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러니까 말이다. 살다보면 누군가에게 "엄청나게 중요한" 일이 다른 이에게는 별거 아닐 수 있고, 또 어떤 이에게는 "엄청나게 하고 싶은" 일이 어떤 이에게는 하기 싫은 일일 수 있다. 욕구가 교육되는 거라고 하더라도 취향은 천성일 수 있으니까.
2. 그래서 우리는 "맞는 성격"도 찾기 힘들고 "비슷한 취향"도 찾기 힘들고, 그렇다고 취향이 비슷해서 친해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친하다고 취미가 비슷한 것도 아니고. (그렇지만 다행이도 취향이 꼭 비슷해야 친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
아무튼 그러니까, 가끔 내가 어처구니 없는 데에 가겠다고 했을 때, "어! 나도 가고 싶어"라고 말해주는 사람을 만나면 그 반가움이나 기쁨, 혹은 동질감, 편안함 같은 것은 무언가 말로 표현할 수 없으리라. (또 내가 어처구니 없는 것에 호불호를 선언할 때, 아주 매니아틱한 작가를 입에 올렸을 때, 매우 인기없는 밴드의 노래를 흥얼거렸을 때 등등)
그래서 그 날, 그러니까 작년 5월의 어느날에, 내가 "Joshua tree national park 가보고 싶은데..."했을 때 그 옆에 한유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다. 나는 엄청 신이 났고, 유미가 돌아와서 "우리 가자!"했을 때 "그래 가자!" 해주었을 때 그 기쁨! 그 설렘!
3. 그래서 나는, Joshua tree를 보기 전이므로 오늘은 U2의 노래를 좀 들어줘야한다는 명목하에 youtube놀이를 시작했고, 어, 그래, Entourage의 그 "녀석들"이 생각나니까 맥주도 좀 마셔줘야할 것 같고, 맥주를 마셨으니 태평양 바닷가를 한바탕 뛰어다녀줘야 할 것도 같고, 내가 구지 그곳에 가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그게 아니어도 그 피어오르는 사막의 연기속에서 무언가 특별한 변화가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기분도 좀 들고,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나와 다를 것 같고, 가는 길도 알아두어야할 것 같고, 그랬단 말이다.
<어찌되었든 변하지 않는 게 있다면 Joshua Tree가 정말 Master piece라는 것. 보노는 죽을 때 흐뭇하리..>
4.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Joshua Tree National Park에 못갔다. 왜냐면 우리에겐 너무나 많은 밀린 수다가 있었는데, 그래서 퀸사이즈 침대에 셋이 누워 꿈쩍도 안하고 말만해대다가 머리 맡 블라인드에서 새어드는 새벽햇살을 맞으며 잠이 들었고, 심지어 난 끝까지 이불을 돌돌 말고 "헝~ 더 자게 해줘 ㅠㅠ"를 외치다가 끌려나왔다. (사실 어딜가나 나는 이 모냥이다) 그리고 우리는 전날 누가 5시간 운전을 할 것인가, 어떤 루트로 LA까지 돌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던 전날 밤을 농담삼아 마르가리따를 마셔줬다. 다음에 꼭 가자!, 다음에는 꼭 가줘야해! 를 덧붙여 가면서.
5. 그래서 내가 Joshua Tree National Park에 가보고 싶었으나 실패했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아버지가 "난 봤는데"라고 말해서 난 한 번 좌절했고 어머니가 옆에서 "난 못 봤어"했을 때 더 깊이 좌절했다. (어머니랑 아버지랑 같이 가셨는데 어머니는 기억도 못했던 것. 그래서 아버지가 무슨 소리, 당신이 구지 내려서 보겠다고 해서 우리가 사막 한가운데서 차도 세우고...로 시작하는 툭탁툭탁을 또 시작하셨지;; ) 그리고 잠시 소강 상태가 되었을 때서야 비로소 어머니는 그런데 그게 왜 보고싶냐고, 그냥 나무 던데;; 라고 말씀하셨고, 그제서야 나는 발언권을 얻어,
그러니까,
모르몬 교도들이 자신들의 신앙 때문에 동부에서 쫓겨났고, 사막으로 밀리던 도중에 여호수아를 닮은 나무를 만나 이름을 여호수아 나무라고 붙여줬고, 그게 바로 미국식으로 읽으면 Joshua Tree인거고, 자신의 믿음에 대한 신이 주시는 시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이 함께한다는 믿음의 증표를 상징하는 거고, 그 동네에서만 살고, U2가 바로 그 Joshua Tree National Park 공원내에 머무르면서 Joshua Tree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만든거라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U2가 누군지부터 설명해야했던 거다.
6. 살다보면, 간절히 바랬는데 내 것이 아닌 것도 있고, 또 뜻하지 않게 내 것이 된 것들도 있고, 또 이보다 더 잘 맞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으나 헤어진 사람도 있고, 밍숭 맹숭하게 계속되는 인연도 있다. 짧게 말하자면, 그다지 생각처럼 돌아가지 않는 게 인생인 것 같다. 그렇지만 내 능력 밖의 결정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나는 매달리게 되고, 안달하게 되고, 조바심 치게 되고, 결과는 이미 오래전부터 알았으면서도 막상 현실이 되면 신경질 내게 되고, 심장이 찢어질 듯 괴로워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언제나 "생각보다 훨씬 더 엉망진창인 나"임에도 불구하고, 살아봐야 아는 내일이 있다는 것에 조금 기분이 설렌다. 현실에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꿈꾸고, 안 이루어질 것을 알아도 바라고, 우연을 만나 웃고, 숙명이 덮쳐와서 눈물 흘리는 것, 그게 그냥 사는 것 아닐까.
7. 어찌 되었든 나는 아직도 Joshua Tree를 본 적이 없고, 이제 유진이는 멜버른으로 떠나고, 유미는 가을에 태어날 자신의 아기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죠슈아 트리 국립공원에 살아서 가게 되는 거 맞을까? 그렇다면 언젠가 그곳에 두 발을 디딜 때, 나도 깨달음을 얻거나, Master piece를 남기거나, 그 둘다 아니라면 깔.깔.깔. 함께 웃고 떠들 수 있는 누군가와 함께 일까? (궁금하니 계속 살아보는 수 밖에!)
8. 모래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게 만드는 열기가 연상시키는 무언가가 있다. 아마도 내게는 그게 <어리석은 간절함>인 것 같다. 내 것이 아닌 것을 알아도 바라는 마음, 그게 20대의 특권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그 생각마저 20대의 어리석음인지 나는 서른이 되어가고 있지만 여전하고, 이 여전함이 도대체 언제 변할 것인지 모르겠다. (게다가 또 내 주변에는 영원히 변하지 않고 20대일 것 같은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9. 그렇지만 무식한 방법으로 나아가는 게 어쩌면 가장 나 답다는 것을 느끼는 요즘. 그리고 누구나 가장 자신다운 모습으로 있을 때 "반짝 반짝" 빛나는 것 아닐까. 조바심 내지 말고, 계획은 없지만 꿈 꿔야겠다. 여러 장소들. 여러 모습들. 그 안에 좁쌀 같이 쪼매난 나.
10. 어쨌든! 보고싶다고!
Joshua Tree가.
보고싶다고! (활짝 웃는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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