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두드리는 소리

<전학생이 부러웠던 초등학교 시절>
이 잡지(<일간 아르바이트 뉴스>를 말함)는 간사이 지방에서 밖에 팔지 않으니까 (팔지 않을 것이다, 잘 모르겠다) 그 외의 지역 독자들에게 간사이 지방은 지리적인 설명을 하는 것은 꽤 힘들다. 한가한 독자라면 지도를 펼쳐보기 바란다.
나는 철이 들면서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이사를 두 번 밖에 하지 않았다. 불만이다. 좀더 많이 이사를 다니고 싶었다. 게다가 두 번 이사를 했다고 해도, 직선거리로 따지면 1킬로미터 정도의 지역을 왔다 갔다 했을 뿐이다. 이런 건 이사라고 할수도 없다. 효고 현 니시노미야 시의 슈쿠가와 서쪽에서 동쪽으로, 그 다음에 아시야 시 아시야가와의 동쪽으로 옮겨갔을 뿐이다.
도쿄로 말하자면, 신주쿠의 미쓰코시에서 마이 시티로 이사갔다가, 거기서 신주쿠 교엔으로 옮겨간 정도의 거리다. 그래서 나는 전학이라는 것을 가 본 적이 없다.
전학생을 나는 옛날부터 무척 동경하고 있었다. 초등학교 때 전학가는 친구가 있으면 흔히 '안녕 작문집'같은 것을 만들었다. "에미코야, 먼 곳에 가더라도 편지 보내줘"라든가, "모래밭에서 밀어 넘어뜨린것 미안해"와 같은 편지를 써서 전달하곤 했었다. 그 친구가 없어지고 나면 그 자리만 얼마 동안 텅 비어 있곤 했다. 그런 걸 이상하게도 병적으로 좋아했었다.
새로 들어오는 전학생도 꽤 좋았다. 귀여운 여학생이 약간 겁을 집어먹고 있거나, 아직 새 교과서가 없어서 옆에 앉은 학생과 함께 보거나 하는 걸 바라보면서, '바로 이거야!'하는 식으로 흥분하곤 했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강력한 희망에도 불구하고 끝내 한 번도 전학을 가지 못했다. 그리고 충족되지 못한 소년 시절의 좌절감이 18세를 지나고 나서 '이사병'이라는 숙명적인 형태를 띠고 나를 덮치게 된 것이다.

<플래카드에 얽힌 추억>
나는 1968년 대학에 입학해 메지로에 있는 기숙사에서 생활했다. 그러나 그 기숙사에서는 반년밖에 살지 못하고 그 해 가을 품행 불량으로 쫓겨났다. 경영자가 악명 높은 우익인데다 사감은 육군 나가노 학교 출신의 기분 나쁜 아저씨였으니까, 나 같은 건 쫓겨나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였다.
때는 1968년, 그야말로 학생 운동이 절정에 이른 시절이었고, 나도 혈기 왕성한 세대였기 때문에 흥분할 일이 잔뜩 있었다. 우익 학생이 습격해 온다고 해서 베개 밑에 칼을 넣어놓고 잠을 잔적도 있다.
하지만 태어나서 지금까지 혼자 살아본 것은 처음이라 매일의 생활이 무척이나 즐거웠다. 대개 저녁이 되면, 메지로의 언덕을 걸어내려가 와세대 대학 근처에서 술을 마신다. 그리고 마셨다 하면 반드시 곤드레만드레가 된다. 그 무렵에는 고주망태가 되지 않도록 술을 마시는 요령이 아직 없었다.
술에 취하면 누군가가 들 것을 만들어서 기숙사까지 옮겨다 주었다. 들 것을 만드는 데는 참으로 편리한 시대였다. 사방에 플래카드가 널려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 제국주의 분쇄!'라든가, '원자력 잠수함 기항 절대 지지!'같은 플래카드를 적당히 골라서 뜯어다가 거기에 술에 취한 녀석을 실어 운반하는 것이다. 그것도 꽤 재미있었다. 하지만 꼭 한 번 메지로의 언덕에서 플래카드가 찢어져 돌계단에 쾅하고 머리를 박은 일이 있다. 그 덕분에 2,3일 동안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다.
그리고 한 밤중에 여자 대학의 간판을 훔치러 간 일도 있었다. 그런 걸 훔쳐봤자 돈이 되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냥 갖고 싶어서 떼러 갔다가 순경에게 들켜 줄행랑을 쳤다.
생각해보니 그 무렵에는 일주일에 한 번은 순경에게 불심검문을 당했다. 시대도 혼란스러웠고, 내 인상도 좋지 않아서였을 것이다. 최근에는 한 번도 불심검문을 당하지 않았다. 불심검문을 당하지 않게 되다니 내 인생도 이미 끝장이 아닌가, 하고 문득 생각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