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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8.20 한잔의 커피. 9
그대가 머무는 풍경2010. 8. 20. 09:34



 편한게 최고인, 그래서 가정적이긴 하나 로맨틱하지는 않은 우리 아버지는 아침마다 봉지 커피를 타신다.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것을 좋아하시는데 블랙 믹스의 권장 사항은 물을 1.5배 부으라는 것. 그래서 항상  두 잔의 커피가 나오는 거라.
 그럼 어머니와 아버지는 나에게 들킬 새라 국민 그 커피를 나눠 드신다. 식사 후 나에게 "커피 마실래?" 라고 물어봐주는 날은 드립기계로 커피를 잔뜩 내린 날뿐. 어느날 내가 그것을 눈치채고 "왜 둘이만 마셔. 치사해 이거. " 라고 말했더니 아버지는 커피잔을 들고 방으로 도망가셨고,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억울하면 너도 결혼해. 니 남편이랑 나눠 마셔라."

 빈 집이 여름 원두막처럼 편하다는 어머니와 아버지지만 나는 집이 비면 세상에 나 혼자 살아남아있는 것 같다고 느낀다. 아직 나는 지구일까?
 늦은 오후, 며칠째 쌓인 피로함을 조금 덜어내고 나오니 햇살은 어느새 기력을 조금 잃었고 집에는 빈바람만이 남아있다. 잠에서 깨볼 양 커피를 타다가 부모님 생각이 나 저절로 조그만 웃음이 난다.

 누군가와, 커피를 나눠 먹고 싶네. 커피믹스을 물에 타는 것 뿐이지만 이 별에 너와 나, 둘만이라는 기분이 들어 즐거울 수 있는 누군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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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e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