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군가가 나에게 옴"의 증거 이전에 그를 떠올린적이 없는데......
그렇지만 그 때 내가 문 밖의 그를 발견하여 따뜻한 집안에서 그 온기를 나누며, 그가 왜 찾아왔는지, 불쑥 내가 생각난 것인지 아니면 지난 긴 시간동안의 그리움을 참아보다 결국 여기 이르렀는지를 이야기 했다 하더라도, 우리 사이에 뭐가 달라졌을까? 달라질 것이 없기에 우리는 이별 뒤에 긴 침묵을 지키며 자신의 삶에 열중해 온 것 아닌가? 만났다 하더라도 시덥잖은 농담, 남 이야기, 누구에게나 할 수 있는 그저 사는 이야기들을 주고 받으며 시간을 낭비할 것이 아닌가?
그 때 당시에는 우리의 사랑이 아주 특별한 것이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어디에나 있는 무엇인가에 지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하찮은 우리는 서로를 놓아버림으로써 위대해 질 수 있는 유일한 기회를 잃어버렸다. 그게 이 이야기의 끝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난 사랑이 덫이라고 생각한다. 한 번 걸리면 상대가 죽지 않는 이상 몸을 뺄 수 없는 덫. 그게 아니라면, 그저 "좋아함"에 지나지 않는거라고. 그리고 그 후로 지금까지 난 죽을 듯이 괴롭지만, 그건 나를 옭아매고 있는 덫 때문이기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포자기 속에서 때때로 이 덫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 거란 모반을 꿈꾸며, 그가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증거들, 혹은 그에게 나 같은 것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 존재였음을 증명하는 그의 언행들을 수집하고는 한다. 결론은 어찌되었든, 십년이 넘는 기간동안 그가 나를 선택한적은 한 번 도 없다는 것. 그 분명한 증거를 손에 들고, 이제는 다시는 그를 보지 않을 것이라 다짐한다. 그렇지만 왜 인지,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 다짐을 하고 나면, 단 한 번, 단 한번만 더, 그를 보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해서 단 한 번 그를 보게 되고, 다시 그를 보지 않겠다는 다짐의 악순환의 쳇바퀴를 도는 것이다.
결국 오늘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그대 숨소리, 그대 목소리, 그대 웃음소리, 그 모든 것이 손을 뻗으면 닿을 듯이 가까이에 있음을 알고 있지만, 홀로 방안에서, 내 마음이 세어나가면 큰일 날 것처럼 나는 마냥, 혼자 그대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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