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2010. 3. 10. 00:16
난 정말 정치는 나몰라라 하고 살고 싶은 사람 중에 하나지만, 사회현상에 대해서 <도대체 왜 이런 일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 순수한 호기심을 충족시킬 만한 글을 읽었다. (아무튼 이 글의 내용은 이책에서 나온것)

최장집-민중에서 시민으로(03.07)
민중에서 시민으로 상세보기

내가 궁금했던 것은, 하나는 그렇게 지지율이 높다는데 내 주변에서는 열렬하게 지지하는 사람을 그다지 많이 발견할 수 없었고, 그렇게 지지율이 높다는데, 정책은 산으로 가고 반대는 말 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우리 모두 2008년의 대난리를 기억할꺼다 -_-; 난 서울 시내에 물대포가 등장하고 사복 경찰이 시청앞 광장에 돌아다니는 시대에 내가 살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었다. 특히 콘크리트로 장벽 쌓은 것을 신문에서 보고는 정말 식겁했었다-물론 그 창의성은 높이 살 수도 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다들 <모든게 다 노무현 탓>이라던지 <좀 나쁜 짓 좀 하면 어때? 경제만 살리면 되지?>라는 말들이 너무 유행 했으나 앞의 말도, 도대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뭘 그렇게 잘 못했는지 모르겠고, 도대체 이번 정부가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사람들의 믿음은 또 어디서 나오며, 다른 무엇보다 경제가 중요하다는 일반적인 의견도 공감하기 힘들었었다. (역시 어른들의 정치 세계는 어려워요 >_< 랄까)

여기까지 나의 의문점들을 마음에 담고 <민중에서 시민으로>의 6장 <이명박 정부의 등장의 의미> 를 살펴보자. 일단 최장집 교수님은 17대 대선의 큰 특징을 4가지로 정리한다.

 
<17대 대선의 특징>
      1) 회고적 투표-유권자의 복수
      2) 지역구도-아직도 존재하는가?
      3) 보수화-과연 보수화 된걸까?
      4) 투표율 저하
 
이제 그 내용에 대해 하나하나 살펴보자

 1. 회고적 투표(retrospective voting model)
    - 정치학에서 투표의 성격을 크게 두가지로 나누는데 하나가 회고적투표(retrospective voting)이고 다른 하나는 전망적 투표(prospective voting)이다. 전망적 투표란 앞으로의 미래에 어떤 정책이 실현되었으면 좋겠다는 미래의 상황에 대한 바램으로 그것을 이루어 줄 성격의 정당에 투표하는 것. 반대로 회고적 투표는 기존 정부가 마음에 안들어서 반대당에게 몰표를 주는 현상으로, 기존 정부에 대한 평가는 경제적인 평가가 주를 이룬다.
     - 17대 대선은 기존의 노무현 정부가 잘못 된 정책을 펴왔다는 데에 대한 징벌적 성격이 강한, 회고적 투표였다고 볼 수 있다.
     - 물론 노무현 정부의 경제학적 지표를 살펴보면 크게 잘 못 된 것은 찾기 힘들다. 실상 김대중-노무현으로 이어지는 진보파 정부가 지난10년간 꾸준히 실행한 것은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 (그 말인 즉슨 한나라당이 집권했어도 똑같았을 것이라는 이야기)
       문제는 경제 정책에 대한 유권자의 평가는 유권자의 이념적 헌신(ideological commitment)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것이다(아담 쉐보르스키의 이론). 설령 현실적인 업적이 나쁘더라도 투표자의 이념적 가치와 비전이 정부와 일치할 경우 주관적으로 좋은 평가를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진보파 정부를 지지한 유권자들이 바란 경제 정책은 결코 신자유주의 정책은 아니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투표.

모든게 <노무현 탓>이라는 말은 여기서 나온 것이다.  

2. 지역구도 - 아직도 지역 감정이 존재할까
   - 그보다는 계급투표의 성향이 강해졌다고 파악할 수 있다. 그 단적인 반영이 이제 호남vs경남의 구도뿐 아니라 강북vs강남의 구도화도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 아직도 지역감정을 버리지 못했다는 것은 계급 구조를 단순히 지역의 문제로 치부해버리려는 것이므로 주의해야한다.
 
3. 보수화 - 우리나라 국민이 보수화 되었을까? 
       - 정당에서 내건 정책들이 모두 보수적이었던 것 뿐이다. 
       - 유권자는 시장에서 상품을 사는 소비자와는 달라서 정당이라는 정치집단에서 내 놓은 안들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 아무리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하는 유권자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선호하는 대안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결과는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대안의 부족에 대한 생각은 나뿐만 아니라 투표권이 있는 성인이면 누구나 지난 대선 때 해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4. 투표율 저하
    -우리나라의 투표율(63%)은 미국보다 조금 높은 수준으로 투표율이 저하되고 있다는 서구 유럽 국가들에 비해서도 엄청 낮은 수준(영국 70%+a, 독일 84%, 네덜란드 84%). 유권자 등록제등 선거에 참여하기 자체가 복잡한 시스템으로 되어있는 미국의 경우에도 2008년 대선의 투표율으 61.6%였다.
     -실상 2등과의 투표차를 언급하며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다고 말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득표율은 48.7%였고 61.6%*48.7%=30.5%인 전체 국민의 지지율은 선거에서 기권한 37%보다 적은 수준이다.

이게 왜 어처구니 없는 정책들이 나오고 그에 대해 또 격한 반대가 나오는지에 대한 설명이 될 것이다. 낮은 지지율은 큰 업적을 요구한다는 것은 정치의 일반적인 법칙. 자꾸  <압도적인 지지율>이라고 언론은 떠들어 대지만 도대체 압도적인 지지는 누가 보내는 것인지 알 수 없어지는 이유도 이것. 곰곰히 생각해보면 내 주변에도 압도적인(?) 한나라당 지지자들보다는 정치는 "9시에 ,TV가 하는 이야기"로 파악하는 사람이 더 많다.

이어서 진보적 정당이 집권을 이어가는데 실패한 이유도 이야기한다

<< 진보파의 실패 이유 >>
   1) 그릇된 정치적 대응
   2) 집권 세력의 인적 구성상의 특징
   3) 정당 정치의 기반 해체
   4) 경제적 성과 추진

1. 그릇된 정치적 대응
   -2005년 이후 모든 선거에서 패배했다. 이는 유권자들이 정부의 정책이 잘못되어가고 있다고 판단한다는 signal이었으나 정부에서는 자신의 정책에 대한 숙고 없이 '대연정','개헌'등의 수단을 들고 나왔다. 이것은 유권자를 가르치려하거나 순간적으로 판을 바꾸려는 것밖에 되지 않는 행동이었다.

2.  집권 세력의 인적 구성상 특징
   -노무현 정부는 주로 운동권 인사들을 흡수했는데, 운동권의 성향상 이데올로기적이고 이상주의적인 경향이 많았다. <역사가 평가할 것>이라는 말이 정치권 안에서 많았던 것이 이런 성향의 반영이기도 한데, 정치는 역사가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가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기에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그 스스로도 말했고 내가보기에도 그런, 그는 이상주의자였던 것이 문제인 것 같다. (하지만 그가 이상주의자였기 때문에 모두들 그를 좋아했던 것 아닐까) 그가 가진 비전이나 이상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것이었는데, 현실은 이상과는 다르고, 정치는 역사가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 (아,, 이렇게 해서 역시 인간 세상은 믿을 만한게 못되는 걸까 -_-; )

3. 정당 정치의 기반 해체
   -진보파 정부가 꾸준히 추구해온 정치적 개혁은, 당정분리, 원내 정당화, 국민경선제, 지구당 폐지 등이 있다. 이는 정책 산출의 효과 내지는 정치 과정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정책들이었다. 그 결과 오히려 사회적 약자나 소외계층의 정치 참여가 어렵게 되었는데, 사실상 진보주의 정부를 강하게 지지했던 것은 이 계층들이다.

4. 경제적 성과 추진
   -국제 사회의 흐름에 맞추어 경제적 성과를 내보이기 위해 신자유주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그러나 이것은 정치.이념이나 복지등의 다른 과제들이 신자유주의 밑으로 포섭되는 결과를 가져왔고, 정치인들은 유권자가 원하는 사회를 만들지 못하고 관료 밑으로 편입되는 현상을 초래했다
 
정치와 정치학은 다르니까, 정치적으로 달려들면 나는 정말, 정치는 몰라요, 하고 싶은 사람. 정치는 모르겠는데, 정치학은 재미있는게 아이러니라면 아이러니. (아마도 정치학은 누구나 하는 지금 현실 세계를 분석하기 때문에 재미있는 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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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e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