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가 바라는 게 엄청나게 대단한 건가? 라는 생각을 한다

2. 시험에 대해서가 아니다. 시험은 노력하면 되는 것이니까. 그보다는 불확실성에 훨씬 더 많이 의존하는 문제들에 대해 그렇다. 예를 들면 도서관 옆자리에 제발 담배 냄새가 지독한 남자만 앉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 지난 번에 품절이었던그 물건이 오늘은 제발 가게에 남아있는 것, 버스나 지하철이 빨리 왔으면 좋겠는 것, 기왕 할 결혼이면 내가 갈 수 있도록 내 시험 끝난다음에 하는 것, 기분 나쁘게 실실 대는 저 변태가 제발 쫓아오지 않는 것, 꼴베기 싫은 애랑은 다시는 연락할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것,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것. 에.. 또..

3. 하지만 "내가 바라는 게 그렇게 대단한거야?"라는 원망 섞인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되는 건 언제나 저 바램들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도서관 옆자리의 남자는 담배 냄새가 지독한 것은 물론, 슬리퍼를 신고 다리를 떨어대서 마치 거대한 캐스터네츠가 열람실에 설치된 듯하고-게다가 내 바로 옆자리다!- 지난 번에도 품절이어서 엉뚱한 책을사들고 나왔는데 오늘도 품절이라 나는 교보에게 계속 내 용돈을 바치고 있고, 버스나 지하철은 왠지 "눈 앞에서 놓치는 것"이라는 내재적 특성을 가진 것들 같다. 그러나 다음에 갈 결혼식은 4월 24일이니 이래서 내가 좀 S선배를 예뻐라 한다. :)

4. 내가 바라는 건 몽땅 어마어마하게 거창한 건가부다, 그래서 절대로 하나도 이루어지지않을 거라고 생각해버리자, 라고 마음 먹은 오늘의 나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는다. 비록 그의 초창기 작품들에 대해 삐딱한 의견을 지니고 있으나, 언제 읽어도 수필은 달필. 어쩜 이렇게 몇글자 안되는 이 짧은 글로 깔깔깔깔 웃게 만드는 걸까

무라카미 하루키-작지만 확실한 행복(3.13)
작지만 확실한 행복 상세보기

5. 오늘 나의 작지만 확실한 행복으로 말할 것 같으면, "생선까스"가 나왔다는 것이다. 점심으로. (도서관 식당이라는 것은 "백반"과 "돈까스"라는 두가지 선택권만이 존재하는 나라다 가끔 민족 해방 후 우리 조상님들이 미국편을 들지, 소련편을 들지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했는지 느껴질 정도로 곤란한 상황에 쳐할 수 있는 세계랄까. 조상님들은 나라를 반으로 가르셨지만, 3천원짜리 밥에 타협점이란 없다.) 나는 생선까스 자체를 좋아하지는 않는데-내 돈주고 사먹은 일은 없다.-이상하게도 도서관 반찬으로 나오는 생선까스만은 너무나 맛있다. 이 맛을 나 혼자 밖에 모르는 것이 억울할 정도다.(혼자밖에 모르니까 허풍떠는 거다) 오늘의 반찬은 생선까스-무말랭이 무침- 배추 겉절이-제육볶음 이었으니 제육볶음을 제외하면 전부 내가 좋아라하는 반찬. 게다가 밥을 먹으면서 책을 봐도 구박할 사람도 없다. 소리내어 깔깔 대면서 웃어도 아무도 나를 모른다. 물론,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이 깔깔 대며 웃게 해주는 것도 좋다.

6.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에피는 <전학생이 부러웠던 초등학교 시절>과 <플래카드에 얽힌 추억>. 이글을 올리면 무라카미 하루키씨가 소송을 걸까. 그는 그러지 않을 것 같지만, 문학사상사에서는 걸어올지도 모른다. 소송은 좀 무서운데



7. <데모 열풍이 끝나고 행복했던 시절>이라는 글 중에 이런 말이 나온다.
"인간이라는 것은, 특별히 대의 명분이나 불변의 진리나 정신적 향상을 위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고, 요컨대 예쁜 여학생과 데이트 하면서 맛있는걸 먹고 즐겁게 살아가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8. 나도, 지금(토요일 오후 1시반!) 출발하면 잘생긴(?과연?) 남자(학생이라고는 차마 할 수 없다)(문제 1)"들"인 것 2)여자도 있다는 것. 일까?)과 따사로운 봄 햇살을 맞으며 걷고, 놀고, 맛있는 것도 먹을 수 있는데!
그렇지만 입신양명이라는 대의 명분과 영어라는 불변의 진리, 경제학을 통한 정신적 향상을 위해 살아가기 위해 살아가고 있는 게 현실이랄까.

9. 아. 마지막 두 줄 때문에, 손에 잡았던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 어디 갖는지 모르겠다.

10.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것"은 아주 큰 바람이 확실하다.

덧, 이글이 쓰여진 것은 3월 13일 오후 1시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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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e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