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소리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는 판례를 읽으며 A를 떠올렸다. 내가 좋아했던 그의 명석함!!  그러나 머리 좋은아이들은 골치가 아프다는 큰 깨달음을 그는 나에게 남겼지.

A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데는 "분명" 이유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나도 그가 그 말을 할 때 그 말에 참 많이 공감했는데, 현실이 아이러니한 것은 지금 이 시점에 와서 도대체 그와 내가 만난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이었냐는 이야기를 한다면 나는 모르겠다는 것이다.

예전에 "최고의 드라마"인 "연애시대"에서 오윤아가 퇴장하며 감우성이 이런 나레이션을 한다. "자꾸 신경 쓰이고, 자꾸 생각나고, 도와줘야할 것 같고, 그게 사랑이었을까?"라고. 하지만 극중 감우성은 오윤아가 아니라 "은호"(손예진)를 선택하는데, 그렇다면 그건 뭐였을까? 사랑이었을까?

얼마전에 레이몬드 카버의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을 읽으면 거기서 주인공이 말한다. 우리가 너무 흔하게 사랑을 말해서 그 고귀한 감정이 가치 없어진거라고. 만나고 헤어지고 다른 누구와 또 사랑에 빠지면서 함부로 그걸 사랑이라고 말하지말라고. (그와 대화를 하는 그의 부인은 전 남편이 그 부인에게 폭력을 행사했고 결국 그녀가 떠나자 권총을 입에 물었는데, 그 부인은 남편이 자신을 사랑한 것이라고, 그렇지만 그 방법이 틀렸을 뿐이라고 말한다.) 어쨌든 그 이야기가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하지만, 그보다는 더 넓게 더 흔하게, 더 쉽게 사랑이라는 말을 써도 그 말, 달아지거나 흔해지거나 가치없어지지 않지 않을까.

뭐 이런 멜랑꼴리한 소리를 하면서 나는 오늘도 판례를 읽고 있다. 이거 외워지는 거니 --;


Posted by ae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