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2010. 4. 19. 17:59


1. 현대인은 소비하는 존재이다. 케네디가 니가 나라를 위해 뭘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라고 소리 친 이후 개인은 나라를 위해 돈을 마구 쓰는 기능을 가지게 되었다. 없으면 꿔서라도.

2. 소비하는 기쁨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우리는 소비하는데서 기쁨을 느낀다. 소비로 인한 소유의 기쁨은 이것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경험상 알다싶이 소비의 기쁨은 소비의 순간 부터 하락하기 시작하여 다시는 되돌아 오지 않는다. 그래서 다시 아드레날린을 분비하기 위해 우리는 다른 것을 산다.

3. 자유시장을 비판하는 유럽의 수정자본주의자들은 이런 주장을 한다. 결국 자본주의는 필요하지 않는 것을 사게 만들어버리기 때문에 파멸적이라는 것이다. 인간의 욕심을 끝이 없고 이것을 이용해 자본가들은 끝없이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 내고 -슘페터는 이를 innovation(번역도 멋들어지게했다  "혁신")이라 칭했던가- 그것을 사도록 조장한다. 마케팅과 PR이라는 분야가 얼마나 유망해졌는가.
그러나 사고 싶을 때 사지 못하면 그건 그냥 잊혀지고 실상 삶에 큰 불편이 없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안다.

4. 그래서 법정 스님처럼 대단하신 분은 이런 범인의 질곡에서 해탈하시고자 무소유를 주장하셨지만. 나는 나라를 위해(?) 무언가 해야하기 때문에 (난 아주 잘 사회화 된 아이니까 (ㅋㅋㅋ) )오늘도 쇼핑 리스트를 만든다.

   (1) LUMIX GF1 :이라고 썼지만, 그저 카메라가 가지고 싶은 것이니 다른 것을 살수도
   (2) Cycle; 사실 유사싸이클이라고 좀 작은 아이가 가지고 싶은데 비싸다 (-_-; )
                하지만 도둑 맞고 도둑 맞고 또 도둑맞아도 탄천 변을 달리는 나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즐겁다. 아하하
   (3) 운동화: 민트색 운동화가 가지고 싶다는 것은 상상속의 바램 -_-; 
                 이렇게 구체적으로 생각하면 못 사기 일쑤임으로.
                 그저 예쁜 색깔의 스니커즈가 가지고 싶다.
   (4) 옷도 좀 사야지. 백화점 개장 시간에 들어갈테다 -_-;
   (5) iPhone: 엉엉 갖고 싶어. 나를 노예계약에서 풀어줄 이웃나라 왕자님은
                어디서 뭘 하는게냐!
   (6) Shoes: 사실 내가 현명한 소비자라면 나에게 가장 급하게 필요한 것은 구두;;

5. 이렇게 짧게 쓰는 건 뭔가 나답지 않아서-독자가 늘어버리면 어떻하지, 라고 걱정하면서-덧붙이자면. ^^;
인간은 타인을 판단할 때 단지 그의 몸뚱아리와 내면의 무언가-이것에 대해 많은 명칭이 있다. 영혼이라던가 마음이라던가 정신이라던가-만을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 가장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되는 것은 그가 무엇을 가지고 있느냐다.
어떤 옷을 입고-난 못생긴건 괜찮아 못생겨도 매력적인 얼굴이 있기 마련이지  하지만 옷 못입는 여자는 안되겠어  라고 말하는 남자아이를 본 적 있다-어떤 차를 타고-강남에서 여자를 꼬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잘생기거나 말을 잘하거나 할 필요없이 그저 페라리를 끌면된단다. 참고로 난 자기 스스로 로디우스를 골라 산 사람이랑은 절대로 절대로 사랑에 빠질 수 없다고 생각하니까- 어디 살고, 좀 무형적이지만 분명 소유의 대상임엔 확실한 어느 대학을 나왔고 어떤 직업을 갖고 등등등. 물론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음은 분명하다.

명심해야 할 것은 타인을 그가 가진 것으로 판단 하는 사람일 수록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같은 판단을 내린다는 것이다.(개인의 사고 체계는 무척 일관되어 있다.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력한 자기 규칙 하에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지롱)
그러니까 우리가 무엇을 사면서 느끼는 쾌락은
1)그런 물건을 가진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나 특성을 자기도 갖게 되었다는 생각과
2)새로운 영역으로 자아를 확장했다는 사실
에서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지와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내 본질적인 자아에 변화를 주는 것은 아니므로 진정 자신의 내면이 그렇게 확장되지 않는 이상 소비 이후의 기쁨은 급속히 줄어드는 것이다.

6. 그러므로 자꾸 뭔가를 사대는 사람은 사실 자아가 불안한 경우가 많고(변화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재벌이 아닌 우리는 소유의 기쁨의 효과를 만끽하기 위해(돈이 없으니까) 좀 더 자아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한정 된 자원내에서 큰 효과를 보기 위해, 진정 자신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와 물건의 구입보다는 자기 자신을 발전 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7. 그러니까 결론은 몸과 마음을 살찌우는 아이가 되어야 한다는 것. 
이유는? 돈이 없으니까 -_-;

8. 조용히 내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보니, 지금 내 자아는 카메라보다 밥을 원한다.
(이런 현실과 욕구의 완벽한 조화에 맞는 형용사는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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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e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