사람들보다 더욱 매력적이거나 더욱 흥미롭게 보인다. 즉, 그(혹은 그녀)는 다른 모든 사람들보다 더욱 자발적이거나, 열정적이거나, 섹시하거나, 재미있거나, 혹은 더욱 '복잡'해서 매력적인 사람으로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이 '소시오패스 카리스마'는 아따금 강한 자기가치(self-worth)를동반하는데, 이는 처음 보기엔 아주 그럴싸에 보이지만 보다 가까이 들여다보면 이상하거나 어처구니 없게 보일 수도 있다. "내가 얼마나 특별한지를 언젠가는 세상도 깨닫게 될꺼야." "나를 만난 뒤로는 다른 어떤 연인도 만족스럽지 않을꺼야">(p22~23)
갑자기 그가 아닌 그녀 주변의 수많은 "매력적인" 친구들이 생각나서 어찌할바를 모르겠다.
 
소시오패스는 전체 인구의 4%정도를 차지한다. 그렇다고 그들이 다 극단적인 성향을 가진 범죄자(=싸이코패스)유형의 인간들은 아니다. 그들은 그저 엄청나게 매력적이고, 보통 이상의 자극을 추구하고, 병리적인 거짓말과 기만행위, 그리고 기생적인 '친구관계'를 가지는 사람일 뿐이다. 어떤 이들은 사회적으로 취약한 계층에서 태어나 사회적으로 취약한 위치에서 평생 고 주변의 몇명을 괴롭히며 살아가기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그 보다 더 크지만 살인보다는 약한 일을 벌이면서 살아가기도 한다. 예를 들어 1970년대 미국에 있었던 스탬프맨(Stamp man:당연히 별명이다)은 단순히 우체국 직원들과 경찰들이 허둥지둥 대는 모습을 보기 위해 우체국을 털고 우체국 근처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감옥에 잡혀들어가고, 다시 나와서 우체국을 터는 삶을 반복했다. 그렇지만 지능이 아주 높은 경우에는 실상 우리가 생각하는 모든 고위직에 오를 수 있는데, 이는 남들보다 더 잔인하고 결단력있게 행동할 수 있기 때문이고, 그들이 위험을 선호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기도하다. 심지어 히틀러나 무가디 처럼 대량학살을 저지르는 사람도 있다. (소시오패스의 유형에 대한 연구는 아직까지 이루어지고 있는 "중"이다. 예를 들어 시어도어 밀런(T.Millon)은 소시오패스의 유형을 10가지로 분류했는데 탐욕적인/부도덕한/불성실한/위험을 무릎쓰는/용기 없는/격정적인/무례한/악의적인/폭군적인/해를 끼치는/으로 구분했다.)

다시 말하면 소시오패스란 애정과 애착 그리고 거기에서 비롯되는 책임감과 의무감이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인데, 한마디로 요약하면 양심없는 애들이다. 문제는 다른 모든 정신 질환이 질환의 당사자에게 얼마간의 개인적 고뇌와 비참함을 수반하는데 비해서 소시오패스들은 유일하게 당사자가 전혀 괴롭지 않은 "질병(?)"이다. 소시오패스들 대부분은 자신의 삶에 아주 만족하며 이런 이유로 치료법도 없고 치료를 받을 생각도 없다. 그들은 단지 세상을 게임처럼 인지하며 자신의 목표 달성을 위해 다른 이들을 그저 도구로밖에 인지하지 않는다. 무서운 것은 그들이 사회화되면서 타인의 감정회화에 심지어 <일반인보다 더> 잘 적응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거짓으로 애정을 갈구하고 거짓으로 눈물을 보이기도 하는데 이유는 단 하나 "양심 있는" 사람들이 자신을 "동정"할 때 자기가 가장 편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소시오패스라는 존재들은 왜 생기는 걸까? 모든 인간이 가진 질병이 그렇듯이 이것도 <날 때부터 소시오패스>와 <살다보니 소시오패스>로 구분될 수 있다. 여기에 사회의 문화, 개인적인 경험등이 버무려져서 탄생한다. 이에 대해 더 자세한 설명은

어쨌든 이런 25명중에 한 명인 소시오패스, 양심없는 사람들을 만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피하는 것"뿐이란다. 어쨌든 이 책을 쓰신 마샤 스타우트 박사님은 소시오패스 환자보다 소시오패스에게 당해서 마음에 헐어버린 정상인들을 더 많이 만나봤는데, 이유는 명확하다. 소시오패스는 양심이 없으니까 무슨 일을 저질러도 괴로워하지 않는다.(그렇지만 당하는 쪽에서는 무척 괴로울 것이다.) 그들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의 범위는 매우 원초적인 것으로 당장의 신체적인 고통과 쾌락 혹은 단기간의 성공과 실패에서 오는 희열이나 좌절이다. 좌절은 분노를 일으킬 수 있기에 종종 소시오패스들도 연애의 실패에서 상실감을 느끼는 것처럼 보이나,  그것은 단지 그들이 그들의 "소유권"을 주장할 물건을 잃어버린데 대한 화남이지 누군가 혹은 무언가를 잃어버린데 대한 상실감이나 슬픔은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증상은 Supernatural session 6에서 샘이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아무튼 나는 왠만한 소설책보다 훨씬 몰입도를 높이면서 여기까지 읽고, 담백하게 소시오패스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 다음 장은 소시오패스들이 일반인들이 그들에게 느끼는 "동정심"을 최대로 이용하는 사람들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니까, 만약 살다가 소시오패스들을 만나면 "얼른 도망갈 것", "동정심이 일면 당신이 바보", "넌 소시오패스랑 경쟁해도 게임이 안돼", "그들에겐 치료제란 없고 개선도 없어" 라는 조언으로 그녀의 인간다운 연민을 All kill 해버렸다. 결론 또한 완벽하다. "잘 먹고 잘 사는게 최대의 복수다"

호환 마마 전쟁보다 더 무섭다는 소시오패스의 존재를 인정하고 났더니 Path가 생각났다. 누가 연구했더니 한 개인은 많은 사람들을 알 수는 있어도 진정 '친구'라고 부를 만한 인간관계는 50명이상이 되지 못한다는 결과가 나와서 만들어진 counter-facebook 싸이트인 path. 오, 50명중에 2명은 확률적으로 소시오패스일테다. 더 많은 수도 있고, 더 적을 수도 있다. 전혀 도움이 안되는 이야기도 존재한다. 산업화되고 개인화된 사회일 수록 소시오패스의 숫자는 많아진다.

이 책을 읽는동안 나는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들/혹은 인간적으로 정이 안가는 이들(별로 많지 않다)/혹은 좀 두려운 상대들을 떠올려봤는데 실상 내가 제대로된 의학교육을 받지 않았고, 형용사라는 것은 아주 넒게 해석될 수도 있고 또 아주 좁게 해석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만약 그 혹은 그녀가  소시오패스라면 나 역시 충분히 소시오패스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소박한 웃음의 따뜻함, 누군가와 함께 있음에 대해 감사하게 하는 마음, 상실에 의해 느끼게 되는 슬픔, 이런 것들은 얼마나 소중하며 또 따뜻한가. 만약 누군가 정말로 이것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는 참 불쌍한 인간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언제나 결론은 긍정적으로. 그리고 조언도 받아들이자. 놀지 않는 것이 상책.


덧, 이 글에 나오는 모든 과학적인(?)이야기들은
당신옆의소시오패스 상세보기


덧, 공부하기 싫어서 쓴거.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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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안아달라고 하자 와서 폭 앵기더니 말하셨다.
-너, 말만 해. 내가 권총을 가지고
가서 몽둥이로 때려주고 올테니까.
내가 웃으면서 물었다.
-권총을 가져갔는데 왜 몽둥이로 때려~?
엄마가 대답하셨다.
- 총은 쏠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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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어느날 니가 진절머리 나기 시작한 걸수도 있어.
-아침에 일어나서?
-그렇지, 나도 예전에 여자친구 만날 때, 어느날은 얘가 유난히 미워보여, 뭘해도 짜증나고. 그러다 하루 참으면 괜찮아져. 하루 참았는데 안되면 일주일쯤 참아보거나. 걔가 그날 짜증스러웠는데 못 참았을 수 있지. 뭐 한 일주일 참았는데도 나아지지 않았다거나.




-역시, 더 들으면 정신건강에 안 좋겠다가 결론. 그렇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가장 타당한 이유.

+(20101122) 예전에 2가 말해줬었다. <삶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찰리 채플린이 말했어>라고. 비극적이었던 것은 그날 나의 명랑함이었고, 희극적이었던 것은 그 뒤의 친구들의 반응이다. 어쨌든 사건 발생으로부터 멀어질 수록 점점 희극 같아진다. (뭐 찰리 채플린은 이런 의미로 말한 것은 아니었던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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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머무는 풍경2010. 11. 12. 03:28



A가 가을에 얽힌 추억에 대해 이야기 해보라고 했다. 곰곰히 생각해 보았는데 가을이 아니라 여름에 얽힌 이야기가 생각나서 적어본다.

정확히 날짜는 생각 안나지만 한 여름의 어느날이었다. 나는 그가 보고 싶었다. 그는 그 순간 공항에서 자신의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었으니 그 때 내가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못 볼 것 같다고 느낀 것은 그 순간에는 어느정도는 사실이었을 것이다.
 분명 나를 보면 놀란 토끼눈이 되서 무슨 일이냐고 물어올테지? 그가 나를 강하게 거부 할까, 또 어이없는 짓을 저질렀구나라는 웃음을 지어보이며 귀엽게 봐 줄까 나는 좀처럼 확신할 수 없었다. 잠시 망설였지만 뛰어 나갔다. 태어나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렇게 한 사람을 만나야만 한다는 데만 집착했다.
그러나 평소같으면 1분에 한대씩 지나가는 마을 버스는 10분을 기다려도 오지 않았고, 내가 공항버스를 타는 곳까지 뛰어가고 있을 때 공항버스가 막 출발했기에 나는 한참을 허무하게 그 버스의 꽁무니만을 바라봐야했다. 그리고 15분마다 한대씩 있는 버스가 하필 그 시간만 그 다음 차는 30분 뒤였으니 운명을 관장하는 신이 있다면 그는 그 날 그와 나를 못 만나게 할 작정이었으리라. 그리하여 나는 그와 헤어졌다. 그리고 꽤 오랜동안 다시 만나지 못했고, 다시 만났을 때는 이미 서로에게부터 너무 멀리 걸어나와 밤톨같이 쪼매난 존재가 되어 있었다.
 결론이 어찌 되었든 공항에 제 시간에 갈 수없다는 것을 깨달았던 그 순간, 비오듯 쏟아져 내리는 땀을 손 끝으로 걷어올리던 그 순간, 땀에 부딪혀 반짝이던 그 작열하던 태양을 잊지 못한다. 그 날은 내게 생에 가장 뜨거운 여름날도 기억될 것이다. 몸도 마음도 완전 연소해버렸고 그와 함께 그 철없던 사랑도 한 더미 재가 되어 사라졌으니까.
그는 내가 그리 아웅바둥 거리며 그를 만나기 위해 뛰었다는 것을 상상조차 못할 테지만, 괜찮다. 그 날의 태양은 나를 위해 그리도 뜨거웠던 것이다. 내 청춘의 마지막 장에 그 열기를 각인 시키기 위하여. 그 토록 뜨거웠던 순간이 나를 위해 존재했다는 것을 알게 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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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eons
영화관2010. 11. 9. 18:23

0. "아 나 이번엔 진짜 아니라니까"
 류승완은 영화 초반부에, 영상미적으로는 가장 우수한 장면에 등장한다. 그래서 대사 한 방 날리고 사라진다. 이번엔 진짜 아니라고.

1. "그러니까 가지치기도 좋고."
 부당거래의 가장 큰 프레임은 권력 싸움이다. 검찰과 경찰, 검찰과 재벌, 경찰과 조직폭력배들 간의 안 부딪힐래야 안 부딪힐 수 없는 영역에서의 공존을 설명한다. 모두들 최철기(황정민)이 착하고 정직한 사람이라고 믿으면서 영화를 시작하지만, 영화가 내내 보여주는 것은 그도 사람이라는 것. 조직폭력배에게 돈 받고, 자기 밥 줄을 위해서라면 무고한 사람도 사형대에 보낼 수 있고, 자신이 살아나갈 길을 위해 바둥 대며 살아간다. 
하긴, 누군들 안 그러겠냐, 단지 조직폭력배보다는 경찰이, 경찰보다는 검찰이, 더 "사람답게(?)" 살수 있을 뿐. 그래서 류승범이 말한다.

2."참 다들 열심히들 사십니다"
골프장에서 류승범이 말한다. 이에 대한 대답은 황정민에게 하는 유해진의 대사에 있다.
"우리야 열심히 살아야지요. 우린 목숨 걸고 하지 않습니까." (형사님들은 옷을 벗는게 다 겠지만.)
류승완 영화가 재미있는 이유중에 하나는 무거운 주제를 다룰 때도 꼭 "눈물나게 웃기는" 캐릭터가 하나 있다는 것. 나에게 부당거래에서 그 캐릭터는 공수사관님. 정말 열심히 사신다. 뚱뚱한 기도는 자신이 보호해야할 사람이 달려나가 칼에 찔려 죽는 순간에도 뛰기 힘들어서 골프장에서 넘어져 버리고, 검찰 수사관은 수사하다가 경찰에게 혼쭐이 나고 목에 파스를 세개쯤 붙이고 나타난다. 영화의 줄거리에 변화가 될 만한 중대 사건은 그들 근처에도 안가고, 그들이 그렇든 그렇지 않든 세상은 흘러갈텐데 그들은 "참" 열심히 산다. 그런데 그것이 극장에 앉아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자화상 아닐까.

3. "잘 하는게 뭐 중요한거냐. 잘 한다고 믿는게 중요한거지."
부당거래에 휘말린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역할에 회의를 갖는다. 엄밀히 말하면 회의 같은 거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다가, 자신들이 잡아 넣은 아이가 감옥에서 자살인지 타살인지 모르게 죽어버리자 갖는다, 회의. 니가 정말 아동성폭행범이니? 용의자는 죽어서 말이 없다.
사실 부당거래가 시작된 이유는 단순하다. 대통령이 나서서 꼭 해결한다고 기자회견 했기 때문. 그래서 법무부장관이 경찰총장을 빡빡 갈구고 경찰총장은 최철기를 빡빡 갈구고. 그 놈의 대통령, 심지어 영화에는 나오지도 않는다. 아마 최철기 반장이 죽은 것도 "한 줄 보고"로 받거나 지나가는 뉴스로 봤을 것이다. 그것에 신경쓰기에 그 분은 너무 바쁘신 분. 영화에 출연하기에도 너무 바쁘신 분. (하긴, 그건 검찰 총장도 마찬가지.)
위에 보여지기 위한 혹은 결과를 위한 수사를 하던 모두를 벙찌게 만든 사건은, 결과가 사라진 것이다. 그제서야 사람들은 자신들의 행동에 의문을 갖는다. 우리 잘 해온걸까? 황정민이 대답한다.
그게 뭐가 중요하냐고. 이 판국에.

그런데, 중요한 것 같다. 이 판국까지 왔으니. 모두가 잘 하고 있냐고 계속해서 자신에게 자문해야하는 사회, 뭔가 이상한 사회 아닌가? 열심히 묵묵히 자기 할 일을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걸로 괜찮은 사회가 잘 굴러가는 사회 아닌가. 중국 고사에 나오듯이, 임금이 누군지 모르는 시대가 태평성대. 현재 상황 대한민국?

4. "호의를 계속 베풀면 그게 권리인줄 알아."
류승범에게 공수사관이 경찰과의 협조를 언급하자 화를 내며 류승범이 하는 말인데, 개인적으로는 이 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누구나 그렇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니까 호의는 아무에게나 베풀면 안된다)
그렇지만 류승범의 대사는 또 다른 각도에서 봐도 된다. 권력을 잡은 쪽은, 권력을 놓기 싫어한다. 그게 정말 누구의 권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그건 마이클 샌델이 할 이야기지 류승완감독이 할 이야기는 아닌가보다) 하지만 지금은 내 것. 감히 탐내다니?

황정민이 유해진을 대하는 태도도 똑같다. 이용할 수 있는 곳에는 이용한다. 시끄럽게 안 떠들어줬음 좋겠다. 내가 지금 호의를 베풀고 있는데, 감히 니가.

극 중에서 인물들은 서로 자기보다 큰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굽힐 때는 사정없이 굽힌다. 반대로 자기보다 낮은 권력의 사람들에게는 "단지 호의 베풀기"를 반복한다. 조직폭력배 앞에서는 한 없이 강한 경찰이지만, 검찰 앞에서는 옷도 벗을 수 있고, 경찰 앞에서는 한 없이 강한 검찰이지만, 재벌과 기자 앞에서는 고개를 숙인다.
어디까지가 정의롭지 못하다고 분개할 일일까?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공수사관에게 걸려오는 딸과 부인의 전화가 정말 눈물겹지만, 웃음이 난다.

5. "머리 좋아서 검사 됐는데"
머리가 좋은 사람이 권력을 잡으니, 확실한 것은 "바른"길을 추구하기 보다는 누구에게 숙여야 하는지, 누구에게 가서 붙어야 하는지는 확실히 파악하고 있다. 마지막에 검찰청으로 들어가는 류승범의 모습은 인상 깊지만, 또 누구나 공감하는 우리 시대의 단면이다. 큰 건과 함께 묶이면 어떤 일도 금새 잊혀지는 것. 하긴 일개 검찰이야, 누가 기억이나 하겠냐. 심지어 성추행을 한 국회의원도 다다음해에 다시 국회의원으로 선출되는데. (그래 우리 나라에서 박카스 한 병과 악수한 번이 시골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표를 잡는데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지 나도 알겠다 --; )

6. 부당거래
부당 거래가 존재하는 부분은 비단 영화에서 그려진 경찰-검찰-정치권-언론계 블라블라블라만은 아닐 것이다. (저 라인의 어딘가가 가장 많을 수는 있어도) 그리고 나도, 평범한 소시민이면 거의 대부분, 공수사관님처럼 시키는 일 열심히 하면서 알콩달콩 살고 있을 테고 -넉살만 늘어가면서. 그렇지만 가끔 아쉽다. 바르게 사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회에살고 있다는 것이. 어떤 것이 바르게 사는 지도 모르겠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

이렇게 한가롭게 앉아 영화감상문을 쓴 뒤, 먹고 살일을 걱정해햐야 하는 현실은 더더 안타깝다 -_-;

Posted by aeons
Place/Korea2010. 10. 29. 09:48

서울, 혹은 서울 근교에서 제주도에 가는 가장 편한 방법은 비행기를 타고 가는 것임을 뼈에 새기도록 해주었던 장흥 노력항의 오렌지호가 유발했던 엄청난 멀미, 는 제껴두고,

어쨌든 배가 대만에 도착한 태풍(대만에 도착한 대만에 도착한 대만에 도착한)의 영향으로 넘실대던 파도를 만나기 전까지, 장흥과 장흥 앞바다의 풍경은 감탄할 만했다. 수묵화에 나오는 굽이굽이 산천과 파란 바다. 통통배 동동동.
(내가 2에게 사진을 넘기면서 "엄청 멋지지!"라고 말하자 2가 말했다 "뭘, 그냥 장흥이구만"  그래서 내린 결론은, 역시, 생활이 되면 안돼.)

장흥에서 오전에 한 척, 오후 3시에 한 척 제주도로 가는 배가 있는데, 서울에서 갈 거면 출발 다음날 배를 타는 것을 추천한다. 오후3시배를 타러 분당에서 8시반 버스를 타고 광주에 가서 광주에서 장흥으로 차로 이동했는데 시간이 꽤 빠듯했으니까.

광주에서 장흥으로 가는 국도가 잘 되어있지 않고, 장흥 시내에서 장흥 노력항까지는 차로 30분 이상 이동해야하기 때문에 시간 계산을 잘 해야할 듯. 게다가 차가 막히면 대책이 없는 것이 국도 "차라리 보성을 통해 가는게 훨씬 빠르겠어"라고 보성 주민 C의 어머님이 말씀하셨다.

그러니 출발한 날 남도 음식 즐기고 다음날 아침 배를 타는게, 여유만 있다면 훨씬 나은 스케줄일듯. 참고로 장흥은 이청준씨의 고향이라 이청준씨 생가를 보존하려는 것 같다.

노력항에서 페리=오렌지호를 타면 2시간이 한 5분쯤 안걸려서 성산항에 도착할 수 있다. 보통 장흥에서 배를 타는 것은 차를 가져가기 때문일 테지만, 차가 없다면 성산항에서 렌트를 하는 것은 제주공항에서 하는 것보다 비싸다.

그래도 모든 것은 보상해주는 것은 장흥의 멋드러진 풍경. 역시, 아직까지는 안 건드린 곳이 가장 아름답다.


Posted by ae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