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최고로 불만을 느낄 때는 마땅한 구두가 없을 때다. 그러니까, 화장-옷-가방 그 밖의 등등등까지 적어도 "내 마음에는" 쏙 들었는데 집을 나서려고 하니 복장에 딱 맞는 <신데렐라의 유리구두>같은 녀석이 없을 때 말이다. (아! 신데렐라도 아무나 되는 것은 아니구나! 라는 한탄이 절로 나온다) 그러나 이것은 당연한 결말인 것이, 나는 구두를 잘 못고르고, 그래서 잘 안사게 되고, 그러다보니 구두의 갯수가 현저하게 적다. 이렇게 멋지게 포장했으나 사실 구두를 많이 사기에는 돈이 없을 뿐이다.
누구는 패션의 완성이 얼굴이라 했지만, 내 생각에 패션의 완성은 돈이다. 적절한 순간 적절한 아이템을 구비할 구매력. 그래서 골드 미스가 아닌 이상 항상 여자의 패션은 2%부족하다. 하지만 또 그 부족한 2%가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이 사람이다. (그러니까 98% 완벽해야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98%까지는 센스로 커버할 수 있지.(사진 속 아저씨는 정말 완벽하다!) 그래서 센스 있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 가끔 입 다물줄 아는 센스, 가끔 고운 미소를 날려줄 수 있는 센스, 언제나 유쾌할 수 있는 센스 등등등, 센스 센스 센스.
그리하여 내가 하려는 말은 어제 K와 함께 지나가다 보세 가게에서 본 5만원짜리 가디건과 3만원 짜리 티셔츠가 눈에 밟히고 있다는 말이다. 5만원짜리 가디건은 잘 입기에는 질이 너무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졌고, 3만원짜리 티는 5만원짜리 가디건이 없으면 잘 안입을 것 같아서 망설였다. (그보다 더 진솔하게 말하자면 지금에서 한 3kg은 빠져야 잘 어울릴 것 같아서 못 샀다.) 이렇게 구차하게 질, 함께 입을 다른 옷, 센스 등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실 8만원이 현재 나에게 어마어마하게 큰 돈이라서 못 샀다. -_-;
그리고는 눈에 밟히는 그 옷들을 여름 폭우에 실어 흘려보내고자, 아이스크림을 먹어줄까 생각중이다. 아이스크림은 싸게는 300원, 비싸도 2000원안에서 해결 할 수 있지. 이렇게 해서 나는 3kg을 빼야 어울릴 티셔츠에서 한 발짝 물러서고, 그 밖의 다른 옷들에서도 한 발짝 물러선다.
덧, 이래봤자 지금 뿐. 가을이 저 지평선에서부터 달려오고 있지 않은가? 4계절은 옷사라고 신이 내려주신 선물 같다.
(사진 출처는: 사토리얼리스트)
'나른한 오후의 수다 > 일상의 기록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제 산 청바지에 관한 고찰 (5) | 2011.02.10 |
---|---|
이유 (0) | 2010.11.21 |
요즘 뭐하니? (5) | 2010.08.11 |
숙취 해소법 (3) | 2010.06.07 |
package (5) | 2010.04.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