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2010. 6. 29. 22:20

#21. 행복한 우연-히노하라 시게아키(6.29)
행복한우연
카테고리 자기계발 > 성공/처세 > 직장처세술
지은이 히노하라 시게아키 (영림카디널,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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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김선주(6.29)
이별에도예의가필요하다김선주세상이야기
카테고리 정치/사회 > 사회학 > 사회학일반 > 사회/문화에세이
지은이 김선주 (한겨레출판사,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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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6월까지 책을 20권정도 읽으면, 올해는 50권정도는-못해도 40권?-읽지 않을까라는 한 줄기 희망을 마음에 품고 있었다. 게다가 빠삐용 이후에 잡은 책(제목은 들어봤나 <상식파괴자>라고)이 내가 좋아하는 분야임에도 불구하고(자기 계발서란에 이름을 올렸지만 신경정신 과학서가 더 맞는 거 같은데, 뭐, 어디다 넣어도 상관없겠지만, 어쨌든 이런 쪽의 책이 베스트셀러에 떡 버티고 있으니 우리나라는 역시, 학문의 나라;; ) 집중이 되지 않아서 6개월20권으로 중간 정산을 하겠군 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까 비가 오더라. 나는 서점 앞에 서 있었지. 집에 가려던 참이었는데. 비가 오길래 그만 -_-;

그리고 저녁밥도 안 먹고 저 두권을 후다닥 봤으니 지금 배가 너무 고프다. (이 글을 쓰고 나면 금식 뒤에 찾아오는 폭식의 유령이 내 입에 라면을 넣고 있겠지 -_-; 아, 예지력이 생겼는지 왜 이리 눈에 선하냐; )

2가 <책 읽고 독후감을 포스팅하면 지겹지>라고 조언했으나, 읽은 책을 정리 하겠다는 순도 100% 자기만족의 심정으로 짧게 이야기하자면,

행복한 우연은, 직장 처세술이랑은 전혀 상관없는, 93세의 노교수이자 내과의사 분이 동일한 제목으로 도쿄공대에서 특강을 준비하면서 강연록 겸사겸사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에세이 같은 것이다. 하려는 말은 간단, "행복한 인생이란 우연히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연히 찾아온 행운을 어떻게 내 것으로 만드느냐에 달려있다는 것".
나름대로 자기 분야에서 성공하셨고 93세까지 왕성하게 활동하고 계신 분의 삶에 자세에 대한 지침같은 것이랄까. 200페이지를 조금 넘는 분량과 쉽게 쓴 글, 그리고 어디까지나 신변잡기적인 이야기들이기 때문에 금새 읽을 수 있음. 인생이 서러운날 읽으면 마음의 온도도 0.5쯤은 높일 수 있을 테고, 아무튼 그런 류의 책.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는 한겨레 칼럼리스트이자 우리나라 초기 여기자중에 한 분이신 김선주씨의 칼럼 모음집. 투명하고 날카로운 정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지성과 뜨끈뜨끈한 심장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마음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책. 정치적인 의견이 없지는 않지만 왠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내 또래의 여자들에게는 <한 번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은 책이다. (왜 여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리고 내 주변에는 없는 듯하지만 기자를 준비하며 글쓰기 연습을 하는 사람들은 한권 사다놓고 이 절제력을 본받아야 할 것 같다. 기자다운 글쓰기를 보여주신다. (여기서 기자는 기자같지 않은 기자들을 뺀 기자다 -_-; )

이제 배고프니까, 라면 먹어야지

Posted by aeons
서재2010. 6. 24. 08:53

#19.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데이비드 쉴즈 (06.24)

우리는언젠가죽는다
카테고리 인문 > 인문학일반 > 인문교양
지은이 데이비드 실즈 (문학동네,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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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The thing about life is that one day you'll be dead, David Shields

나랑 유머 코드가 맞는 건지 정말 오랜만에 책 읽다가 빵빵 터져서 미친듯이 웃어댔다. 유쾌한 책. 내가 식탁 맡에 머리 박고 낄낄 대면서 보고 있으니 아버지가 신기한듯이 쳐다보신다. (남성적인 코드가 강해서 여자들이 좋아할지는 정말 모르겠다;; 이 책에는 <감수성>이라는 파트는 없고 눈물이 날 정도로 웃으면서 읽고 나면 작가의 말대로 삶의 단순함과 비극성이 느껴지는 종류랄까?) 

유년기-청년기-장년기-노년기와 죽음이라는 4개의 장으로 이루어져서, 처음에는 각 시기별의 생물학적 특성들을 이야기하고(인간의 생물학적 특징에 관심이 없으면 이 책이 재미없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따름), 그 다음은 그 나이에 관련된 격언이나 유명인사의 말들이 쏟아진다음, 자신의 이야기와 자신의 아버지의 이야기가 나온다. 아버지가 정말 인물.


-아버지가 내게 가르쳐 준 것이 어떻게 보면 바로 그런 자세였다. 기존의 지혜를 의심해 보라는 것. 스스로 본 시각을 고집하라는 것, 언어를 운동장처럼 생각하라는 것, 운동장을 천국처럼 생각하라는 것, 아버지는 내 입과 내 타자기에서 흘러나오는 단어들을 사랑하라고 알려주었고, 내가 내 몸에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사랑하라고, 다른 누구의 거죽이 아니라 내 거죽에 담겨 있는 사실을 사랑하라고 알려주었다.(p321-이 책에서 유일하게 진지하게 교훈적인 부분)
Posted by aeons

-4월 6일 (화)

우습게도 오늘은 간만에 날씨가 음산해진 날인데 나는 또 감 못잡고 옷도 가볍게 입고 나온 주제에 이상하게 덥다. 의자에 털썩 앉고 나니 내 땀 냄새가 훌쩍 올라오는 게 괜시리 주변 사람들의 표정을 살피게 된다.

가끔 의외의 순간 의외의 것들이 생각 지도 않았던 기억들을 데려오는데 지금 이 순간이 그렇다. 미끈미끈한 게 찝찝해도 꼭 잡고 놓을 타이밍을 잡지 못하던 처음 하던 연애 생각이 났다랄까. 우습게도. 이미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서 잘 기억도 안나는데.

어제 친구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그 아이가 사실 자신의 가장 행복했던 연애의 기억은 M선배와 만나기 직전까지였다는 말을 했다. 정말 순수하게 좋아하는 마음 하나만으로 좋아할 수 있던 시기였어,라고. 내가 아는 M 과 그녀의 연애는 일단 짧았고, 그녀가 먼저 이별을 말했고 순정남의 전형마냥 M은 꽤나 마음 고생이 길었는데 그녀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온게 너무 신기했다. 그런데 왜 헤어졌어? 라는 내 말에 대답은 3글자. "어렸지."

그래, 우리 아주아주 어린 주제에 세상 모든 것을 다 안다는 듯이 굴었던, 정말 어린 시절이 있었다. 언제 잡은 손을 놓아야 하는 지, 언제 버스를 타야 하는지, 언제 전화를 끊어야 하는지, 어떻게 넘치는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지 도대체 모르던 시절. 엔진이 타 터질때까지 브레이크라고는 모르고 정면 돌진하던 때가 있었던 것이다. 노래 가사마냥 그건 너무 이상항 경험이고 그래서 행복한데 불안함을 느끼고 그 불안함이 불행의 전주가 되던.

내 인생, 내 선택은 결국 나만의 것이라는 것을 아직 제대로 배우지 못해 서투름에 주변을 둘러보지만 누구 하나와도 눈이 마주치지 않을 때의 두려움이 그때는 있었다. 마치 나 혼자만의 느껴지는 이 땀 냄새와 후덥지근한 열기 같이. 그 때는 그게 왜 그리 어색했을까. 그 모든 처음엔 감정을 모두가 왜 그 사람 때문이라고만 생각했을까. 소중하기 그지없어 두 손으로 고이 감싸 안아야 하는 것임을 왜 알 수 없었을까. 아마 시간을 되감아도 알 수 없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때는.

처음은 뭐든지 기억에 남는다는데, 갑판에 올라와서도 펄쩍 몸을 튕겨대는 큰 물고기의 생생함이 아니라 조금 더 처연한 안개빛이겠구나 하는 요즘.

그렇게 같은 듯 다른 기억을 모두 끌어안고 한걸음 한걸음 자신의 길을 가고 있다. 처음에서 두번째로 두번째에서 세번째로. 강이 얼마나 넓은지 알 수 없지만 급류에 휩쓸리지 않도록 오직 다음 징검돌만을 바라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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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eons
서재2009. 9. 19. 00:33

1. P의 추천으로 보게 된 책. 의외로 인문 교양 서적 베스트셀러 2위에 올라있더라. 김정운씨의 목표라던 캠핑카 사기에는 성공할 듯. 오랜만에 깔깔깔 웃어대면서 책장을 잡자마자 끝까지 읽었는데, 유난히 빠르게 봐버린 이유는 아마 내 인생관과 딱이라서 일 듯. 그가 말하듯 행복해지기 위해 천성이 50%, 생활태도가 40%, 환경이 10%면 난 언제나 90%이상이 행복함 카테고리에 있으니까 말이다. 오히려 문제는 너무나 재미를 추구해서 문제 아닌가 -_-;

2. 타켓층은 중년(정확히는 40대후반부터) 남자. 우리도 행복해져야합니다. 라를 외친다. 그런데 40대후반과는 너무나 상관없는(우리 아버지는 60대후반, 오빠는 30대 초반, 나는 20대 후반이 아닌가 -_-;) 내가 이리도 재미있게 읽은 이유는 뭘까?

3. 내 스스로의 답은 인생관이 같아서. 또 다른 이유는 글 자체가 재미있어서.

4. P의 말은 그래. 40대 후반이 문제가 아니야. 남자는 언제나 똑같아. 남자는 언제나 똑같은 것까지는 알겠는데, 그래도 넌 여자라고? 결국 남자랑 같이 살잖아?
그렇지. 한 쳅터를 넘길 때마다 큭큭대며 내가 아는 남자들에 매칭 시킬 수 있었지. 가깝게는 아버지, 오빠, 멀게는 남자인 친구들까지.

5. 그래서 여자들에게도, 남자들에게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누구나 한번쯤 읽어보면 좋겠는 책.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게 딱 이거야! 라고 외쳐도 사실 사람은 잘 안 변하지. 그게 바로 행복의 50%를 좌우하는 천성. 그리고 나는 너무 이 책에 공감해서 문제니까, 이것이랑은 정 반대를 말하는 미국식 자기계발서를 읽을 필요가 있을지도 몰라!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김정운(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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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e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