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한 번 봐야겠다고 생각하던 책이 한 권 있는데 <거꾸로 읽는 세계사>이다. 아직 못 봤다. 서점에 고이 포장되어 진열 되어 있어 안을 살짝도 들여다 볼 수 없었던 <후불제 민주주의>를 빌려서 읽던 날, <거꾸로 읽는 세계사>가 더 보고 싶어졌다. 그렇지만 정말 우스운 것은 <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보는게 한라산을 넘는 것보다 어려운 일은 아닐 텐데, 나는 정말 그 책과는 인연이 없는지 어쩌다가 유시민씨의 다른 책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이 생겼다.
어느 학문이나 학문 자체의 내용보다 훨씬 재미있는 것이 역사라서, 사실 어떤 공부가 하기 싫거나, 어떤 공부를 시작할때 해당 분야의 역사서를 읽는 것은 흥미를 돋우거나 컨셉을 잡는데 굉장히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경제학사에 관한 책을 본 것으로 생각나는 것은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지식 경제학 미스테리>,그리고 유시민씨의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정도. 세 권 다 재미있게 읽었고 한 번 쯤 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는 가장 경제학 주류의 입장에서 서술한 책이고 가장 잘 쓴 책이기도 하다. 유시민씨의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은 경제학의 흐름과 그 경제학 이론의 발전에 깔린 이데올로기를 잘 연관시켜 설명한다. 단점은 조금 산만한 구성이라고 느껴질 때가 있는 것(아마 넣고 싶은 내용은 많으나 글이 더 이상 깊어지면 전문서가 되어버리는 상황이 잘 수습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혹은 경제학을 전공한 유시민씨 입장에서는 이정도면~ 이라고 생각했는데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은 나로서는 아니 갑자기? 라고 생각되는지도 모르고)이지만 같은 구성이 반복되기 때문에 익숙해지면 그대로 괜찮다. 지식경제학 미스테리는 가장 <역사>서 같고, 고전에서 시작하여 아주 가까운 경제학의 신경향까지 아우르고 있으나, 문제는 발번역;; 가끔 정말 이렇게 오자 교정안하고 책 팔아먹다니, 라는 분노가 치밀어서 책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아무튼 이번에 읽은 책인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사실 내가 정말 공감한 부분은 프롤로그였다. 경제학 교과서의 산술적 수식들이 너무나 수학적이라서 유시민씨는 도대체 경제학에 빠져들 수가 없었다고. 그런데 사실 경제학이라는 것은 조금 더 잘 사는 사회를 만들어보고자 하는 학문인 것이라고. 그래서 경제학은 정치학과 떨어질 수 없다는 말 말이다. 컨셉이 잡히고 나니, 흐름이 더 쉽게 들어오고, 왜 그 때 그 순간 그 경제학자가 그런 주장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이해가 갔다. 특히나 리카도 vs. 맬서스 논쟁이나 독일의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리스트 같은 사람들이 왜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는 확 와 닿았다. 인간적으로 정이 갔던 것은 베블런. 왠지 모르겠지만 못생긴데 인기가 엄청 많았다니까? 그리고 역사에서 다시 찾기 힘든 성공한 인생은 케인즈(잘생겼고, 귀족인데다, 머리도 좋고, 돈도 많이 벌었고, 마누라도 엄청 예뻤다. 아~ 그대는 진정 winner~). 안타까웠던 것은 리스트 (엄청 독일을 좋아한 애국자였는데 막상 독일은 그를 멀리 했으니 비극적이다.) 그리고 마르크스의 부인 -_-; (점점 책의 주제에서 멀어지며 뒷이야기에 집중하려하고 있다)
아이디어를 생각해 낸 사회적.개인적 배경과 그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려는 경제학적 주장들으로 엮어주기 때문에, 사실 누군가 경제학에 개념을 잡고 싶다고 말한다면 추천해주고 싶다. 이제 나는 경제학에 개념을 잡았으니 경제학 공부를 해야지 T-T
유시민,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