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화폐가 생기기 이전의 인류는 필요한 자원을 자력으로 생산하거나 물물교환으로 얻어냈다. 화폐는 물물 교환 시장이 가진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나타났다.
이 문제점을 욕망의 이중적 일치(Double coincidence of wants)라고 한다.
; 물물교환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내가 원하는 물건을 상대방이 내놓는 동시에 상대는 내가 가진 물건을 원해야 한다.
욕망의 이중적 일치를 이루기가 매우 어려워 효율성이 떨어지므로 화폐가 발달하기 시작한다.
2. 관계에도 욕망의 이중적 일치는 필요하다. 그런데 왜 사랑에는 화폐가 생기지 않은 걸까.
내 마음을 100개로 쪼개 열다섯개쯤 네게 줄게. 위험 분산의 차원에서 저 남자에게 열개쯤 주고. 너의 마음은 마흔 네 개로 쪼개졌으니 우리의 환율은 0.44구나. 내 마음은 선진국인가보다 물가가 왠간해서는 요동을 치지 않는데 니 마음은 이멀징마켓이라 아주 물가 상승률이 두자리 수구나. 결국 내 마음은 하찮기 그지없어 지겠으니 여기서 물러설 때인가보다. 본전은 생각하지 않을께 쫄딱 안 망한게 어디니.
그래도 말이야, 나는 네가 내 마음을 오래된 사진처럼 소중하게 간직해야 줬으면 했다. 하얀 코끼리처럼 참으로 쓰잘데기 없는 것일지라도 어느 날은 의무감으로 어느날은 진심으로 돌봐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바랬다.
3. 애정의 화폐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우리가 단지 효율성만을 추구 하는 존재는 아니어서 아닐까
영화 아바타에 명대사중에 하나는 나비족이 협상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주인공이 하는 말;
"우리가 그들이 원하는 무엇을 가지고 있겠어요?"
4. "네가 내가 원하는 걸 줄 수 있을 것 같아?"
라는 태도로 사람을 대하면 친구가 없기 마련이다. 알몸으로 태어났지만 옷 말고도 가진 것은 많다. 비록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이것들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인간의 고뇌는 시작된다. 머리가 마를 수록 우리는 스스로의 가치를 의심하게 된다.).
분명히 우리는 상대가 바라는 "그것"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가족, 친구, 연인에게 바라는 것은 뭘까. 분명한 것은 그게 지독한 명쾌함을 추구하면서도 화폐와 같은 대체 수단이나 가치측정 도구를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 우리를 살아있게한다.
6. 사실 아바타의 명대사를 보고 실소했는데 물론 저 대사가 감동과 깨달음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은 느낌을 주지만, 욕망의 본질에 대해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욕망을 대상물을 인지한다음 깨닫게 되는 것이다. 닌텐도를 본 적 없는 아이는 닌텐도를 바라지 않는다. 부시맨들은 서양인들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옷을 입지 않고 지냈다. 언니만 둘인 K는 어릴 때 별로 자전거를 배워야겠다는 느낌을 가진 적이 없단다. 난 부모님이 오빠에게 10단 기어 삼천리 자전거를 사 준 다음날 두 무릎이 다 나가버렸는데!
덧, 그러니 자전거는 존재의 가치가 충분하다. 내 자전거 훔쳐간 놈 넘어져랏!-_-;
7. 마치 돈만 있으면 뭐든 다 얻을 수 있어보이지만-심지어 사람 마음도-돈으로 얻었기에 가치가 떨어지는 것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심리학에서 인지적 부조화 실험. 내용은 이렇다. 아주 지루하고 반복적인 일을 시킨다음 첫번째 그룹에게는 실험 참가비로 1달러를 두 번째 그룹에게는 20달러를 주고 세번째 그룹에게는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그런 후 실험 참가 만족도응 조사하면 아무것도 받지 못한 사람보다 첫번째 그룹의 만족도가 더 적게 나온다는 것. 일견 객관적으로 보이는 척도가 나타나면 우리는 우리의 마음보다 그 잣대를 더 신뢰한다.
지금 내가 돈 때문에 포기하고 있는 가치는 무엇인가?
4월의 화창함?
덧, 고백한다. 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서 쓰고 있다.
8. 너무 길어질 것 같아 두 편으로 나눌까 잠시 고민하긴 했으나 어차피 포스팅을 꼼꼼히 읽어주는 건 많아야 셋 T-T
9. 욕망 자체가 그 존재를 확인하거나 정도를 측정하기 어렵기도 하지만 욕망의 이중적 교환을 어렵게 하는 것은 우리가 스스로에게 더 나은 거래를 하기 위해 욕망의 가치를 속이려는 유인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내 손안에 찾기는 만원쯤은 받아야 하고 남의 손에 솔개는 천원 짜리였으면 좋겠다. 물건이 아니어도 마찬가지다. 내 마음은 상처 받으면 아프니까 나한테 상처는 저 놈은 나쁜 놈이고 니 마음은 내 알 바 아니다. 눈에 안보이니까. 세상 누가 자신의 행복을 희생하면서 1남의 행복을 지지할 수 있을까. 그러니까 10년지기가 애인을 빼앗아가도 사실 본인이 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 밖에 없다. (받아들이고 나면 이민호같이 귀여운 애랑 같이 살게 될지도 모르잖니)
10. 그러나 역시 인간관계란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니까, 결국 감정에 솔직한 게 최고야. 라고 말하는 건 가끔 진리로 들리고 대부분의 경우는 딜에 실패한 루저들의 자기 위안 쯤으로 들린다.
11. 나는 후천성 루저 증후군 환자니까 오늘도 바이러스에 충성을 바치며 투덜거린다.
진심만을 말해도 쌓이는게 인간관계인데 왜 우리는 자꾸 거짓 신호를 발송하는 걸까. 인간은 가끔 사회화라는 명목하에 모두가 괴로운 룰을 만들어 내는 것 같아. 아, 나는 노이즈에 시달려 죽을 것 같아.
12. 투덜거리기는 인간의 마음을 편하게 만든다. (우리의 마음은 거래 실패자들을 위해 많은 장치를 만들어 두셨다. 진리는 이것이다. 능력이 없으면 낙천적이기라도 해야한다는 것. 뭐 능력이 있고 낙천적이면 더 좋고 ㅎ ㅎ)
13. 그러나 번번히 거래에서 실패하고 있더라도 사실 무엇보다 큰 위안은 존재한다. 미래는 알 수 없고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것?
14. 그래서 10년전에 H가 했던 말을 기억한다.
-모든 인간이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태어났다고 해보자고. 그게 누굴꺼 같아? 이미 만났을 거 같아? 아님 좀 더 살아봐야 할 것 같아? 왜 그 사람일 것 같아?
-글쎄 죽을 때까지 알 수 없지 않을까....
그런데 확실히 죽기전에 생각할 것 같아. 살면서 만난 모든 사람들에게 고맙다고...
15.스쳐감으로 나를 밀어주는 바람에게 감사하며
또 나의 미숙한 신호 발송을 노이즈로 취급하지 않는 그대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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