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2010. 3. 30. 11:00

1. 내가 아는 어떤이의 이상형은 또 내가 아는 어떤이다. 이렇게 구체적 이상형이 있으면 사람들의 반응도 아주 재미있다

<<긍정적 반응>>
-아. 그런 타입?
-멋지지! 그 사람

<<중립적 반응>>
-아..... 걔
-아..... 왜?

<<부정적 반응>>
-너 취향 참 특. 이. 하. 다.
-보는 눈이 엉망이네
-왜? (대체 왜?)

2. 인간의 선호도 표준 정규 분포를 따른다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인류가 열심히 개발 해 온 교육 시스템의 승리이기도 하다.
심지어 우리는 좋아할 만한 사람이 어떤 타입인지도 배우고 또 충실히 그것을 실행한다. 이 말인 즉슨 당신은 첫만남에서 98%의 사람에게 호감을 살수 있는 타입일 수도 있고 반대로 98%에게 반감을 살수도 있다. 이런 극단적인 상황이 인기에 마저 빈익빈 부익부를 초래한다

그러니까 특이하게도 남들이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나 물건을 좋아하게 되었을 경우 그 마음을 지키키란 정말 어려운 것이 된다. 사람들이 하나 같이 입을 모아 말한다.
-걘 별로잖아!

3. 가장 큰 이유는 사람들이 타인을 대할때 대부분의 경우 눈에 보이는 것에 치중하기 때문이 한 이유일 것이다 (이에 대한 것은 이 전글 2010/03/26 - [노트] - 실패의 빈도와 인상
) 사랑에 빠진 이는 이런 세파에 당차게 반항한다.(반항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사랑의 힘이랄까 ㅋ)
-아냐 그 사람에게는 나만이 아는 좋은 점이 잔뜩 있어

그럼 타인들은 반응한다
-우리도 다 알아 그 좋은 점. 모를 줄 알았냐? 근데 그 정도 좋은 점은 개나 소나 다 있거든.

이런 인생에 도움이 되는 충고를 사람들은 대부분 잘 듣지 않는다. 그리고는 눈에서 콩깍지가 벗겨졌을 때야 비로소 말한다
-내가 미쳤었지
-그 때 니 말 들을걸

어떤 이는 다 경험이지. 너에게 어울리는 더 좋은 사람을 만나.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98%가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내 바람은 그 혹은 그녀가 영원히 그 콩깍지를 벗지 못하고 사는 것.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최적안인 것 같은데 말이다.

4. 분명히 내 마음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원하는 것이 진정 무엇인지 알기는 힘들다. 내가 살아온 궤적이 나의 판단을 방해하고-예를 들어, 내가 원하는 일을 하기에는 너무 고학력자이거나, 내가 원하는 일을 하기에 너무 저학력이라 금새 포기하게 되거나 등등-나의 가족이나 친구들의 기대가 나의 판단을 방해하고, 어디서 자라났는지 모르겠지만 이럴 때만 존재감을 드러내는 내 자존심이나 의무감 같은 것이 또 나를 방해하고,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살 때는 몰랐던 장애물들이, 아주 쉬워보이는 질문 "나는 진정 무엇을 좋아하는가?"라는 질문을 하면 나타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객관식 인생을 선호한다. (이 말은 엄밀히 꾸비스또님의 아이디어이다) "아, 나 이거 좋아해"는 "나는 __을 좋아합니다"보다 더 쉽게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표준 정규분포에 포함되어 간다. 어려운 질문은 머리만 아파요.라고 말하면서.

덧, 물론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제대로 알고 싶지도 않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극장에 가서, 예매율 1위의 영화를 보고, 뉴스에서 떠들어대는 장소에 가서 일요일 오후를 보낸다. 하지만 이게 어때서!! 사실은 시키는 일만 잘 하는 사람이 많아야 사회가 잘 굴러간다. 이것이 바로 사회화 교육의 진정한 목표.

5. 나는 음모론은 별로 안 좋아하니까 언능 접고, 다시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어쨌든, 우리는 첫째, <선의의 거짓말>, <예의 범절>이라는 컨셉으로 부정적인 반응이나 중립적인 반응을 하지 않는 법을 배웠고, 둘째, 비슷한 선호체계를 가진 사람들끼리 친구가 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자신의 이상형이 누구누구라고 말했을 때 그에 대한 부정적 혹은 중립적 반응은 잘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둘이 사귀는 것도 아니다. -->즉 현실화 되지 않았다. 현실화 되면 또 오른손을 번쩍들고 <난 반댈세>라는 사람이 나온다. ) 그래서 그들은 입을 모아 그 혹은 그녀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고 칭찬하고, 그들 그룹과 옅은 고리로 엮여 있는 또 다른 그룹은 <꼭 똑같은 것들끼리 놀아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안다. 똑같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것은 행운이라는 것 (그런데 그 행운은 꼭 내가 싫어하는 걔한테만 오는걸까. 내가 별로라고 생각하는 쟤한테! ) 단 하나 바라는 것은 제발 둘이서만 놀았으면 좋겠다는 것. (이런 발언을 할 때 마다 덤불 숲에 머리만 쳐 박은 다음 숨었다고 생각하는 타조가 나같다는 생각이 든다 -_-; )

6. 하지만 역시, 우리는 이상형인 사람을 만나 사귀고 결혼하게 되기도 하지만, 결혼 뒤에 이상이 산산 조각이 나기도 하고, 그리고 또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상형이랑은 너무 다른 사람을 만나 행복하게 잘 살기도 한다. 원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도 있지만, 평생 내가 뭘 원하는지 결국 발견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고, 아예 원하는 것이 없어서 그냥 물 흘러가듯이 사는 사람도 있다. 어떤 삶을 살던지 잘 못 된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 가장 중요한 것은 치열하게 고민하고 즐거워하고 괴로워 하는 삶의 순간 순간들 전부가 아닐까. 심지어 너무 쉽게 잊혀지는 사건들 사건들 까지.

7. 아무튼 그렇지만 아직 우리는 인생의 1/3 터닝 포인트를 채 찍지도 않았으니까 (앞으로 60년을 더 살 생각을 하면 가끔 끔찍하다. "가끔, 아주 가끔") 더 나은 미래라던지,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던지, 정말 내가 원하는 일이라던지, 모두 찾을 것이라고 꿈꾸면서 오늘을 채워가는 것이 정답 아닐까. 예뻐보이는 색깔로 물들이면서. 가끔 누군가가 욕해도 <넌 나랑 다른 선호체계를 가졌을 뿐이야!>라고 외쳐주면서.

그리고 나이가 먹으면 멋지게 기타를 들고 Eddie Vedder마냥 "oh~ i'm a lucky man to count on both hands the one I love"라고 노래해주자. 맥주도 마시고. 그 때의 그 대답없던 고민의 메아리들에게 껄껄껄 시원한 웃음을 날려주면서. 그때까지도 대답을 못 가졌다고 하더라도 원래 그런건 "some folks just have one, others they got none "이니까. (나 너무 Eddie Vedder 아저씨를 신봉하고 있는 걸까? )


8. 나는 내 이상형이 뭔지 모르겠다. 알고 싶지도 않고 ㅋㅋㅋ


덧, Eddie Vedder가 언제 그런 말을 했어! 싶은 사람은


Posted by ae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