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0.12.13 당신의 정체는? 1
  2. 2009.09.19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1
  3. 2009.08.01 타임 패러독스-필립 짐바르도
  4. 2009.07.27 클루지 - 게리 마커스
노트2010. 12. 13. 18:01

얼마전에 <당신옆에 소시오패스>라는 책을 빌려봤다. "양심없는 그들! 바로 당신옆에 있다!" (무섭지?) 라는 카피프레이즈에 홀라당 넘어가서.

이런류의 심리학책에는 꼭 등장하는 <바로 이런 사람이 소시오패스(3가지 이상 해당 될 때 의심해 볼 필요가 있음)>의 7가지 조건들에 의심스러운 사람을 하나하나 집어 넣어가면서.
참고로 미국 정신 의학협회: American Phsychiatric Assocoiation:APA)의 정신 장애 진단 및 통계 편람 4에 따르면 그 조건들은 1. 사회규범에 적응하지 못함. 2. 기만적이고 간교함 3. 충동적이고 미리 계획하지 못함 4. 화를 잘 내고 공격적임 5.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의 안전을 개의치 않음 6. 시종일관 무책임함 7. 다른 사람을 해하거나 학대하거나 무언가를 훔친 뒤에도 가책을 느끼지 않음. 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것 같다. 이럴리가. 아차. 그 다음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APA의 정의는 진정한 의미의 소시오패스나 사이코패스를 진단하기 보다는 단순히 "범죄성(criminality)을 더욱 잘 묘사할 뿐이라고 생각하는 연구자들과 임상의학자들이 있다. 이들은 추가로 입증된 소시오패스 집단의 특징들을 지적한다. 그 가운데 보다 빈번하게 목격되는 한가지 특징은 말 잘하고 번지르르한 매력으로, 진정한 소시오패스는 이를 통해 비유적으로든 글자 그대로든 다른 사람들을 '유혹'한다. 이 일종의 카리스마를 통해 주변의 대다수 보통 사람들보다 더욱 매력적이거나 더욱 흥미롭게 보인다. 즉, 그(혹은 그녀)는 다른 모든 사람들보다 더욱 자발적이거나, 열정적이거나, 섹시하거나, 재미있거나, 혹은 더욱 '복잡'해서 매력적인 사람으로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이 '소시오패스 카리스마'는 아따금 강한 자기가치(self-worth)를동반하는데, 이는 처음 보기엔 아주 그럴싸에 보이지만 보다 가까이 들여다보면 이상하거나 어처구니 없게 보일 수도 있다. "내가 얼마나 특별한지를 언젠가는 세상도 깨닫게 될꺼야." "나를 만난 뒤로는 다른 어떤 연인도 만족스럽지 않을꺼야">(p22~23)
갑자기 그가 아닌 그녀 주변의 수많은 "매력적인" 친구들이 생각나서 어찌할바를 모르겠다.
 
소시오패스는 전체 인구의 4%정도를 차지한다. 그렇다고 그들이 다 극단적인 성향을 가진 범죄자(=싸이코패스)유형의 인간들은 아니다. 그들은 그저 엄청나게 매력적이고, 보통 이상의 자극을 추구하고, 병리적인 거짓말과 기만행위, 그리고 기생적인 '친구관계'를 가지는 사람일 뿐이다. 어떤 이들은 사회적으로 취약한 계층에서 태어나 사회적으로 취약한 위치에서 평생 고 주변의 몇명을 괴롭히며 살아가기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그 보다 더 크지만 살인보다는 약한 일을 벌이면서 살아가기도 한다. 예를 들어 1970년대 미국에 있었던 스탬프맨(Stamp man:당연히 별명이다)은 단순히 우체국 직원들과 경찰들이 허둥지둥 대는 모습을 보기 위해 우체국을 털고 우체국 근처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감옥에 잡혀들어가고, 다시 나와서 우체국을 터는 삶을 반복했다. 그렇지만 지능이 아주 높은 경우에는 실상 우리가 생각하는 모든 고위직에 오를 수 있는데, 이는 남들보다 더 잔인하고 결단력있게 행동할 수 있기 때문이고, 그들이 위험을 선호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기도하다. 심지어 히틀러나 무가디 처럼 대량학살을 저지르는 사람도 있다. (소시오패스의 유형에 대한 연구는 아직까지 이루어지고 있는 "중"이다. 예를 들어 시어도어 밀런(T.Millon)은 소시오패스의 유형을 10가지로 분류했는데 탐욕적인/부도덕한/불성실한/위험을 무릎쓰는/용기 없는/격정적인/무례한/악의적인/폭군적인/해를 끼치는/으로 구분했다.)

다시 말하면 소시오패스란 애정과 애착 그리고 거기에서 비롯되는 책임감과 의무감이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인데, 한마디로 요약하면 양심없는 애들이다. 문제는 다른 모든 정신 질환이 질환의 당사자에게 얼마간의 개인적 고뇌와 비참함을 수반하는데 비해서 소시오패스들은 유일하게 당사자가 전혀 괴롭지 않은 "질병(?)"이다. 소시오패스들 대부분은 자신의 삶에 아주 만족하며 이런 이유로 치료법도 없고 치료를 받을 생각도 없다. 그들은 단지 세상을 게임처럼 인지하며 자신의 목표 달성을 위해 다른 이들을 그저 도구로밖에 인지하지 않는다. 무서운 것은 그들이 사회화되면서 타인의 감정회화에 심지어 <일반인보다 더> 잘 적응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거짓으로 애정을 갈구하고 거짓으로 눈물을 보이기도 하는데 이유는 단 하나 "양심 있는" 사람들이 자신을 "동정"할 때 자기가 가장 편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소시오패스라는 존재들은 왜 생기는 걸까? 모든 인간이 가진 질병이 그렇듯이 이것도 <날 때부터 소시오패스>와 <살다보니 소시오패스>로 구분될 수 있다. 여기에 사회의 문화, 개인적인 경험등이 버무려져서 탄생한다. 이에 대해 더 자세한 설명은

어쨌든 이런 25명중에 한 명인 소시오패스, 양심없는 사람들을 만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피하는 것"뿐이란다. 어쨌든 이 책을 쓰신 마샤 스타우트 박사님은 소시오패스 환자보다 소시오패스에게 당해서 마음에 헐어버린 정상인들을 더 많이 만나봤는데, 이유는 명확하다. 소시오패스는 양심이 없으니까 무슨 일을 저질러도 괴로워하지 않는다.(그렇지만 당하는 쪽에서는 무척 괴로울 것이다.) 그들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의 범위는 매우 원초적인 것으로 당장의 신체적인 고통과 쾌락 혹은 단기간의 성공과 실패에서 오는 희열이나 좌절이다. 좌절은 분노를 일으킬 수 있기에 종종 소시오패스들도 연애의 실패에서 상실감을 느끼는 것처럼 보이나,  그것은 단지 그들이 그들의 "소유권"을 주장할 물건을 잃어버린데 대한 화남이지 누군가 혹은 무언가를 잃어버린데 대한 상실감이나 슬픔은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증상은 Supernatural session 6에서 샘이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아무튼 나는 왠만한 소설책보다 훨씬 몰입도를 높이면서 여기까지 읽고, 담백하게 소시오패스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 다음 장은 소시오패스들이 일반인들이 그들에게 느끼는 "동정심"을 최대로 이용하는 사람들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니까, 만약 살다가 소시오패스들을 만나면 "얼른 도망갈 것", "동정심이 일면 당신이 바보", "넌 소시오패스랑 경쟁해도 게임이 안돼", "그들에겐 치료제란 없고 개선도 없어" 라는 조언으로 그녀의 인간다운 연민을 All kill 해버렸다. 결론 또한 완벽하다. "잘 먹고 잘 사는게 최대의 복수다"

호환 마마 전쟁보다 더 무섭다는 소시오패스의 존재를 인정하고 났더니 Path가 생각났다. 누가 연구했더니 한 개인은 많은 사람들을 알 수는 있어도 진정 '친구'라고 부를 만한 인간관계는 50명이상이 되지 못한다는 결과가 나와서 만들어진 counter-facebook 싸이트인 path. 오, 50명중에 2명은 확률적으로 소시오패스일테다. 더 많은 수도 있고, 더 적을 수도 있다. 전혀 도움이 안되는 이야기도 존재한다. 산업화되고 개인화된 사회일 수록 소시오패스의 숫자는 많아진다.

이 책을 읽는동안 나는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들/혹은 인간적으로 정이 안가는 이들(별로 많지 않다)/혹은 좀 두려운 상대들을 떠올려봤는데 실상 내가 제대로된 의학교육을 받지 않았고, 형용사라는 것은 아주 넒게 해석될 수도 있고 또 아주 좁게 해석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만약 그 혹은 그녀가  소시오패스라면 나 역시 충분히 소시오패스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소박한 웃음의 따뜻함, 누군가와 함께 있음에 대해 감사하게 하는 마음, 상실에 의해 느끼게 되는 슬픔, 이런 것들은 얼마나 소중하며 또 따뜻한가. 만약 누군가 정말로 이것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는 참 불쌍한 인간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언제나 결론은 긍정적으로. 그리고 조언도 받아들이자. 놀지 않는 것이 상책.


덧, 이 글에 나오는 모든 과학적인(?)이야기들은
당신옆의소시오패스 상세보기


덧, 공부하기 싫어서 쓴거. 맞다.

'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치체계(value system)  (3) 2010.05.25
변화와 적응  (3) 2010.05.17
소비의 쾌락  (6) 2010.04.19
"욕망"의 "이중적" 일치.  (0) 2010.04.03
Don't judge me.  (1) 2010.04.02
Posted by aeons
서재2009. 9. 19. 00:33

1. P의 추천으로 보게 된 책. 의외로 인문 교양 서적 베스트셀러 2위에 올라있더라. 김정운씨의 목표라던 캠핑카 사기에는 성공할 듯. 오랜만에 깔깔깔 웃어대면서 책장을 잡자마자 끝까지 읽었는데, 유난히 빠르게 봐버린 이유는 아마 내 인생관과 딱이라서 일 듯. 그가 말하듯 행복해지기 위해 천성이 50%, 생활태도가 40%, 환경이 10%면 난 언제나 90%이상이 행복함 카테고리에 있으니까 말이다. 오히려 문제는 너무나 재미를 추구해서 문제 아닌가 -_-;

2. 타켓층은 중년(정확히는 40대후반부터) 남자. 우리도 행복해져야합니다. 라를 외친다. 그런데 40대후반과는 너무나 상관없는(우리 아버지는 60대후반, 오빠는 30대 초반, 나는 20대 후반이 아닌가 -_-;) 내가 이리도 재미있게 읽은 이유는 뭘까?

3. 내 스스로의 답은 인생관이 같아서. 또 다른 이유는 글 자체가 재미있어서.

4. P의 말은 그래. 40대 후반이 문제가 아니야. 남자는 언제나 똑같아. 남자는 언제나 똑같은 것까지는 알겠는데, 그래도 넌 여자라고? 결국 남자랑 같이 살잖아?
그렇지. 한 쳅터를 넘길 때마다 큭큭대며 내가 아는 남자들에 매칭 시킬 수 있었지. 가깝게는 아버지, 오빠, 멀게는 남자인 친구들까지.

5. 그래서 여자들에게도, 남자들에게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누구나 한번쯤 읽어보면 좋겠는 책.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게 딱 이거야! 라고 외쳐도 사실 사람은 잘 안 변하지. 그게 바로 행복의 50%를 좌우하는 천성. 그리고 나는 너무 이 책에 공감해서 문제니까, 이것이랑은 정 반대를 말하는 미국식 자기계발서를 읽을 필요가 있을지도 몰라!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김정운(09.18)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상세보기

'서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안 ~ 어글리 트루스(Ugly Truth)  (0) 2009.10.16
나는 누구인가-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  (0) 2009.10.06
Complication-아툴가완디  (0) 2009.09.17
바우돌리노  (0) 2009.09.16
1Q84,무라카미 하루키  (0) 2009.08.30
Posted by aeons
서재2009. 8. 1. 09:46

1. 그러니까 녀석의 끝멘트는 이거였다.
<야, 나 뭐 해야된다. 내가 다음에 또 전화할께>
전화를 끊고 나서 그 "다음에 또"가 해야할 일을 마친 몇 분뒤인지, 집에 돌아간 몇 시간 뒤인지, 아니면 다시 나에게 전화할 기분이 들 몇 일 뒤인지, 아니면 한국에 돌아올 몇 달 뒤인지 모르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좀 기다려봤지만 3시간이 지난 지금도 전화는 오지 않는 것이, 결국 그의 마지막 멘트는 인사치레였을 것이다.(그렇다고 3시간동안 기다린 건 아니다. 정확히 하고 넘어가자 -_-; ) 칵 때려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2. 시간에 대한 오해에 관하여는 유명한 일화가 많이 존재한다. 중동의 누군가랑 점심 먹자고 약속했는데 오후 4시가 넘어서야 상대가 나타났다는 비지니스 일화라던지. 우리는 시침이 하루를 24등분하고 다시 그것을 분침이 60등분하는, 전세계 공통 시각을 위성에서 쏘아주는 것이 당연한 사회에 살고 있지만, 사실 시간도 사회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파악된다. 앞에서의 예처럼 <점심을 먹죠>라고 말하면 각자 점심을 먹을 시간을 떠올리고, 거기에 그 점심을 먹기 위해 미리 만나야할 시간까지 떠올리니 편차가 커질 수 밖에.
 또 다른 유명한 일화는 90년대까지 존재했던 소위 '코리안 타임'. 늘상 시간에 늦는다고 해서 붙여진 오명인데, 지금 생각해보면 외국 사람들이 우리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생각하는 <빨리빨리>랑 어떻게 공존 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공존한게 아닌가? -_-;) 어찌되었든 장하준씨의 <나쁜 사마리안들>은 '정확한 시간관'이란 산업사회가 학습 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일찍이 농업사회에서는 정확한 시간이 필요없었던 것이다. 해 뜨면 나와서 일하고, 해지면 들어가서 자고. 서구에서도 시계가 보편화 되기 시작한 것은 산업 혁명이 일어난 뒤로, 동시에 작업을 시작하고 끝내는 공장이 생기고 나서라는 것이다. 따라서 어느날 갑자기 처들어온 서양애들이 <시간관념이 이렇게 없어서야!> 라고 탄식해봤자 <시계라는 게 뭔디유?>라는 대답이 돌아올 수 밖에. 아무튼 그래서 산업화가 덜 진행된 사회는 언제나 시간관념이 없고, 그래서 언제나 게으르다. 식민지를 건설하러 들어온 모든 민족이 자신의 식민지 주민의 나태함을 투덜거렸다.
 그러나, 시간은 모든 것을 변하게 하듯, '코리안 타임'은 이제 옛날 옛적 이야기.

3. 필립 짐바르도와 존 보이드가 같이 쓴 <타임 패러독스>는 이런, 개인의 시간관에 대한 책이다. 필립 짐바르도는 그의 유명한 SPE(Standford prison experiment)에서 개인의 시간관에 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궁금증을 갖게 되었다~ 정도를 훌러덩 언급한다음 얼마전 멋지게 이 책을 냈다.
 요는 단순한데, 개인은 각자, 과거를 어떻게 보는지, 과거/현재/미래 중 어떤 것을 바라보며 살아가는지에 따라서 다른 행동 패턴을 보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중아시아권의 자살 폭탄자들은 개인의 성격이 삐뚤어져서도, 종교집단에 세뇌 당해서도, 사회의 부조리를 깨달아서도 아니고, 현세를 초월한 미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죽음 뒤의 생을 바라보며 그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사례는 모든 <자살로 정치적 의사 표현을 하는 사람들>에 해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안중근, 윤봉길 의사와 같은 우리나라의 독립 운동가들, 수도 없이 비행기를 몰고 추락해댔던 일본의 가미가제 특공대원들이 자살을 할 수 있었던 대는 완전히 다른 이유들이 존재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재미있었던 것은, 잦은 지각생들은 주로 현재쾌락형 시간관이 강한 사람들이라는 것. 그들은 현재를 어떻게 하면 즐겁게 보낼 수 있을까만을 생각한 나머지, 목표(약속시간에 약속장소에 도착)를 하기 위해 반드시 써야하는 비용(이동시간)을 고려하지 않는단다. 우리는 현재캐락형 인간들이야, 라는 대화를 같이 했던 친구 Y가 말했다 <응! 순간 이동만이 해결책이야!> 또, 흡연 마약 도박등에 빠지기 쉬운 것도 현재의 최대 자극을 추구하는 현재 쾌락형 시간관을 가진 사람들. 여기서 응용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딱 알아차렸을 것이다. 사랑에 빠진 연인들은 현재 쾌락형 시간관을 가지게 된다는 것.

4. 개인이 단 하나의 시간관을 갖는 것은 아니다. 모든 시간관을 가지고 있으나 어떤 것이 더 강한 성향을 나타내느냐의 문제. 그리고 상황에 따라 어떤 시간관으로 그 상황을 대하느냐가 문제 인 것이다. 시간관의 종류는 6가지다 (과거긍정적, 과거부정적, 현재 쾌락적, 미래 지향적, 초월적, 현재 숙명적).
가장 좋은 시간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과거를 긍정적으로 보고(강한 과거 긍정적), 미래에 뚜렷한 목표를 가지며(강한 미래 지향적),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현재에 노력하면서 현재의 순간순간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란다(적당한 현재 쾌락적).

5. 각 시간관의 특성으로 살펴보면 나는 현재 쾌락적 인간이어야 할 것 같은데, 사실은 강한 미래지향적 인간이었다. (현재 쾌락적 수치는 평균보다 살짝 위였다. (시간관에 대해서는 책에 테스트가 있다) 교육은 적절한 시간관을 개인에게 주입하는 것이니까, 우리 스탠포드(짐바르도 아저씨는 스탠포드 교수였다. 정년퇴직 했지만) 학생들도 주로 미래지향적 시간관을 갖더군요, 라고 말했다. 사회에서말하는 성공에 가까운 사람일 수록 미래 지향적 시간관을 가진 사람이 많단다. 읽으면서 나는 생각했다. 그래서 스트레스 참으면서 머리 빠져가며 일하고 나이 50에 심혈관 질환으로 죽는거지? 라고.

6. 대학교 2학년때인가, MT를 갔었다. 시간이 아슬아슬해서 마구 뛰었으나, 달리는 기차에 올라타지 못하고(정말 영화 주인공 같았다) 기차 꽁무니를 쫓아 달리다가 결국 플랫폼에 덩그라니 남겨졌던 기억이 있다. (물론 MT 자체는 다음 기차를 타고 무사히 갔다)
 얼마전에 JS오빠가 그러지 말고 미국에 오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한국은 한번 기차를 놓치면 다시 올라타기 힘들잖아. 능력 있어도 사장 되기 쉽지>. 거기에 나는 대답했었다 <다시 기차를 올라타도 내가 타고 싶었던 그 기차는 아니고>라고. 당시에는 일상적인 대화였으나 마음에 남아있었던 모양이다.
 종종 생각하는 것은, 살면서 분명 몇번은, 이 기차가 내가 타고 싶었던 것인지 아닌지도 생각하지 않고 기차에 올라타거나, 아니면 타고 싶었던 기차에 타지 못하고 다음 기차를 타야하는 순간을 제 손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하고 싶은 것이 딱히 있는 게 아니라서, 라는 애매모호한 태도로 22살까지 살아넘긴 것도 그렇고, 연애에 있어서도 타인이 바꾸려고 해서 사람이 바뀌는 것은 아니니까, 라는 철학으로, 관계에 있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현재에 충실하는 것 이외에 아무 것도 없었던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미래는 아무도 모르지만, 지금 이 순간만은 미래를 확신하게 해 줄 수 있는 상대가 좋겠다는 생각이 들자, 연인으로서 내가 부족했던 점을 엄청 알아버렸다랄까. 
 과거 긍정적인 시간관을 가지고 일련의 사건들에서 포지티브한 교훈을 끌어내자면, O를 만난 후에 나는 점점 시간과 마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여지까지는 시간은 시간대로 나는 나대로 가거나, 시간에 쫓겨 정신없었던 상황이었다면 말이다. 그래서 내가 스스로에게 최근 가장 자주 하는 질문은 이거다 <후회하게 될까?> 무엇을 선택하든, 결국 후회를 하든 안하든 중요한 것은, 후회가 찾아드는 순간에 내가 온전히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느냐 없느냐 인 것 같다. (준비된 자세랄까?) 이렇게 또 형이상학적인 결론만 내놓고 현실에서 행동으로는 아무것도 옮기지 않고 있다. 사람 마음이라는 게 그렇게 쉬운 게 아니지. 심지어 내 마음도 말이다. 나 좀 쉽게 행복할 수는 없나? 라고 생각하고는 혼자 웃어버린다.


착한 사마리아인-장하준
나쁜 사마리아인들 상세보기
타임 패러독스 -필립 짐바르도, 존보이드 (7/29)
타임 패러독스 상세보기







Posted by aeons
서재2009. 7. 27. 11:23
1. 진화론은 유전자 수준에서의 변이가 각 개체에 차이를 만들어내고, 그 차이가 다시  환경에 의해 선택된다는 이론이다. 그리하여 환경에 유리한 특성이 계속해서 살아남는다는. 진화론에 있어 환경에 의해 선택되는 행태는 다시 두가지로 나뉘는데, 그 개체가 처한 자연환경에 의해 선택되는 것과, 개체가 배우자에 의해 선호되는 정도인 성선택으로 나뉜다.
성선택이 뭐야? 응, 우리는 유전적으로 더 우수한 배우자를 선택하는 본능이 있다는 거지. 라는 짤막한 대화를 듣다가 불쑥 슬퍼졌다. 망할. 아무에게도 선택받고 있지 못하잖아. 라는 생각이 들어서.

2. 최근의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학계의 코드는 <진화>다. 기존의 학문들은 인간을 <합리적 존재>로 가정하고 출발하지만, 진화의 관점에서 인간은 계속해서 변하는 존재다. 그러니까, 어찌되었든 "지금"은 완벽히 합리적일 수 없다. <참 잘했어요>라는 도장을 찍어주었지만 <여지까지 잘 해왔어요>라는 의미지 <앞으로도 계속 잘 할 꺼에요>라는 말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단순히 진화이론이 시작된 것은 다윈 부터지만, 최근은 그 경향이 각 학문으로 퍼져나가, 진화의학, 진화심리학, 행동경제학 등으로 응용된다.

3. 네스의 <인간은 왜 병에 걸리는가?>라는 책에서는 질식사를 이렇게 설명한다. 원래 아가미 호흡을 하던 어류의 일부(척추동물의 조상이다)가 육지로 올라오면서 허파가 발달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원래 입에서 위로 이어지던 통로밖에 없었다가, 허파가 발달하면서 기도가 만들어진다. 허파와 기도가 지금 모습으로 발전하기 전까지는 식도를 대신 호흡의 수단으로 사용할 수 밖에 없었고, 인간까지 진화하면서, 완벽하게 분리되지 못하고 기도와 식도의 교차점이 남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거기에 음식이 걸리면 우리는 켁켁 거리다 죽는 것이다. 어쩌다가? 매년 10만명 중 하나가 질식사한다고 한다. 하긴 우리나라의 사망원인 (통계청 홈페이지 자료를 뒤적여보면, 좀 철이 지나기는 했으나, 2007년 우리나라 사망원인 1위는 암으로 10만명당 137.5명, 2위가 뇌혈관질환(59.6명), 3위가 심장질환(43.7)명이다. 자살이 4위로 24.8명, 교통사고가 15.5명으로 6위다) 에서 1위를 하려면 10만명 중 150명정도는 매년 죽어줘야하니, 어쩌다가라고 할 수도 있겠다. 옆길로 샜지만, 아무튼 인간은 이렇게, 그때그때 환경에 맞춰 진화해왔다는 것이고, 과거의 흔적들을 완벽히 지우지 못한 특징들을 여기저기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4. 진화 심리학자인 개리 마커스는 인간의 몸 뿐만 아니라 심리학적 면에서도 인간은 클루지다, 라고 이야기한다. 클루지(Kluge)라는 것은 사전에 설계하여 최적의 재료들을 모아 만들어낸 장치가 아니라, 있는 것을 가지고 대강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게 만들어낸 장치를 말한다. 위키 백과는 이렇게 설명한다.
Kluge: an ad hoc engineering solution, inelegant in principle but possibly elegantly pragmatic, from klug [German] meaning clever. 
책이 물론 많은 영역에서 인간 심리의 클루지적 측면을 이야기하지만 여기서는 그 중 하나만 살펴본다.
인간이 지금과 같은 문화를 이룩하지 못하고, 그저 생존을 위해 투쟁하는 동물의 하나로 보는 게 더 나았을 무렵에는, 빠른 선택이 중요시 되었다. 예를 들면, 지리산에서 반달곰을 만났다라고 생각하자, 도망 갈 것인가 죽은 척 할 것인가? 이 상황에서 도망 갔을 경우 벌어질 일들과 죽은 척 했을 경우 벌어질 일들을 생각한 후, 각각의 확률을 계산 하고 있으면, 당신의 살 확률은 확실히 0에 수렴한다. 조상님들은 하도 그런 상황에 많이 노출 되어서, 경험으로 습득했다. 뱀을 보면, 소리를 지르자. 바퀴 벌레를 봐도 소리를 지르자. 변태를 봐도 소리를 지르자(아, 또 옆길로 새려고 한다.)
그러나 기계화 정보화로 대표되는 현대 문명을 이룩한 뒤 인간이 의도치 않게 곰을 만날 확률도 뱀을 만날 확률도 무척 적어졌다. 현대 사회에서는 계산하는 인간, 합리성을 쫓는 인간이 더 생존 확률이 높다. 그렇지만, 진화의 습성을 버리지 못한 인간의 뇌는 언제나 갈등한다. 빨리 선택할 것인가, 신중하게 선택할 것인가. 이걸 쉽게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이렇다
<이성이냐 본능이냐>

5. 그럼 다시 아무에게도 선택받고 있지 못한 나의 상황으로 돌아와보자. 간락햐게 설명하자면 이렇다. 나의 주변에는 이성이 발달한 사람들만이 바글바글하다. 한마디로 말하면, 빌 게이츠만큼은 아니어도 적당히 현대사회에 잘 적응한 사람들이다. 그들에게는 이성적인 잣대로 측량할 수 있는 것들 (수량화 될 수 있는 것에는 많은 것들이 있다. 기수 서수 합치면 그 범위는 늘어난다. 우리는 쉽게 A대학보다 B대학에 높은 점수를 주고, 직업 C보다 직업 D에 더 좋은 점수를 부여하니까. 그러니까 측량 가능한 것이 가진 돈, 사는 집의 시세, 키, 몸무게 뿐만은 아니라는 것이다.)을 선호한다. 분명 집에서 엑셀로 목록을 만들어놓고 있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나는 엄청 본능적인 연애를 원한다는 것이다. (-_-; 그렇다고 한편의 야한 드라마를 찍겠다는 것은 아니고) 기왕이면, 별 이유없이, <나는 왠지 알 수 없지만 니가 좋겠어>가 좋다는 뜻이다. 하지만 누군가가 이성의 잣대를 들이대면 나의 본능은 도망갈 준비를 함으로, 이건 연애가 되지 않는다. 고객의 Needs에 부응하지 못하는 사기업이 바로 나다.
게다가 우연히도 내 본능이 적절한 사람을 택해주면 연애가 가능할지도 모르겠는데, 내 본능은 엉뚱한 녀석만을 쫓는다. 외국에 살고 연인이 있는 O같은 놈에게 마음 설레하고, 내겐 너무 잘난 Z씨에게는, 계절마다 갈아엎어지는 보도블록에게 보이는 관심만큼도 보이고 있지 않는 것이다.
이게 내가 클루지여서 벌어지는 일이라면, 한가지는 확실하다. 나는 인류의 커다란 진화에 있어서 선택받을 개체는 아니라는 것.

6. 올해 일본 예능계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오와라이(코메디언? 으로) 콤비인 오오도리의 와카바야시가 어느 방송에 나와서, 자신이 좋아하는 말(? 좋아하는 말이었는지, 기억하고 싶은 말이었는지, 되새길 말이었는지 아무튼 그런 류의 말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로서 댄 것이 있다.
<약한 물고기가 육지에 올랐다>라는 말.
자신들이 인기를 얻게 된 이유가, 자신들이 지지리도 인기가 없었기 때문이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인기를 얻기 위해 고민하고 자신들의 개그를 바꿔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나도 이 말이 마음에 든다. 나, 육지로 올라갈 수 있다고 믿어도 되니? (왠지 대답이 돌아올 사람에게 물으면 그 대답에 좌절 할 거 같아서 대답없는 블로그에 대고 묻는다)
 
7. 육지로 올라가는 건 뭘까? 아무에게도 선택받지 못했으니 선택할까? -_-; 라는 거? 자신감을 보이고 싶지만, 사실 말이다. 성선택은 여자가 하는 거다. 어라? 아무에게도 선택받지 못한게 아니라 아무도 선택하고 있지 않은게 문제란 말인가? 이런, 갑자기 여지까지의 논의들의 가치가 아주 가벼워지는 순간이다. 
아니지, 어쩌면 나는 인류의 성선택권이 여자에게서 남자에게로 확장되는 어마어마한 진화의 순간을 인지한 개체인지도 모른다. 과연 이게 인류의 생존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클루지-게리마커스 (7.1)
클루지: 생각의 역사를 뒤집는 기막힌 발견 상세보기


Posted by ae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