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오후의 수다/일상의 기록들'에 해당되는 글 14건

  1. 2014.04.19 2014. 4. 19. 토요일 2
  2. 2014.03.31 짜잔~
  3. 2012.01.05 "죽도록 아팠던 날" 이후의 소고 2
  4. 2011.11.23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 4
  5. 2011.03.03 그건 사랑이었을까. 2
  6. 2011.02.10 어제 산 청바지에 관한 고찰 5
  7. 2010.11.21 이유
  8. 2010.08.28 누구나 완벽하게 입고 싶다 5
  9. 2010.08.11 요즘 뭐하니? 5
  10. 2010.06.07 숙취 해소법 3


1. 

여기는 병원이다. 분당제생병원.

어제 구급차를 타면서 여기 올 때만 해도, 오늘 여기서 이러고 있을 거라고 생각조차 못했는데,

그래도 이제 병실에서도 인터넷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간병인으로써는 (사실 간병을 하고 있는건지 아니니도 모르겠지만) 꽤나 고무적인 상황.(이라고 마무리하자)


2. 

아버지의 상황은 다소 심각하지만 - 지금보다 수술 후 한동안이 더 힘들 것이다 - 엄마와 나는 이게 장기적으로는 좋은 쪽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세상에 엄마랑 똑같은 생각을 했다니! 이건 정말, 나로써는 뜨악인 사건이었다.)




3. 

삶을 순간이라는 칼로 탁, 잘라내면, 그 단면에는 언제나 장점과 단점, 강점과 약점이 산재해있다.

때로는 슬픔에 눈이 멀어 기쁨과 즐거움이 보이지 않고,

때로는 자신의 못난 점이 너무 눈에 띄어서 한없이 초라해보일지라도,

사실은 항상 우리는 우리 삶을 지탱해나갈 만한 "힘"을 내 안 어딘가에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고,


요즘 특히 깨닫게 된다.



4. 

헤어진지 두 달이 되지 않는 시점.

나는 우연이 우리가 좋아했던 노래들을 들으면서, 정말 내가 그 사람이 나랑 비슷한 감수성을 지녔다고 생각했었던 사실에 웃음이 났다. 숨어있는 인디씬의 노래들을 찾아내며 좋다고 말하고, 수업시간에 나란히 앉아 이어폰을 귀에 꽂아주고는 했었는데, 그는 정말, 정말 나랑은 다른 사람이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아마 내가 정말 "그렇게" 믿어의심치 않았기 때문에 내 충격은 더 컸고,


'이별'이라는 선택보다는 그 방법에서 난 정말 백기를 들고 싶었다. 

이제 정말 그만.


그렇지만 가끔 이렇게 함께 좋아했던 노래를 들으면, 씁쓸한 기억에 잠기면서, <내가 좋아하는 노래> 목록에서 이 곡을 빼 버릴까 고민할테고, 시간이 더 지나면 그조차 생각하지 않게 되겠지. 



5. 

그러나 더 힘든 것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그 사건이 나에게 더 커서,

누군가 들어오려고 하면, 

그걸 바라는 만큼 강하게 거부하게 된다는 것.


어디 푸른바다에 튜브를 띄워놓고 둥둥 떠있고 싶다.

마음이 파래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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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eons

오랜만에 글을 쓴다. 블로그를 버리고 새로 열까하다가, 그래도 있는 놈을 잘 다독여보자는 심정으로 다시 로그인.

어이없게도 긍정적인 미래를 꿈꾸던 근 2년간의 글들을 빠른 속도로 없애고, 뭐, 내가 진짜 순진했었지 라는 썩소도 한 번 날려준 다음, 이 글을 쓴다.


예전에 S의 블로그 타이틀이 "열심히 살기 위한 블로그"여서 혼자 큭큭 댄 적이 있는데, 내가 지금 그렇다. 블로그를 다시 시작하는 이유는 열심히 살기 위해서. (힝 -_-; 내게 이런 날이 올 줄이야) (그런데 지금 숙제 마감 1시간 반 전이라서 이러는 거 절대 아니다...;; ) 


아무튼 지난 몇 주간의 나의 상태를 정리해보자면,

나는 마음의 폐허를 딛고 일어났고,

그럼에도 아직도 가끔 황무지의 바람이 내 평안을 괴롭히고,

잠을 잘 못자서 담에 걸린다음,

정형외과에 가기 싫어서 징징대다가

약국에서 사 온 약을 먹고 알러지가 돋아서

병원에 반나절 입원했다.


일주일간의 공포는 이런 거였다. 얼굴이 예전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어쩌지. 평생 이렇게 살게 되면 어쩌지. 이건 도대체 언제 없어지는 거지. 등등. 그렇지만 밀린 크리미널마인드와 NCIS와 NCIS LA와 the killing과 Strike back과 홈랜드와 영화 몇편을 보고 났더니 얼굴은 정상 궤도로 돌아왔다. 


그리고 의사와의 전화통화에서, 알레르기 반응 때문인지 현재 갑상선 항진 상태라고 나오지만, 증상이 사라짐과 함께 갑상선수치도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갑상선 항진? S가 예전에 이야기했던 그 갑상선항진? 이라는 생각에 웃겨서 S의 열심히 살기위한 블로그에 들어갔는데, 타이틀이 바껴있어서 또 혼자 큭큭댔다.


글을 쓰는 것은 재미있고, 조금은 스트레스가 풀리는 일인것 같다. (나에게는)


아무도 공감하지 못할 것 같은 이 마음을 허공이 공감해준다는 느낌이랄까~


어쨌든 4월은 발랄하게 시작하는 걸로. 아깝게 보내버린 2.3월을 만회할 수 있도록.



Posted by aeons
1. 
예전에 13이 그랬었더랬다. 내 머리속 지우개 같은 건 다 개뻥이야, 아프면 개인 위생이 떨어져서 예쁠 수 없다고. 아무리 걔가 손예진이어도 냄새나는 손예진이라니까.라고.

개인위생이 떨어진 우리집은 난장판이 되었다.(집에 나 뿐이니까) 여기저기 널려 있는 옷가지는 그렇다치더라도, 오늘 새벽 내가 내다 버린 음식물쓰레기를 가장한 비닐봉투만 3개. 무슨 귤이 9개 든 주제에 8000원을 하냐며 투덜거리며 산 귤 중 2개는 뜨끈뜨끈한 방바닥에서 딩굴다 이미 물러져 있었는데, 그제서야 걔가 귤이 아니라 천혜향임을 알았다. 그래도 같이 사 온 우유는 제 시간에 냉장고에 넣어서 다행이다. 일어날 수 있고 몸을 움직일 수 있어진 것에 감사하면서 집을 치운다. 개인 위생이 양호한 세계로~!!

2. 
쌓인 설겆이를 하기위해 고무장갑을 끼고 뜨거운 물을 틀었는데, 물이 너무 뜨거워서 찬공기와 맞닿아 손목과 팔꿈치 사이의 어딘가에쯤 장마전선이 형성되면서 습기가 몰아쳐 깜짝 놀라 팔을 확 잡아 뺄때까지, 뜨거운 줄도 모르고 설겆이에 집중하고 있었다. 먹을 때는 이따 금새 설겆이 할 거니까~ 라고 생각했던 간짬뽕을 볶은 냄비에 부어놓았던 따뜻한 물은 이미 냉수가 되다 못해 빙수가 되려하고 있었고,미리 떼어내지 않은 간짬뽕의 흔적들은 냉혹하게 냄비에 엉겨 붙어있었다. 그래, 맛있는 것은  흔적을 남기지, 흔적을 남기는 것은 지우기 어렵고, 인생이 다 그렇지, 먹을 때나 좋았지. 따위의 감상을 쏟아내며 빡빡, 수세미질을 했다.

3.
실은 거나하게 독한 술을 들이부은 날이 아닌 이상 먹은 것을 게워내는데는 별로 취미가 없는데, 아마 중학교에 들어간 이후 처음으로, 단순히 아파서 약 1.5m떨어져서 반대로 열리는 내 방문과 화장실문 1초만에 열기 신공을 보이며 침대위에서 화장실까지 날아가는 잽싼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막판에는 침대 옆에 비닐봉지를 걸어두는 준비성을 보였지.
다음날 아침에 내가 먹을 죽을 내가 쑤면서, 한 손으로는 내 배를, 한손으로는 가스레인지를 부둥켜안고, 혼자 사는데 아프면 서럽다더니 이건가. 라고 느꼈다. 그리고 덤으로 결혼은 꼭 해야겠구나, 나이가 40인데 이러고 있으면 정말 닭똥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도 남겠다, 뭐 이런식의 생각도 해 줬다. (엄마 나 착해? 잘 세뇌된 딸..)

4.
S느님에게 보고했더니 30시간만에 나타나셔서 따땃한 저녁을 멕여주시고, 약을 하사하셨다. "약 먹어야지 우리 리라, 우쭈쭈" 하시며. 낼름 받아먹고 행복해 했다. 아가들은 왜 약을 싫어할까. 이렇게 좋은 것을. 어쨌든 3일만의 식사는 약발을 받아 무사히 넘어갔다. 지금 시각 새벽 3시인데, 매슥거리지 않으니까. 올레~

5.
그런데 왜! 이렇게 아팠는데 왜! 하나도 안 수척해진것인가. S느님은 나를 보자마자 한 마디 하셨다. "어후 쾡해~" 
그렇다. 나는 쾡해지는 아이이지 수척해지는 아이가 아니었던 것이다. 아파서 살이 빠지는 것도 누구에게나 주어진 특권은 아니구나. 갑자기 예전에 B가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3일간 식음을 전폐하며 울고불다가 우리집 앞에 나타났을 때, 그 삐쩍마른 모습으로 나를 깜짝 놀래켰던 게 생각났다. 델리케이트 B는 시집가서 잘 살고 있얼 거라 믿는다. 
나도 나대로, 잘 살고 있으니, 3일동안 아무것도 못 먹어도 살은 눈꼽만큼도 안 빠진채로...;; (다이어트는 어려운 것)

6.
겨우 살아나 "나의 두 남자=D&K"에게 아프다고 징징 거리는 톡을 했더니 대뜸 대답이 돌아온다.
"우리 안봐서 아픈건데?"
"ㅠㅠ 애정이 느껴지는 초감동 코멘트"라고 하기에 몇 시간뒤의 화상채팅 내용은 이런거였다. "하나도 안 수척한데~ 가만있어봐 턱선이 살아나는거 같아~ 스무살때 턱선? 누나, 일부러 조명 좋은데 있죠? 창백해 보일려고?" 그리고는 Mac에서 제공하는 각종 사진 효과에 신나서 지들끼리 난리였지 -_-;;; 어후... 남자는 열살이든 스무살이든 서른이든 똑같은거 같어... 그래도 이 두남자는 듬직하게, 얼른 낫고 학교오라고 해준다. 

7.
침대에서 3일간 상주하니 할 수 있는 것은 인터넷 뿐이다. 내 블로그 글들을 보는데 재미가 없다. 최근에 쓰다만 글은 더 재미없다. 좀전에 K와 J는 유머감각 좀 길렀음 좋겠네, 나도 재미없지만 J는 더 재미없네, 같은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내 비천한 글들이 얼굴을 들지 못함을 느낀다. 어쩌겠어.. 그것도 능력인데, 나이가 들 수록 진심으로 깔깔깔 웃을 수 있는 일이 중요하다고 느낀다. 갑자기 H오빠와 부산사나이. 페요.밤. 빡. 재희아빠 등등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감사의 말을 전하려다가 또 무슨 리플이 달릴까 무서워 관둔다. 사람들이 보고 싶다. 그치만 그들은 요새 지들끼리 논다. 흥. 왕 삐져서, 다음에 부르면 총알같이 나가줄테다. 라고 생각한다. 일단은 낫고..

8. 
그 날 가위바위보하면서 물어볼 껄 그랬다라고 노오란 쓸개즙을 토해내면서 생각했다.
만약 우리 이게 마지막으로 보고, 마지막으로 대화하는 거라면, 그럼 지금 나에게 무슨 말 할 꺼냐고.

9.
그렇지만 마치 아프지 않았다는 듯, 새 아침이 올테고, 내게 지난 3일이 없어진 것 빼고는 지구는 같은 방향 같은 속도로 계속 돌아가겠지. (같은 방향 같은 속도로 계속 도는데 왜케 추운거냐고 --;) 쓸개즙이 입으로 나오면서 내게 주었던 궁금증도 사라지고, 내 몸안에 이런게 있었구나 싶던 것들은 비닐봉지에 실려 나가고, 다음 주 월요일의 프리젠테이션이 끝나고, 부모님이 오시면, 그럼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은 것처럼, 이런 날이 없었던 것처럼 그렇게 될 것 같아서...

10.
기록한다.
서른 둘이 되도 철없는 나.
서른 둘이 됬지만 아무 것도 아닌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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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eons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 중에 하나는 "아빠 책상 뒤지기". 왠지 가끔 아빠 책상을 뒤지고 싶은 날이 있다. 아빠는 너무나 느리고, 당당해서, 마치 개인적인 비밀 같은 것은 없는 것 같은데다가,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가장 먼저 눈물이 그렁그렁해짐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감상적인 말은 하지 않으니까, 가끔 뭔가 숨겨놓은 비밀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럴 때면 항상 아빠 책상을 뒤적거려보지만 실로 얻어지는 것은 별로 없다. 사실 아빠조차도 잘 사용하지 않는 아빠 책상이니까. 내가 한 번 앉아서 들척거림으로서 먼지들만 제 자리를 잃을 뿐이다. 

우리 아버지 책상은 오빠가 중학교 때 쓰던 것을 (우리 오빠는 고등학교가 기숙학교였어서 고등학교때 저 책상은 그냥 장식용 가구 였다.) 대학에 들어가면서 치워버리는 바람에 아버지가 서재에 옮겨놓은, 당시 폭풍적인 인기를 자랑하던 "뱅가구" 책상이다. 아빠가 책상에 앉아 공부할 일은 별로 없으니까, 그리고 우리 아빠는 너무나 외로움쟁이라서 방에 틀어박히는 일은 거의 없고 주로 거실에 상주하시거나 내 방이나 안 방에서 나랑 놀거나 엄마랑 노니까, 그 책상에는 주로 멀티탭들, 세금 고지서, 집문서 (-_-;), 여권 및 각종 서류들이 정리되어있다.

그렇지만 그런, 아주 재미없는 것들에 묻혀 모르던 것들이 가끔 눈에 띌 때가 있는 거라. 오늘은 쌓여있는 증명사진들, 그러니까 정사각형 7바이 7 봉투에 들어있어, 쓰고 남은 증명 사진들 봉투들이 한무더기 쌓여 있길래 꺼내봤다.
처음은 당연 아버지가 최근에 여권사진 찍으신거,그 다음은 당연 어머니가 여권사진 찍으신거 (두분이 같이 가서 발급 받으셨고 언제나 서류챙기기는 아빠 몫이니까)
그리고 다음 봉투는 엄마가 그 전에 여권사진 찍으신거
그리고 그 다음 봉투는 엄마가 그 그 전에 여권사진 찍으신거
그리고 그 다음 봉투는 엄마가 그 그 그 전에 여권사진 찍으신거.
그렇게 엄마가 20대에, 처음 결혼해서 여권사진 찍으신거 까지 가지고 계시더라. 흑백 사진속에 엄마는 정말 70년대 같은 스웨터를 입고 화장기 없는 얼굴이 너무 앳된, 지금 나보다 더 어린 모습이었다.

뭔가, 너무 감격스럽고도 비밀스런 장면이라 나는 얼른 그 사진들을 착착 넣어서 고 자리에 그대로 모셔놨다. 그리고 1시간쯤 있다가 엄마가 성당에서 돌아오신 걸 보고 나는 참지 못하고 쪼로록 달려나가, 모년의 은밀한 식사시간에 그 사진을 공개했다. 그랬더니 엄마는 평소처럼 깔깔깔 웃지 않고, 엄청 환하게 미소지으면서 한참 사진을 쳐다보다 얼굴을 붉히며 말하신다.
"이게 언제더라…"

아무래도 우리 아빠처럼 다정다감하고 아기자기한 남자면 좋겠는데, 결국에는 수많은 내 친구들이 주장하듯, 나는 father 컴플렉스를 뛰어넘지 않으면 결혼할 수 없는 녀자 일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미 나도 머리로는 충분히 알고 있다고. 아빠 같이, "자상하고 잘생기고 똑똑한"(우리 엄마가 언제나 나에게 자랑하는 수식어, "내남편처럼 잘생기고 똑똑하고 자상한 남자는 없다.") 남자는 없다는 것. 그리고 아빠도 젊었을 때는 전혀 그런 남자가 아니었다는 사실 말이다. (우리 아빠는 7년만에 생긴 아기인 우리 오빠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 회가 먹고 싶다니까 만원짜리를 주며 "사다먹어"라고 말해서 33년뒤인 오늘날까지 구박당하고 있고, 9년만에 생긴 아이인 내가 태어날 때에는 스위스에 가는 바람에 엄마 곁에 없어서 31년뒤인 오늘날까지 그 이야기가 나오면 엄마는 분노폭발 직전까지 가신다. 이 두 이야기야 너무 오래전 이야기라 농담거리가 될 수 있겠지만... 아.. 그 이상은 ㅠㅠ.. 어쨌든 그는 대약자.)

이야기로 쓰면 마치 너무나 완벽한 남편같지만, 우리집은 실로 엉망인 집안이고, 부모님이 아침마다 툭탁 거리는 소리로 나는 잠에서 깨서 "이제 그만 싸우자." 라고 말하는 것이 일상적인 일이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아름다운 이야기'가 써지는 것은, 결국 별것 아니게 평범한 우리 세사람이 서로를 아끼고 있고, 아주 적절하게 균형을 맞추면서 살아가고 있어서가 아닐까. 그리고 나는 가끔 그 모든 것을 글로 남기고 싶은데, 그 것은 내 미술적 재능이나 음악적 재능이 "기록"의 수준에 이르기에는 너무 미천해서 일 뿐이다. 조상님이 "글"이라는 걸 발명해줘서 감사할 따름.

그러니까, 문득 나도 계획적인 글보다는, 의식의 흐름에 충실한 글을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아보고 싶어서 한 번 써봤다. 블로그에 또 거미줄 치게 생겼으니까.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일은 아빠 책상 뒤지기가 아니라, 글로 남기기라고 덧붙이고 싶다. 당신들이 보지 않는다면 당신들에 대한 글도 쓸 수 있는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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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eons
무슨 소리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는 판례를 읽으며 A를 떠올렸다. 내가 좋아했던 그의 명석함!!  그러나 머리 좋은아이들은 골치가 아프다는 큰 깨달음을 그는 나에게 남겼지.

A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데는 "분명" 이유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나도 그가 그 말을 할 때 그 말에 참 많이 공감했는데, 현실이 아이러니한 것은 지금 이 시점에 와서 도대체 그와 내가 만난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이었냐는 이야기를 한다면 나는 모르겠다는 것이다.

예전에 "최고의 드라마"인 "연애시대"에서 오윤아가 퇴장하며 감우성이 이런 나레이션을 한다. "자꾸 신경 쓰이고, 자꾸 생각나고, 도와줘야할 것 같고, 그게 사랑이었을까?"라고. 하지만 극중 감우성은 오윤아가 아니라 "은호"(손예진)를 선택하는데, 그렇다면 그건 뭐였을까? 사랑이었을까?

얼마전에 레이몬드 카버의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을 읽으면 거기서 주인공이 말한다. 우리가 너무 흔하게 사랑을 말해서 그 고귀한 감정이 가치 없어진거라고. 만나고 헤어지고 다른 누구와 또 사랑에 빠지면서 함부로 그걸 사랑이라고 말하지말라고. (그와 대화를 하는 그의 부인은 전 남편이 그 부인에게 폭력을 행사했고 결국 그녀가 떠나자 권총을 입에 물었는데, 그 부인은 남편이 자신을 사랑한 것이라고, 그렇지만 그 방법이 틀렸을 뿐이라고 말한다.) 어쨌든 그 이야기가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하지만, 그보다는 더 넓게 더 흔하게, 더 쉽게 사랑이라는 말을 써도 그 말, 달아지거나 흔해지거나 가치없어지지 않지 않을까.

뭐 이런 멜랑꼴리한 소리를 하면서 나는 오늘도 판례를 읽고 있다. 이거 외워지는 거니 --;


Posted by aeons

1. 어제 오후에 산 청바지가 오늘 정오에 도착했다.
 "빨리빨리 문화 최고!!!"

2. 꺼내는 순간 바지의 크기에 새각했다.
"크겠는데?"

그러나 청바지를 입는 순간 깨달았다.
내 덩치가 컸음을;;;

3. 예쁘게 쏙 들어간 바지가 단 하나, 허리 단추가 0.5cm이하로 그 간격을 좁히지 못할 때 두가지 생각이 났다.
바꾸느냐/노력하느냐

3년 반전에 백화점 청바지 매장 언니가 한 명언이 생각났다.
"청바지는 들어가는게 맞는거에요"

4 아침에 체중계에 올라가보고 좌절한 어마마마를 놀려댔다. 뒤따라 나도 체중계에 올랐다가.

왕 좌절...

뭐냐, 저 숫자는,
설 연휴의 저주가 도착했다.

5 그래서 오늘은 도서관 4층까지 걸어 올라갔고, 일부러 도서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내려주는 버스를 탄 후 좀 걸었다. 활동량을 늘려야지. 이참에 걸어다닐까? 생각도 했다. 날씨도 바쳐준다!

6 하지만 움직인만큼 맛있게 점심을 뚝딱 해치웠고, 그 "먼" 정거장 앞에 있는 투썸 플레이스에서 라떼도 한 잔 먹었다. 큰 깨달음이 생겼다.

활동량이 늘어나면! 살은 안빠지고 지갑에 돈이 빠진다.

7.청바지는, 모델 Fit 과는 다르지만 그 훌륭한 할인 가격에 비춰볼 때 아주 만족 스럽다. 포장지에 함께 들어있던 명함에 <구매 감사합니다. 예쁜 후기 남겨 주세요> 라고 써져있어서 써봤다. 물론 그 아저씨는 여기에 후기를 남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겠지만.

8. 그렇다!  나는 노력했다.
노력하는 이들에게 축복있으라.
그리고 끝내 성공하리랏.

9. 착샷을 날리라는 요구들이 있었는데, 핸드폰 카메라가 고장났다. (나에겐 아이폰5를 사야하는 수 많은 이유들이 있다.)

10. 청바지가 들어가는 것과, 또 잘 어울리는 것은 별게다. 그러나 청바지는 전혀 체형을 커버해주는 아이템이 아니라는 점에서 원성과 동시에 로망을 얻고 있다. 청바지에 흰 티를 입고도 예쁜 여자!

<you know what i'm saying...>

(참고로 난 까만 니트 목폴라에 청바지의 남자, 좋아한다. 머리는 당연히 살짝 긴 스포츠머리)


11. 그러나 또 어울리는 것과 입고 싶은 것은 별개다.

12. 어쨌든 그 0.5cm의 간극이 나에게 남긴 것은, 골반-이 바지는 그래, 골반에서 잠긴다. 미국에들이 허리가 없어서 일까,-에 붙어있는 미묘한 살들이 어떻게 조금 안 빠질까의 문제이다. (배는 바지 끝단의 위에 있기 때문에 아웃오브 안중이 되어버렸다. 그래 결국 인간은 근시안적인 존재일 수 밖에 없다,) 밥을 먹으면서 어마마마께 그 이야기를 했더니 어마마마가 말씀하셨다.

안빠져
거기는 더더욱.

13. 내가 그 청바지를 입을 만한 일은 아무리 따져보아도 3월이나 되고 나서의 일이다. 뭔가 억울한 느낌이 든다. 뭔가 억울해서 한 벌 더 사고 싶다. 세상에! 이 세상에 세일하는 옷은 왜 이리 많은지! 이 세상에 온라인 쇼핑몰에서 봐서 예쁜 옷은 또 어찌나 많은지! 이 세상에 "새 옷"이 필요한 순간은 또 어찌나 많은지!!"

14. 그리고... 청바지에 맞는 구두도 필요하다.

15. 누가 "소유의 종말"을 말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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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eons


-그냥, 어느날 니가 진절머리 나기 시작한 걸수도 있어.
-아침에 일어나서?
-그렇지, 나도 예전에 여자친구 만날 때, 어느날은 얘가 유난히 미워보여, 뭘해도 짜증나고. 그러다 하루 참으면 괜찮아져. 하루 참았는데 안되면 일주일쯤 참아보거나. 걔가 그날 짜증스러웠는데 못 참았을 수 있지. 뭐 한 일주일 참았는데도 나아지지 않았다거나.




-역시, 더 들으면 정신건강에 안 좋겠다가 결론. 그렇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가장 타당한 이유.

+(20101122) 예전에 2가 말해줬었다. <삶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찰리 채플린이 말했어>라고. 비극적이었던 것은 그날 나의 명랑함이었고, 희극적이었던 것은 그 뒤의 친구들의 반응이다. 어쨌든 사건 발생으로부터 멀어질 수록 점점 희극 같아진다. (뭐 찰리 채플린은 이런 의미로 말한 것은 아니었던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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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eons

내가 최고로 불만을 느낄 때는 마땅한 구두가 없을 때다. 그러니까, 화장-옷-가방 그 밖의 등등등까지 적어도 "내 마음에는" 쏙 들었는데 집을 나서려고 하니 복장에 딱 맞는 <신데렐라의 유리구두>같은 녀석이 없을 때 말이다. (아! 신데렐라도 아무나 되는 것은 아니구나! 라는 한탄이 절로 나온다) 그러나 이것은 당연한 결말인 것이, 나는 구두를 잘 못고르고, 그래서 잘 안사게 되고, 그러다보니 구두의 갯수가 현저하게 적다. 이렇게 멋지게 포장했으나 사실 구두를 많이 사기에는 돈이 없을 뿐이다.

누구는 패션의 완성이 얼굴이라 했지만, 내 생각에 패션의 완성은 돈이다. 적절한 순간 적절한 아이템을 구비할 구매력. 그래서 골드 미스가 아닌 이상 항상 여자의 패션은 2%부족하다. 하지만 또 그 부족한 2%가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이 사람이다. (그러니까 98% 완벽해야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98%까지는 센스로 커버할 수 있지.(사진 속 아저씨는 정말 완벽하다!) 그래서 센스 있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 가끔 입 다물줄 아는 센스, 가끔 고운 미소를 날려줄 수 있는 센스, 언제나 유쾌할 수 있는 센스 등등등, 센스 센스 센스.

그리하여 내가 하려는 말은 어제 K와 함께 지나가다 보세 가게에서 본 5만원짜리 가디건과 3만원 짜리 티셔츠가 눈에 밟히고 있다는 말이다. 5만원짜리 가디건은 잘 입기에는 질이 너무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졌고, 3만원짜리 티는 5만원짜리 가디건이 없으면 잘 안입을 것 같아서 망설였다. (그보다 더 진솔하게 말하자면 지금에서 한 3kg은 빠져야 잘 어울릴 것 같아서 못 샀다.) 이렇게 구차하게 질, 함께 입을 다른 옷, 센스 등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실 8만원이 현재 나에게 어마어마하게 큰 돈이라서 못 샀다. -_-;  

그리고는 눈에 밟히는 그 옷들을 여름 폭우에 실어 흘려보내고자, 아이스크림을 먹어줄까 생각중이다. 아이스크림은 싸게는 300원, 비싸도 2000원안에서 해결 할 수 있지. 이렇게 해서 나는 3kg을 빼야 어울릴 티셔츠에서 한 발짝 물러서고, 그 밖의 다른 옷들에서도 한 발짝 물러선다.

덧, 이래봤자 지금 뿐. 가을이 저 지평선에서부터 달려오고 있지 않은가? 4계절은 옷사라고 신이 내려주신 선물 같다.

(사진 출처는: 사토리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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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eons

1. 어제 전화를 한 통 받았는데 요는 9/4일의 결혼식을 알리는 것이었다. 일정을 기록하려고 수첩을 드니, 벌써 9월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나의 생체시계는 미쿡에 있던 5월에서 멈춰있는데. (더워서 생체 시계가 가지를 않는다 -_-; )

2. 아무 것도 기록하기 싫고, 아무 것도 하기도 싫은 더위는 태풍이 몰고 온 비바람에 조금 가시려는 듯하다. 왜 태풍이 오면 이리도 탕수육이 먹고 싶을까. (어제 먹었는데 -_-; )

3. 이번주에 아버지랑 나는 마치 good cop, bad cop처럼 한 쌍으로 움직이는데, 월요일에는 단지 <메밀소바>를 먹기 위해 아버지는 내가 백화점에서 영수증을 교체한 후 상품권까지 받는 일련의 "여자 놀이"를 기다려주셨고, 오늘은 아버지의 차량 점검 의무(어머니가 시키셨으니까;)겸 <콩국수 먹기>프로젝트에 내가 동참할 예정이다. 여름이 식욕이 떨어지는 계절이라 좋은 것은 아버지가 자꾸 외식 하고 싶어 하신다는 것. 여름이 식욕이 떨어지는 계절임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것은 살은 툭하면 찌기 일관이라는 것.

4. 요즘 뭐하니?라고 물어보면 요즘 정말 뭐하는지 나도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요즘 아주 쏠쏠한 재미로 일상을 메꾸는 것이 있다면 다시 시작하는 미드/영드 시즌 -_-;  뒤늦게 알아 하루만에 14개의 ep를 섭렵후 곧장 시즌2의 시작일이 되어 <저 햄볶해요>를 외치게 해준 White color(수요일). 난 미스테리물은 별로 안 좋아하는데 어찌되었든 이상하게 처음에는 너무 안 이뻤는데 보면 볼 수록 여주인공이 조금씩 예뻐져서 계속 보고 있는 Haven(토요일). 수년째 월요일의 기쁨은 Entourage. 그리고 요즘 가장 간절히 "기다리는" 즐거움을 주는 것은 영국 드라마 Sherlock.

5. 겸사겸사 까먹을 것 같아서 쓰는데 나는 그 동안 상식파괴자라는 책을 읽었고(역시 자기 계발서는 내 타입의 책은 아니지만 신경학적인 지식과 연관시킨 것은 좋은 아이디어였던 것 같다. 요즘은 과학 지상주의 시대니까. 그렇지만 신경학 우엑, 자기계발도 하고 싶지 않아라는 사람은 이 책이 뭥미 싶을게다.), 인사이트 지식사전이라는 책도 읽었고(조선일보 미디어 그룹에서 최근 1년+-a의 기간동안 이슈가 되었던 새로운 키워드들을 선정, 짤막하게 소개하는 책이다. 조금 더 자세한 버전의 최근 상식책? 난 의외로(의외가 아닐지도 모르지만) 이런 것은 좋아한다), 인문학 베스트셀러 1위자리를 몇 주 째 지키는 기염을 통하는 정의란 무엇인가(정치철학) 와 좋아하는 올리버 색스 아저씨의 뮤직코필리아(올리버 색스 아저씨의 책이 늘 그렇듯 신경외과의 임상기록 같은 것이다. 도대체 인간이 왜 음악을 좋아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음악이 인간에게 미치는 놀라운 능력들에 대한 기괴한 이야기들.)를 읽고 있다. 1Q84<3>은 번역본이 나오기 전에 다 읽어버리리랏!을 외치며 샀지만 한글판을 살수도 일본어판을 후다닥 읽을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기로에 빠져있지.

6. 그리고 영화도 봤다. 인셉션(개봉 다음날 봐주는 애정을 표시해주었지). 오션스가 보고 싶다고 노래를 간간히 불러줬지만 K의 답변 <난 물속에 사는 것 싫어>. 인셉션만 봤겠어? 슈렉포에버도봤지. 이끼도 봤다. 아저씨도 봤지. 아저씨, 참 잘 생겼더라. 나라도 옆집 전당포에 저렇게 잘 생긴 아저씨가 있으면 맨날 가서 까불겠다. 심지어 햄도 구워주는데. (이끼는 솔직히 너무 긴 경향이 없지 않다. 만화를 줄이다보니 친절한 설명이 필요한 순간이 있는 것도 조금 알겠다. 슈렉은 그냥 슈렉인거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언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촘촘한 구성으로 관객을 미로속으로 빠뜨리는데 이번에도 역시 그렇다. 아저씨는 "한국판 Taken"이라고 말하면 된다던데-막상 나는 테이큰을 안 봤다-원빈이 시원하게 다 해결해준다. 원빈은 감옥에 가는거니 안가는거니, 너무 궁금하다.)

7. 그런데 태풍이 상륙해서 경남은 사람이 죽는다는데 이 동네는 비가 그치고 다시 매미가 울기 시작했다. 아, 매미, 시끄러운 녀석.



참고,

# 25. 상식파괴자-그레고리 번스
상식파괴자 상세보기
# 26. 인사이트 지식사전
인사이트지식사전세상을움직이는키워드 상세보기
# 27. 뮤지코필리아-올리버 색스
뮤지코필리아 상세보기
#.28. 정의란 무엇인가-마이클 샌델
정의란무엇인가 상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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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eons

1. 오랜만에 늦은 시각까지 술을 마시고 나니-아버지가 등산 가시는 날이라(매주 토요일!) 미리 어머니께 늦을 거라고 언지하고 (일단 아버지가 일찍 안 주무시는 날은 거의 얄짤 없이 12시 통금 T-T ) 12시를 넘기었으나, 아버지가 일어나시는 새벽 4시반 전에 집에 가야하는 불쌍한 나 T-T 엉엉-무엇보다 체력이 안되더라. 머리가 지끈지끈하게는 마시지도 못하고 그렇지만 아침에는 온몸이 쑤시는 저질 체력을 나이탓으로 돌려보는 오늘.

2. 한 번 미룬 약속이기 때문에 절대로 깰 수 없다는 각오로 몸을 질질 끌며 나간 가로수길. 다행인건 약속 상대도 새벽 4시에 들어간 아이. 덕분에 중간에 낀 Y만 브런치를 기대하며 나왔다가 우리에게 <해장해야돼? 국물 있는 거 먹을까?>를 수번은 말해야 했다는. (그렇지만 결국 먹은 것은 브런치~ :) >

3. 어쨌든 아침에 집에서 물 두컵 마시고 버스타면서 생수 500ml를 들고 탔음에도 잠긴 목이 풀리지 않아, 얼마전 <당신의 목은 건강하십니까>라는 제목의 생로병사의 비밀을 본 것이 생각나서, 이러다 나도 영영 목소리를 잃어버리는 것이 아닌가라는 불안함에 잠시 시달렸었다.
부연하자면 목소리가 변하는 것은 목을 잘 못 관리했기 때문인데 최대적은 탈수. 그러니 커피나 술 등 이뇨작용이 있는 음식물을 섭취하고 나면 그만큼의 물을 마셔줘야 목에도 좋다는 것. 그리고 신기했던 것은 남자인데 여자 목소리가 나는 사람들 가끔 있지 않은가, 변성기 안 지난 것 처럼. 그런 사람들은 그냥 몸이 성인이 되면서 변한 발성기관을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 뿐이란다. 어린 시절의 버릇대로 발성기관을 사용하기 때문에 가는 목소리가 나오는 거라는데, 이 말인 즉슨 훈련을 통해 고쳐진다는 말. 여자 목소리가 나는게 컴플렉스 였다는 남정네의 토로를 무색하게 만드는 이 사실 --;
(또 딴길로 샐라, 본론으로 돌아가자)

4. 아무튼 피곤하게 눈을 꿈뻑 거리는 나를 위해 Ch가 말해준 숙취 해소 이론. 자신과 자신의 친구들에게 임상실험을 마쳤다는 이 방법. 이야기 해주는데 정말 어디다 노트 필기해야하는 줄 알았다.
 
첫째, 술을 마시면서 물을 충분히 마셔주는 사람인 경우, 아무리 많이 마셨어도 아침에 포카리 중자 하나면 충분하다고. (아시다 싶이 숙취의 원인은 거의 탈수! ) 이건 예전에 내가 우엉에게 <우엉님, 도와주세요. 숙취에 시달리고 있어요>라고 문자보내자 우엉이 대답해준 내용과 같다 <물을 충분히 마시세요. 포카리도 괜찮습니다 어쩌구저쩌구> 참고로 Ch는 포카리를 권장, 그 이유는 물은 소주가 올라올 위험이 있단다 -_-; 
술을 마시면서 물을 마시지 않는 사람의 경우 1.5리터 패트 하나를 추천.

 둘째, 아침은 꼭 먹어주라고. 뭘 먹든 상관없지만 어쨌든 아침을 꼭 챙겨먹으란다. 세번째 단계를 위해서.
 세번째, 해장"ㄸ"을 보라고. 사실 아침을 꼭 먹어주면 대부분 삼단계로 쉽게 넘어갈 수 있단다. 화장실에 가지 않으면 아직 몸안에 술이 남아있는 것이기 때문에 숙취해소완료 전이라고!
 네번째, 화장실에 다녀왔으면 다시 무언가 먹어주라고. 이 때 먹는게 진짜 먹는 거라나.
이렇게 4단계를 완료해야 숙취해소완료.

5. 사실 나는 막걸리나 동동주를 마시고 살아서 집에 간 적이 없었다. 살아서 집에만 못 가면 다행이고 그 이상의 사건들이 벌어졌음에도 큰 실수나 실패가 없었다는 것이 다행인 인생사. 그렇지만 국순당 생막걸리가 널리 사람들을 이롭게 하면서 나도 막걸리를 즐기게 되었다는 아, 이, 기쁜, 2010년.
그렇지만 막걸리가 하나의 기쁨으로 떠오른 만큼 부담스러운 것은, 마셔도 마셔도 취하지 않아 결국 배가 부르기만 하다는 것 (맥주와 같은 결론 T-T). 게다가 막걸리는 안주발도 안 세울 수 없다. 막걸리 안주는 왜 다 맛있는 걸까.

6. 얼마전에 H오빠가 <세상의 술 중에 하나만 남길 수 있다면 뭘 남길꺼야?>라고 물어서 나는 당연하게 맥주라고 대답했었는데, 왠지 막걸리로 바꾸고 싶은 오늘. 오빠는 뭘 남길꺼야, 했더니 <난 그 문제로 몇일째 고민중이야>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훌러덩 잘도 빠져나가는 그, 하지만 정말 선택하기 어려운 문제.

7. 그렇지만 최근 맥주도 마셨고 막걸리도 마셔줬으니, 왠지 다음은 소주로 하고 싶다. 엊그제 친구랑 만나 어디갈까 고민하며 인터넷을 뒤지다가 발견한 감동의 멘트, <새벽 2시에 왜 밥을 먹어야하는지 모르겠지만, 어쨋든 불가항력적으로 매번 가게 되는 돼지 국밥집>이라는 어느 블로거의 코멘트에 너무 가고 싶은 돼지 국밥집. 꼭 새벽 두시에 가릿.

8. 그렇지만 언제나 다짐뿐. 술에 잘 견디지 못하는 것은 체질이고, 새벽 두시까지 밖에 있는 게 도대체 가능은 할까라는 기분이 드는 것은 요즘 직업이 나를 관리하는 것인 아버지 덕분. 그리고 또 하나는 바람앞에 촛불 같은 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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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e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