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10.11.09 부당거래
  2. 2010.06.12 Sting (1973) 2
  3. 2010.03.22 The Cove: 슬픈 돌고래의 진실 3
  4. 2010.03.20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 - 필립 클로델 1
  5. 2009.10.10 연애 바이블~페인티드 베일 7
영화관2010. 11. 9. 18:23

0. "아 나 이번엔 진짜 아니라니까"
 류승완은 영화 초반부에, 영상미적으로는 가장 우수한 장면에 등장한다. 그래서 대사 한 방 날리고 사라진다. 이번엔 진짜 아니라고.

1. "그러니까 가지치기도 좋고."
 부당거래의 가장 큰 프레임은 권력 싸움이다. 검찰과 경찰, 검찰과 재벌, 경찰과 조직폭력배들 간의 안 부딪힐래야 안 부딪힐 수 없는 영역에서의 공존을 설명한다. 모두들 최철기(황정민)이 착하고 정직한 사람이라고 믿으면서 영화를 시작하지만, 영화가 내내 보여주는 것은 그도 사람이라는 것. 조직폭력배에게 돈 받고, 자기 밥 줄을 위해서라면 무고한 사람도 사형대에 보낼 수 있고, 자신이 살아나갈 길을 위해 바둥 대며 살아간다. 
하긴, 누군들 안 그러겠냐, 단지 조직폭력배보다는 경찰이, 경찰보다는 검찰이, 더 "사람답게(?)" 살수 있을 뿐. 그래서 류승범이 말한다.

2."참 다들 열심히들 사십니다"
골프장에서 류승범이 말한다. 이에 대한 대답은 황정민에게 하는 유해진의 대사에 있다.
"우리야 열심히 살아야지요. 우린 목숨 걸고 하지 않습니까." (형사님들은 옷을 벗는게 다 겠지만.)
류승완 영화가 재미있는 이유중에 하나는 무거운 주제를 다룰 때도 꼭 "눈물나게 웃기는" 캐릭터가 하나 있다는 것. 나에게 부당거래에서 그 캐릭터는 공수사관님. 정말 열심히 사신다. 뚱뚱한 기도는 자신이 보호해야할 사람이 달려나가 칼에 찔려 죽는 순간에도 뛰기 힘들어서 골프장에서 넘어져 버리고, 검찰 수사관은 수사하다가 경찰에게 혼쭐이 나고 목에 파스를 세개쯤 붙이고 나타난다. 영화의 줄거리에 변화가 될 만한 중대 사건은 그들 근처에도 안가고, 그들이 그렇든 그렇지 않든 세상은 흘러갈텐데 그들은 "참" 열심히 산다. 그런데 그것이 극장에 앉아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자화상 아닐까.

3. "잘 하는게 뭐 중요한거냐. 잘 한다고 믿는게 중요한거지."
부당거래에 휘말린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역할에 회의를 갖는다. 엄밀히 말하면 회의 같은 거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다가, 자신들이 잡아 넣은 아이가 감옥에서 자살인지 타살인지 모르게 죽어버리자 갖는다, 회의. 니가 정말 아동성폭행범이니? 용의자는 죽어서 말이 없다.
사실 부당거래가 시작된 이유는 단순하다. 대통령이 나서서 꼭 해결한다고 기자회견 했기 때문. 그래서 법무부장관이 경찰총장을 빡빡 갈구고 경찰총장은 최철기를 빡빡 갈구고. 그 놈의 대통령, 심지어 영화에는 나오지도 않는다. 아마 최철기 반장이 죽은 것도 "한 줄 보고"로 받거나 지나가는 뉴스로 봤을 것이다. 그것에 신경쓰기에 그 분은 너무 바쁘신 분. 영화에 출연하기에도 너무 바쁘신 분. (하긴, 그건 검찰 총장도 마찬가지.)
위에 보여지기 위한 혹은 결과를 위한 수사를 하던 모두를 벙찌게 만든 사건은, 결과가 사라진 것이다. 그제서야 사람들은 자신들의 행동에 의문을 갖는다. 우리 잘 해온걸까? 황정민이 대답한다.
그게 뭐가 중요하냐고. 이 판국에.

그런데, 중요한 것 같다. 이 판국까지 왔으니. 모두가 잘 하고 있냐고 계속해서 자신에게 자문해야하는 사회, 뭔가 이상한 사회 아닌가? 열심히 묵묵히 자기 할 일을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걸로 괜찮은 사회가 잘 굴러가는 사회 아닌가. 중국 고사에 나오듯이, 임금이 누군지 모르는 시대가 태평성대. 현재 상황 대한민국?

4. "호의를 계속 베풀면 그게 권리인줄 알아."
류승범에게 공수사관이 경찰과의 협조를 언급하자 화를 내며 류승범이 하는 말인데, 개인적으로는 이 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누구나 그렇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니까 호의는 아무에게나 베풀면 안된다)
그렇지만 류승범의 대사는 또 다른 각도에서 봐도 된다. 권력을 잡은 쪽은, 권력을 놓기 싫어한다. 그게 정말 누구의 권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그건 마이클 샌델이 할 이야기지 류승완감독이 할 이야기는 아닌가보다) 하지만 지금은 내 것. 감히 탐내다니?

황정민이 유해진을 대하는 태도도 똑같다. 이용할 수 있는 곳에는 이용한다. 시끄럽게 안 떠들어줬음 좋겠다. 내가 지금 호의를 베풀고 있는데, 감히 니가.

극 중에서 인물들은 서로 자기보다 큰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굽힐 때는 사정없이 굽힌다. 반대로 자기보다 낮은 권력의 사람들에게는 "단지 호의 베풀기"를 반복한다. 조직폭력배 앞에서는 한 없이 강한 경찰이지만, 검찰 앞에서는 옷도 벗을 수 있고, 경찰 앞에서는 한 없이 강한 검찰이지만, 재벌과 기자 앞에서는 고개를 숙인다.
어디까지가 정의롭지 못하다고 분개할 일일까?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공수사관에게 걸려오는 딸과 부인의 전화가 정말 눈물겹지만, 웃음이 난다.

5. "머리 좋아서 검사 됐는데"
머리가 좋은 사람이 권력을 잡으니, 확실한 것은 "바른"길을 추구하기 보다는 누구에게 숙여야 하는지, 누구에게 가서 붙어야 하는지는 확실히 파악하고 있다. 마지막에 검찰청으로 들어가는 류승범의 모습은 인상 깊지만, 또 누구나 공감하는 우리 시대의 단면이다. 큰 건과 함께 묶이면 어떤 일도 금새 잊혀지는 것. 하긴 일개 검찰이야, 누가 기억이나 하겠냐. 심지어 성추행을 한 국회의원도 다다음해에 다시 국회의원으로 선출되는데. (그래 우리 나라에서 박카스 한 병과 악수한 번이 시골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표를 잡는데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지 나도 알겠다 --; )

6. 부당거래
부당 거래가 존재하는 부분은 비단 영화에서 그려진 경찰-검찰-정치권-언론계 블라블라블라만은 아닐 것이다. (저 라인의 어딘가가 가장 많을 수는 있어도) 그리고 나도, 평범한 소시민이면 거의 대부분, 공수사관님처럼 시키는 일 열심히 하면서 알콩달콩 살고 있을 테고 -넉살만 늘어가면서. 그렇지만 가끔 아쉽다. 바르게 사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회에살고 있다는 것이. 어떤 것이 바르게 사는 지도 모르겠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

이렇게 한가롭게 앉아 영화감상문을 쓴 뒤, 먹고 살일을 걱정해햐야 하는 현실은 더더 안타깝다 -_-;

Posted by aeons
영화관2010. 6. 12. 17:43


1. 왜 살다보면, 진짜 역설적인 상황있지 않은가. 너무 기가 막혀서 웃을 수 밖에 없다던가, 너무 기쁜데 눈물이 난다던가, 정말 좌절할 것 같은 순간에 용기가 나고, 또 별 것 아닌 사소한 문제에서 살인이 벌어지는. (살인이 벌어지는 일은 막상 쉽지 않지만, 내가 마음 속으로는 100명은 안되더라도 10명은 죽였다; 살면서)
아무튼 스팅이 좋은 이유는, 저 명랑한 음악 때문

2. 그리고 멋진 남자 폴 뉴먼과 정말 하나의 장르(제임스 딘-로버트 레드포드-브래드피트로 이어지는, 금발에 파란 눈, 우수어린 눈빛으로 그냥 일단 먹어주는데 또 그렇다고 그저 예쁘기만 한 여자랑 사귈 것 같지는 않은, 캬, 이미지 하나 잘 잡았다.)인 로버트 레드포드가 나와서 경쾌한 리듬에 맞춰 사기치는 영화. 40살이 다 되어가는 영화가 지금 봐도 재미있고, 또 봐도 재미있다는 사실은 이 영화가 '명작'의 타이틀을 달만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하다. (또보고 또 봐도 재미있는 건 사실 그냥 음악 때문일 수도 있다.) 
스팅
감독 조지 로이 힐 (1973 / 미국)
출연 폴 뉴먼, 로버트 레드포드, 로버트 쇼, 찰스 더닝
상세보기

3. 그리고 참고로 말하자면 <허슬,Hustle> 이라는 영국 드라마가 있는데(시즌 5?6?까지 했나? 7을 했나 --; ) 그 영화 첫 에피는 제대로 스팅의 리메이크. 폴 뉴먼보다 멋지지는 않지만 귀여운 흑인 아이가 등장하고, 좀 더 섹시한 버전의 여자가 등장하고, 로버트 레드포드의 발 치에도 못 미치는 (적어도 외모로는) 아이가 나오지만, 좀 더 세련된 영상미를 주기는 한다.

4. <사기>라는 행각이 사실은 엄청 나쁜 것이지만-타인의 인생에 장난질을 하는 것은 사실 다 나쁘다-그래서 멋진 사기영화는 꼭 뭔가 악당을 턴다던가, 사기꾼에게 확실한 룰이 있다던가, 하는 안전장치가 있다. (아니면 오션스 시리즈처럼 사기꾼들이 엄청 멋지다던가)
그런데 아무튼 음악이 생각나서 다시 보기는 했는데, 마음에 와 박히는 대사가 있었다. 일반 사람들이나, 정치가들이나, 사업가들이나 다 속고 속이는 세상이라서, 방심하면 빼앗기는 것에 누구를 탓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를 한다. 지금이 <그런 시대>라서.

5. 언젠가는 세상이 그다지 정의롭지만도 원칙대로 돌아가지만도 않은 것이 못난 시스템 탓이라고, 그 커다란 틀을 잘 잡아내면 완벽하지는 못하더라도 좀 더 나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훗, 어린 것이었지.) 그렇지만 항상 삶에는 쓰라린 반목이 존재하고, 뜻대로 되는 것만은 아니고, 앞날을 알 수 없는 것이 인간의 생의 본질적인 것 아닐까. 그런데 그렇다면,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을 해야만 삶이 더 따뜻해지는 것일까? (돈 없으면 따뜻해질 수 없는 게 1차적인거 같아 --;, 그것만 빼면 내 삶은 한겨울 이불밑 아랫목처럼 뜨끈뜨끈한 것 같은데 말이다.)


Posted by aeons
영화관2010. 3. 22. 22:34

더 코브: 슬픈 돌고래의 진실
감독 루이 시호요스 (2009 / 미국)
출연 리차드 오배리
상세보기

더 코브: 슬픈 돌고래의 진실 (3.19)
www.takepart.com/thecove

1. 영화
2. 해양 자원의 문제
   ~생물 종의 보호와 획들에 관해서
3. 문화의 다양성과 지구 문제의 해결
4. 객관성과 지구 문제
5. 기타

1. 영화에 대해
   아카데미 상을 받으면서 일본을 들썩 하게 했던 영화. 엄청나게 잔인하기 때문에 사실 비위가 약한 사람에게는 추천하지 않겠지만, 여느 보도 다큐가 그렇듯 생각해볼 문제는 잔뜩 남겨 놓는다. 영화는 일본 본토에 있는 어촌 마을 타이지에서 일어나는 연간 2만 3천마리의 돌고래 포획에 관한 내용.

 일단 영화의 장점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무엇보다 주제의 무거움을 잘 풀어냈는 점. 잔인하고 끔찍한 장면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이사이에 유쾌한 에피소드(돌고래 풍선. 구금 에피소드. 영화 소품)들을 집어넣음으로서 매끄럽게 스토리를 풀어갔고, 묘하게 잔인한 장면은 늘 일본인이 주인공이고 유쾌한 장면들은 미국애들이기 때문에 영화의 주제에 확실히 공감하게 하는 장치이기도 한 듯 하다.(개인적으로 구금 이야기할때 빵터졌었음)
 그리고 아마도 돌고래를 살리려는 이 프로젝트의 주동자가 돌고래 조련사였던 릭이어서 인 듯하지만, 돌고래의 특징인 호기심이 많고 지능이 높으며 인간에게 호의적인 동물이라는 것을 잘 부각 시켰다. 서퍼와 다이버들의 개인적인 에피소드라던지-무엇보다 다이버가 돌고래와 같이 헤엄치는 장면은 정말 아름답고 황홀하기 때문에 아마 대부분의 영화를 본 사람들은 저런 돌고래를! 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듯하다-릭이 이 일에 뛰어들게된 계기 등 철저하게 미시적으로 개인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함으로써 <돌고래 사냥을 그만하게 도와주세요>라는 메세지는 제대로 전달 하고 있다.
 끝으로는 등장하는 영화 장비와 기술. 사실 내가 다큐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한데, 너무나 매니악한 분야라서 엄청나게 신기한 장비들로 촬영하니까(사실 보도 다큐보다는 자연다큐가 더 그런 경우가 많지만), 이 영화에서도 열감지 카메라나 미군용 감시 카메라 같은 것들이 등장해서 한 1초지만 두근두근하게 해준다.

하지만 환경 운동의 영화들이 다들 그렇듯 이 영화의 약점은, 그 객관성과 과학성의 문제일텐데, 일단 일본에서 가장 먼저 제기한 반론은, 돌고래 고기가 수은 중독을 일으킨다는 주장은 증거가 없다는 것. 다큐에서 제시한 논리를 따라가더라도, 수은 중독을 이야기하자면 먹이사슬의 상위 계층에 있는 동물의 고기는 모두 수은 농도가 어마어마할 수 밖에 없으니까. (그러나 이것은 과학자들이 증명해 낼 이야기;; ) 그리고 전통 문화와 문화 다양성을 인정하라는 주장에 대한 것도 물론 나올만한 문제지만,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왜 돌고래를 보호해야하는가? 단지 인간과 친해서?>인 듯하다.

2. 해양 자원의 보호를 위한 노력
  1)문제; 바다 자원의 남획
    사실 얼마전에 UN 도하 회의(CITES)에서 참다랑어의 수입 수출을 금지하자는 것이 논의 되었었다. 참다랑어의 개체수는 1970년대 이후 40년간 74%가 줄어들었고, 이 참다랑어의 최대소비국은 알다싶이 일본, 전세계 소비량의 80%를 쓰고 있단다. 그렇지만 UN 회의에서 수출입 금지에 찬성한 국가는 단 3국가(미국 캐나다 모나코). 일본은 반대한다 치지만 다른 국가들은 왜 수출입 금지에 반대할까? 이유는 단순하다. 참치 잡아다 일본에게 파는 것이 돈이기 때문. (참고로 우리나라는 일본 대만과 함께 참치 3대 어획국 중에 하나다)

 여기서 문제는 과연 참다랑어가 멸종위기 종일까? (참고로 말하면 참다랑어(bluefin fish)는 그렇다. 길에 널린 참치 통조림을 멸종위기 종으로 만드는 거에요? 라고 물어보면 그건 황다랑어. 다랑어 종을 우리 나라에서는 모두 참치로 부르며 그 중 가장 귀한 것이 참다랑어로 주로 횟감으로만 쓰인단다) 미국,캐나다, 모나코는 그렇다고 말한다. 일본측의 주장은 말도 안돼! 아무도 개체수를 샐 수 없는데! 이다.

 문제는 바다 자원, 그 중에서도 생명체인 어류의 경우 걔네가 한 곳에 머물지 않고 그 개체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는 특성이 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전 세계가 합의 하에 지키고 보존해야 하는 자원인거고, 그렇지만 그 합의가 잘 이루어 지지 않는다. 하지만 참다랑어가 사라지고 나면 누가 가장 아쉬워 할까? 참다랑어는 이제 세계에 존재하지 않으니 참다랑어회는 너네는 못 먹는다, 라고 후손들에게 말하는 일본의 기성 세대일까? 아니면 참다랑어가 뭐에요? 라고 생각하는 아프리카의 어느 국가 일까.

 비슷한 경우가 이미 국제 회의상에서 금지 된 고래의 포경에 관한 것이고, (고래는 식용으로 포획하는 것이 금지 되어있다. 단 학술적 연구를 위해서 잡는 것이나, 우연히 고래가 그물에 걸려 사망한 경우에는 그 고기를 식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 또 <The cove>가 말하는 돌고래 사냥에 관한 것일 것이다. 문제는 이 모든 자원에 대해서 case by case로 해결 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 그리고 과연 어종이 먼저 없어질 지 국가들이 합의에 먼저 도달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 바다 자원 중 생명종의 문제가 가진 문제 일 것이다.

 2)국가적 수준에서 국제적인 노력의 실패
 이번 UN CITES에서 참다랑어의 수출입 금지안이 부결 된 사건에서도 그렇지만 어찌되었든 어떤 동물 종을 보호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은 합의에 도달하기 아주 어렵다. 각 국가내의 문화나 가치관에 따라. 의사결정 과정에 따라. 경제 발전 정도에 따라 의사가 달라질수 있기 때문이다.
 동물 보호에 관해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것이 미국과 캐나다 인것도 그렇고 대부분 그 동물을 수출하는 입장에서는 <사람이 먹고 살아야지 무슨>의 입장인 것이다. 그렇지만 늘 경제적인 악력이 이런 식으로 일어나는 것은 아닌데, 예를 들면 고래의 포획에 관해가장 반대하는 나라는 호주란다. 호주에서는 고래를 구경하는 관광상품이기 때문. 그렇지만 어느 북반구 국가가 그 금덩어리를 잡아다 먹는 걸로 쓰니 으르렁 거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또 하나는 문제에 직접 관련되는 나라가 있고 직접 관련되지 않는 나라가 있다는 것이다. 이 모든 나라가 국제회의에서는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이 문제. 영화에서 IWC회의를 반코메디 수준으로 그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 이다. 일본과 같이 <저는 생선 없이는 못살아요>라고 말하는 나라도 있지만 <그 생선이 뭐에요? 우린 걔네 본적 없지만 잘 살아왔다구요! 그러니 잡아도 별문제 없지 않겠어요?>하는 나라가 있는 것이다. 원래 그런 생각인데 일본 등에서 반대표를 던저 달라고 돈까지 쥐어주니 이건 아주 누워서 떡먹기다. 

그렇지만 과연 일본과 같은 생선의 주수입국이나 주수출국이 나쁜걸까? 사람이 먼저 먹고 살아야지! 이거 못 팔면 우린 굶어죽는데! 라고 어느 국가의 어부가 말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러니까, 우리는 다시 빙글빙글 돌고 도는 난제로 들어가는 것이다.

3)금지를 강요할 수 있는 제재수단의 부재
 또 하나의 문제는 금지 조약을 발효하는데 성공한다고 해도 금지를 강요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는데 있다. 일단 국가 수준에서는 <나는 그 동물의 사냥을 금지시키는데 반대하는걸요>했기 때문에 그 동물을 그 나라에서 계속 잡으면 어쩔 수 없는 것.
그에 대해서는 지금 많은 환경 보호론자들이 가지고 있는 해결책은 아주 미시적인 것이다. 국가 수준의 금지를 못하더라도, 개인들이 공감하면 된다는 것. 포경을 금지한 조약이 만들어진 계기도 어떤 영국 사람이 <고래의 울음소리>를 녹음해서 배포한 것이 환경 운동이 급물살을 타게 된 계기였다. 또 예전 미국에서도 바다 거북이 그물에 걸렸을 때 빠져 나갈 수 있는 개폐구를 달아놓은 그물을 사용하는 어선에서 잡은 물고기를 가공한 식품에만 바다거북 스티커를 붙임으로서 소비자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한 적이 있다. 물건을 선택하는 것은 소비자이고,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주고 선택하게 하는 것만이 보호할 필요가 있는 동물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믿는 것이다.
그리고 이 사고방식은 아주 정확히 The Cove에도 적용 되어있다. 일본인들이 타이지 마을에서 그렇게 돌고래를 잡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자신들이 먹는 고래 고기가 사실은 제대로 된 식품검사를 받지 않은 돌고래 고기라는 것을 안다면, 분명 돌고래 사냥에 반대할 것이라는 것. 그래서 그들은 말한다. 홈페이지에 와서, 싸인해주세요. 가능하면 일본에 사는 친구에게도 알려주세요 (이 영화는 일본에서 상영이 제한되었다)
www.takepart.com/thecove

3. 문화 다양성의 문제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는 각각의 문화가 다르다는데 있다. 우리는 <어떤 개>들을 먹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사실 우리가 치와와를 고와 먹는 것은 아니다), 어떤 나라들은 개들이 얼마나 훌륭한 인간의 친구인데! 라고 말한다. 마찬가지로 일본인들은 고래를 사시미 감이라고 생각하지만 호주 아이들은 고래를 요트 타고 바다에 나가 구경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누구네는 원숭이 뇌도 먹고 제비의 집도 먹는다. (제비를 먹는 것은 아니지만 제비가 집을 만들기 위해 죽어야 하는게 문제다) 모기 눈까지 먹는 문화가 있는데 뭘 이걸 하나하나 따지고 있겠는가.
 The cove에서 타이지 마을 사람들은 돌고래를 잡는 것이 자신의 전통 문화라고 이야기하는데 영화 제작자 측의 주장은, 도쿄나 오사카등 대도시 사람들은 돌고래를 먹는거라고 생각 안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나라 사람들이 모르는 전통 문화도 있습니까? 라고 반문한다. 하지만 있다. 내 생각에 북경 사는 사람이 티벳 아이들이 뭐 먹는지 신경 안쓸꺼 같다. 우리나라도 고래를 먹는다. 울산이나 포항가면 고래 고기 파는 거리도 있단다. 그렇지만 나는 고래도 먹는다는 걸 대학교때 알았다. (니가 멍청한거야 -_-; 라고 말하면 할 말 없지만, 나는 그 영화에 등장하는 <돌고래를 먹는다구요?>하는 도시 아이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내 생각은 이렇다. 전통 문화라는 타문화를 존중하는 것과 동물에게 잔인하게 대하는 것을 구분하는 것은 의외로 쉬울지도 모른다. 게다가 그 동물이 지금 멸종 위기라 보호해야할 가치가 있는 것이라 한다면 더 쉬워지지 않을까.

그런데 과연 돌고래는 보호해야할 가치가 있는 걸까?

4. 객관성의 확보와 지구문제.
1) 개념의 일치 문제.
   객관성을 확보하는 것에서 가장 중요하고, 그만큼 가장 합의가 안되는 쟁점은, <어떤 것이 보호해야할 가치가 있는 것인가?>의 문제이다. 고래는 보호해야할 가치가 있는 동물일까? 북극곰은? 돌고래는? 참다랑어는? 개는? 
   보호해야할 가치가 있다고 말할 때의 기준도 아주 다양하다. 고래/북극곰/참다랑어는 멸종 위기라서 보호해야할 가치가 있단다. (반대는 걔네는 절대 멸종위기가 아니라는거다) 개는 인간에게 친근한 동물이기 때문에 가치가 있단다 (반대는, 너는 개를 키우니까 그렇게 말하겠지. 나는 뱀을 키운다, 이다. (세상에는 심지어 바퀴 벌레를 기르는 사람도 있다))
  고릴라/침팬치/돌고래 등은 걔네가 지능이 높기 때문에 (돌고래의 지능은 사람과 비슷하다.) 보호해야한단다. 
  과연 보호해야할 가치가 있는 동물이라는 것은 어떤 것일까? 보호해야할 가치의 기준을 정한다고 해도 그 미묘한 정도의 차이는 또 어떻게 해결 할 것인가?

2) 과학적 타당성의 확보 문제
   또 하나의 객관성 문제는 과학성의 문제이다. 과연 참다랑어나 고래는 지금 멸종 위기인가? (지구에 몇 마리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비슷하면서도 아주 오래된 분쟁 거리를 우리는 모두 안다. 과연 지구는 인간 때문에 온난화 되고 있는가? 이 질문이 나오는 순간 누군가는 머리를 잡고 <아 답이 안나오네>라고 말할 지도 모르겠다. 
 The Cove에서는 이런 문제도 나온다. 과연 돌고래를 먹는 것이 수은 중독을 필연적으로 초래하는가? (사실 문제는 돌고래 고기 자체보다는 그 돌고래 고기가 고래 고기로 둔갑해서 팔리기 때문에 제대로 된 식품 검사를 받지 않는다는데 있다. 기준치보다 높은 수은이나 다른 독성 성분이 함유된 고기가 마음대로 유통 될 수 있는 것이다. 아마도 일본인 두 사람이 나와서 학교 급식에 고래 고기를 넣지 않도록 해달라고 양심선언을 한 것도 이런 위험성 때문일 것이다.)  
   알다 싶이 과학이란 그 자체가 객관적이기 그지 없다기 보다는 과학자의 데이터 해석의 문제이다. 그러니까, 결국 개인의 의견이 해석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돌고래 고기는 먹으면 안되는 걸까? 돌고래는 보호할 가치가 있는 동물일까?
  이 어려운 문제를 지금의 환경 운동가들은 다른 방법으로 해결한다. <고래 고기>라고 말하지 말고 <돌고래 고기>라고 말해. 그리고 소비자가 어떻게 판단하는지 보자고! 라고. (그래서 돌고래를 잡는 것에 대한 반대 다큐 영화는 나와도 우리나라에서 개를 잡는 것에 대한 반대 다큐는 안나오나보다. (다들 개인걸 알고 찾아가서 먹고 있으니까? )

5. 기타
  마지막으로 이 영화가 아카데미 상을 탔을 때, 일본에서 나온 많은 반응 중에 하나가 나에게는 인상 깊어서 남긴다. 어느 앵커 아저씨가 이렇게 말했다. 과연 일본 내에서 이런 다큐가 만들어 졌다면 최고의 영화상을 받을 수 있었을까? 아니 과연 이런 영화가 만들어 질 수는가에 대해서 반성 해 보아야 한다고.
  비판과 이의 제기라는 문화에있어 아직 성숙하지 못하다는 점에서는 우리 나라도 예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큐 제작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 주는 것까지는 기대하지도 않지만 남의 바른 소리는 쓰더라도 귀 기울일 줄 알아야 하지 않을까. 
  언제나 미국 문화의 가장 강한 힘 중에 하나가, 비판자를 받아들이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그랬다. 미국의 국제 정치에 대한 가장 신랄한 비난자는 노엄 촘스키인데, 노엄 촘스키는 미국에서 가장 좋은 대학의 교수라고.
  우리나라는 어떤가. <반대? 허?>라는 태도가 당연한 것이 되어있어서 씁쓸할 때가 있다. 진중권씨가 결국은 모든 교수직을 잃었을 때, 진중권씨의 팬이 아니더라도 씁쓸한 것은 나 뿐 만은 아니지 않을까?
 과연 우리나라를 비판하는 영화가 만들어졌고 그 영화가 아카데미 상을 받았을 때, 우리 나라는 반성의 멘트 중에 저런 말을 할 수 있는 있는 건지도 생각해봐야할 듯하다.

6. 덧,
 나의 사고방식은 어느정도 미국애들이랑 비슷해서, 쪼개서 생각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고래 고기의 수요가 부족해서 돌고래를 잡는 것이 현실인걸. 이라고 해도, 그렇다면 제대로 소비자에게 <이건 돌고래에요. 고래 고기랑 맛은 비슷해요>라고 해야한다고. 그 다음은 소비자의 선택의 문제.
 그렇지만 정말로 <피바다>를 보고 나니 The cove의 제작자측의 편을 들고 싶어지는 것은, 아마도 잘만든 다큐 영화의 힘일 것이다.

'영화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사랑에 빠질 확률  (0) 2014.04.06
부당거래  (0) 2010.11.09
Sting (1973)  (2) 2010.06.12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 - 필립 클로델  (1) 2010.03.20
Posted by aeons
영화관2010. 3. 20. 23:59

I've loved you so long time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
감독 필립 클로델 (2008 / 프랑스, 독일)
출연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 엘자 질버스타인, 세주르 하자나비시우스, 로랑 그레빌
상세보기

1. 그러니까 어제(2010. 3. 19)는 자체적으로 결정한 영화 보기의 날이었는데, 제목에 완전 꽃혀서 감독을 봤더니 필립 클로델이기에 그 사실을 발견하고 낼름 봐줬다. 음.. 필립 클로델이 누구냐고? 내가 본 가장 깝깝했던 소설의 작가;;
(그에 관한 포스팅은 여기: 2009/11/27 - [서재] - 회색영혼-필립클로델)

2. 필립 클로델의 글은 회색 영혼 단 하나를 봤지만, 조금 더 생각을 발전 시킨 듯하다. 그러나 회색 영혼과의 공통점, 그러니까 내가 본 두 작품의 공통점이 있다면, 아, <지독한 사랑>이야기.

3. 이야기는 자신의 6살 난 아들을 죽인 죄로 15년간 형무소에 있다가 출소한 줄리엣의, 출소 후의 삶을 그린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났던 여동생 레아가 그녀를 자신의 집에 있으라고 해줬고, 레아의 가족(남편과 아이들과 시아버지)과 친구들(미셸과 그 밖의 사람들)과 친해지기 시작한다.
처음의 줄리엣은 자신에 대해 방어적이고 마음을 열려고 하지 않지만 아주 소소한 사건들로 인해 조금씩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게 된다. (내가 좋아했던 포인트는 처음에는 아들을 죽인 여자라서 자신의 아이를 절대 맡길 수 없다고 하던 레아의 남편이, 어느날 자연스럽게 줄리엣에게 아이를 봐달라고 부탁하는 그 순간.)

4. 줄리엣이 왜 감옥에 가게 되었는지가 밝혀지는 플롯이 주내용이고, 그래서 마치 <어머니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 같지만, 사실 이 영화가 말하려는 <진정한 사랑>은 <줄리엣의 아들 피에르에 대한 사랑>이 아니라 <레아의 언니 줄리엣에 대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레아는 줄리엣이 감옥에 가고 나서, 모두들 그녀를 잊으라고 하지만, 하루에 단 한 순간만큼은 진심으로 언니를 생각하고, 언니가 한 짓에 대해서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레아는 그저 받아들일 뿐이다. 때로 분노하고 때로 (줄리엣이 자신에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는 사실에) 속상해 하면서.
그래서 사실은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는 영화속에서 두 자매가 피아노를 같이 치며 부르는 동요(?)다.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 당신을 영원히 잊지 못할거에요")라는 곡은 줄리엣과 레아, 이 자매의 주제곡인 것이다.

5. 포레는 이혼 뒤 부인이 딸을 데려가는 바람에 아주 가끔만 딸과 만나면서 혼자 외롭게 살고 있는 줄리엣의 보호감찰관이다. 포레는 계속해서 발원지를 알 수 없는 무슨 강(이름이 기억이 안난다 -_-;)을 찾아가는게 자신의 목표라고 말한다. 엄청 큰 강줄기인데, 요즘 세상에 미스테리란 없어지고 있는데, 아직도 그 강의 발원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사무실에 앉아서 일이나 하지 말고 그 강의 발원지를 찾아나서야겠다고 언젠가. 어느날 미셸이 <그러세요>라고 대답하고 포레는 잠시 멈칫하는 표정을 지어보인다.
나는 <포레와 그 발원지를 알 수 없는 강>에 대한 에피소드가 정말 이 영화가 "작가가 만들었다"는 것을 드러내주는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포레의 선택을 알고 나서야 포레가 그렇게 찾고 싶었던 <발원지가 없는 강>이 뭔지 알게 된다.
<발원지가 없는 강>이라고 쓰면 영화를 안 본 당신도 알 수 있다. 살아있는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발원지가 없는 강>을 가지고 있으니까.

6. 그에 비해 답답하기 짝이 없는 남자 미셸(레아의 동료 대학교수이다)이 있다. 이 남자, 여자가 다가오지 말라면 다가가지 않고 그 자리에 서서, 파란 불이 켜질 때까지 기다리는 남자다. (현실에서는 도대체가 매력없는 놈이지만, 가장 괜찮은 남자이기도 하다.) 그는 문학교수라서 그림으로 세상을 보고, 소설로 세상을 본다. 남들이 모두 농담으로 받아들이는 이야기도 진심으로 받아들일 줄 알고, 또 줄리엣을 찾아올지도 안다. 제 발로.
"줄리엣, 있어요? 레아? 줄리엣? 여기 있어요?" 라는 목소리가 마지막 장면에서 들리면, 줄리엣과 레아가 눈물을 멈추고 "네. 여기 있어요"라고 대답하는거다.(엄청 로맨틱한 장면인거라구!)

7. 아무튼 결론은 어른들의 사랑은 노력과 이해와 기다림으로 만들어져 있다는 걸까? (요 한 문장 보고 필립 클로델이 나에게 화낼까? 그전에 그가 한국어를 배워야겠지?) 하지만 말로 표현하기 힘들지만 뭔가 깨닫고 싶거나, 그의 <지독한 사랑>이 뭔지 느끼고 싶은 사람은 영화를 보면 될 것 같다. (그리고 나에게 또 "니가 추천하는 영화는 다 왜 이래?"라고 원망만하지 말라고 하고싶지만, 해도 된다. 내가 어쩌겠어 -_-; )

덧, 누구나 다 "이런게 진짜 사랑이라고 생각해"라는 것들이 있을까. 사랑에 관해 이야기하는 작가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그들은 그들의 이상적인 사랑을 하고 있거나 경험했을까.

'영화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사랑에 빠질 확률  (0) 2014.04.06
부당거래  (0) 2010.11.09
Sting (1973)  (2) 2010.06.12
The Cove: 슬픈 돌고래의 진실  (3) 2010.03.22
Posted by aeons
앙케이트2009. 10. 10. 11:05

Q. 너의 <연애 바이블>이라고 말할 만한 영화는 뭐야?
A. Best 3. (순서는 순위와 관계없음. 응답자는 전원 여자) 

이터널 선샤인 상세보기
클로저 상세보기
연애의 목적 상세보기

1. 갑자기 사랑 영화가 너무 보고싶은 것이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영화를 추천해달라고 했다. 그래도 <요즘 재미있는 영화가 뭐야>는 너무나 재미가 없으므로, 질문은, <너의 연애 바이블은 뭐야?>. 언제나 시작은 소소하지만, 대답들이 재미있으면 계속 묻고 다니게 되는 것이다. 응답자 수 추정 불가. 그러나 집계는 가능. Best 3는 저거다. 사실 아슬아슬하게 순위권에 진입하지 못한 것이 있다면, <봄날은 간다>. <러브 액츄얼리>.

2. 그런데 "연애의 바이블"이라는 건 대체 뭔가요? 라고 물으면, 나도 정의 불가다. 그러나 단 한 번에서 수십번에 이르기 까지 연애해본 사람이라면-심지어 안해본 사람들도-모두 가지고 있다. 이유없이 마음 설렌 영화. 나도 모르는 새 질질 짜고 있던 영화. 알수 없이 마음이 저려온 영화. 볼 때는 아무 생각없었는데 여운이 길게 남아 수년이 지난 뒤에도 생각나는 영화.

3. 나의 연애 바이블은 <Eternal Sunshine>. 제발 이 것만은 남겨 두세요라는 절절한 외침도. 곧 깨어질까 두렵고 차갑기 그지 없지만 별들이 쏟아지는 빙판 위에서의 두 사람도. 기억을 지워버려도 다시 또 다시 또 사랑에 빠지는 어리석은 인간까지도. 시간의 먼지를 뒤집어 쓰지 않고 생생하다. Eternal Sunshine on spotless mind!
<나의 바이블은, 봄날은 간다,연애의 목적. 이터널 선샤인.>이라고 복수 응답을 한 친구의 인상적인 발언은 이거였다. <그런데 말이지. 연애에 대한 환상을 보여주는 건 동양에서는 첨밀밀. 서양에서는 노팅힐 같아.> 이 발언에 공감하지 않을자 누군인가.

4.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영화는 <페인티드 베일>. 사실 이 대답을 한 사람은 딱 한 사람이었는데, 친구들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가까운 그녀의 무덤덤한 음정의 추천 멘트가 나의 호기심을 당겼다-혹은 다른 모든 영화를 이미 봐서 였을수도 있다.
<음.. 바이블? 글쎄... 바이블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나는 그 영화 인상깊었어... 제목이 뭐더라... 왜, 아내가 바람펴서 두메산골에 들어가는...>
내가 <뭐?>라고 묻자, <그게 내용이야, 두메 산골에 들어가는거>
(이게 지금 연애 바이블을 소개하는 태도인가 -_-;)

그리고는 몇 일뒤 문자가 왔다 <제목생각났어페인티드베일>

5.
페인티드 베일
감독 존 커란 (2006 / 미국)
출연 나오미 왓츠, 에드워드 노튼, 리브 슈라이버, 다이아나 리그
상세보기
좋아하는 두 배우, 에드워드 노튼과 나오미 왓츠가 주연.제작했다는 점, 원작이 섬머셋 모옴이라는 점이 거기에 더해져 시너지 효과를 벌여, 낼름 이번 추석 연휴에 구해봤다(10.02)

6. 영화의 구도는 사실 단순해서 <<나쁜남자 VS 좋은 남자>>라는 고전적인 주제. 나쁜 남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중심적이고, 그러나 감각적이고 즐겁고 자신감도 넘치는 듯 보이고, 좋은 남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상대를 배려하고, 그러나 재미없고 무뚝뚝하고 고집스럽다. 그리고 나쁜 남자에 빠져서 팔자를 원망하는 여자들이라면 모두 공감할 만한 말을 극중 나오미 왓츠가 연기하는 키티가 이렇게 대신해준다.

"남자의 좋은 점을 보고 사랑에 빠지는 건 아니에요"

(네가 배가 불렀구나 에드워드 노튼이 이렇게 쳐다봐주면 낼름 사랑에 빠져야지 -_-; )

7. 섬머셋 모옴이라는 대작가의 충고는 영화를 본 사람이, 혹은 책을 본 사람만이 들을 수 있을 텐데. 나에게는 가장 인상적인 멘트-공감과 전율을 느꼈다-는 영화전체의 마지막 대사였다.
"No one important, darling".

(나도 저 대사를 멋지게 날리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과거를 돌이켜보면 헤어진 연인을 다시 만나-비록 그 자식이 멍멍이의 예쁜 아가의 나쁜 버전같은 사람이라고 해도-저렇게 쿨 할 수 있는 건 영화 말고 가능한 데가 있는 건가. 물론 나도 그 장면에서는 쿨했지. 그러나 마주치고 30분 뒤에 교보문고 잡지코너에서 잡지에 한 손을 얹고 한 손은 땅에 닿을 수 있는 쭈그린 자세로 앉아 친구에게 1시간 동안 Crazy 버전을 여실히 보이며, 분명히 쿨하고 싶었지만 멍청해보였을 것 같은 그 10초간의 어색한 인사후 헤어짐의 상황을 설명해댔다. 분명 지금 생각해보면 그 날 교보에서 미친 여자를 봤다는 블로그 포스팅을 누가 했으리라-_-;. 수식어가 "미친"이 아니면 "불쌍한"인데 불쌍하기 보다는 미치고 싶다.)

8. 그러나 현실에 그런 남자는 없다. 그런 남자? 한결같이 사랑하고 끊임없이 용서할 줄 아는 남자. (여자도 없지 않나? 음... 클림트의 에밀리 플뢰게? 이라고 우기면 뭐 할 말 없다.) 그래서  페인티드 베일은 평범한 인간도 할 수 있는 가장 숭고한 모습과 바람직한 충고를 담고 있으나 소수답변, 바이블의 위치는 클로저가 차지하는 것 아니겠는가.

9. 인간이 이 땅에서 두발로 걷기 시작한 뒤부터 생겼을 것 같은 남녀 문제의 고전적 주제인
<좋은 남자 VS 나쁜 남자> <사랑 받는 것VS 사랑하는 것>이라는 문제는 사실 모범 정답을 가지고 있다. 제인 오스틴부터 베트멘까지 한결 같이 같은 소리를 하니까.
하지만 현실에 모범 정답이 존재하지만 내 인생은 모범 정답이 없다는 것이 문제 아닐까. 완벽한 사람을 꿈꾸지만 완벽한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것은 아니고, 숭고한 사랑을 꿈꾸지만 내 사랑은 가끔 너무 유치하고 가끔은 너무 구질구질하니까. 그렇지만 그렇게 오늘도 모두들 각자의 행복을 만들어가고 있지 않은가.

10. 아 그러나, 한 번 그렇게 사랑 받아봤음 좋겠다는 것이 로망이구만

덧! 그리고 이 영화의 또 다른 볼거리 하나는 영상미. 아, 중국만의 아름다운 풍경이렸다.


덧2. 영미권 포스터. 우리 나라 버전 보다 조금 노란 버전.

'앙케이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친구의 첫째 조건  (4) 2010.07.10
Posted by ae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