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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1.23 사우스 브로드-팻 콘로이 1
서재2009. 11. 23. 07:01
"내 자신의 역사 기록 가운데, 보이지 않는 잉크로 쓰인 '19세 미만 관람불가' 부분을 읽는 기분이었다. 부분적인 거짓들과 이해할 수 없는 반쪽 진실의 단편들로 구성된, 절반은 베일에 가려진 인생 속에 갇힌 느낌이었다. 나는 매일 같이 보아온 그 사진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 속에 숨겨진 애매모호함과 비밀을 처음으로 밝혀내는데 나 또한 한몫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하마터면 그 사진 앞에 무릎 꿇을 뻔 했다. 그 흑백사진 속에서는 어머니가 수녀원의 일원이었다는 증거가 담겨 있었다.나는 그저 입을 다무는 것 만이 역사상의 최고의 거짓말을 지어낼 수 있다는 근본적인 생각의 복잡한 삼각법 문제를 풀려고 애쓰고 있었다."
- p155


사우스 브로드-팻콘로이(11.20)
사우스 브로드. 1 상세보기

전 2권.  원제는 South of Broad 인데 of는 왜 홀라당 팔아먹었는지 모르겠다.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정말 우연히, 눈에 띄었기 때문, 이라고 밖에 말 할 수 없음. 500~600페이지에 가까운 거대한 두께의 책이 2권이나 있는 것을 보고 <읽고 싶다>고 생각한 느떄 심정을 전혀 모르겠으나, 어찌되었든 <나의 올해의 소설>안에 들어갈 것 같다.

"몇몇은 그가 그 유명한 풋사랑에서 헤어나기만 한다면 진지하게 교제해보고 싶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런 이야기가 나오기만 하면, 그는 아직도 그 어떤 남자와도 함께 할 수 없는 여자에게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자신을 조소했다. 하지만 그는 찰스턴 항구 조류에 갇힌 튜브에서 옷을 입은 채로 떠다니던 그 열일곱살 때와 정확히 똑같은 감정이 일지 않는 한 그 어떤 여자와도 결혼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그는 사랑이 무엇인지, 그 느낌이 어떤 것인지 정확히 알 고 있었다."
-p 175 (이 소설에서 가장 달콤한 레오의 아버자의 연애이야기)


정말로 아름다운 이야기고, 누구나 공감할 만한 유년시절의 추억들과 운명의 소용돌이, 그러나 인간은 언제나 머무는 것보다 살아가는 것을 선택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요즘 생각하는 많은 주제들이 책에 묻어 있어서(선택/운명/영원을 꿈꾸지만 실패하는 것/인간의 능력 밖의 것들/이야기의 가치 등등) 더 재미있게 보았다. <운명의 비정함>이라고 작가는 말하지만 책장을 덮은 나로서는 엄청 행복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우리를 한데 묶었던 힘은 우리를 갈래갈래 찢어놓기도 하고, 우정에 한희를 가져다 주는 미묘함과 무분별 그리고 한계를 가르쳐주기도 하였다. 나는 친구들 중 일부가 다른 사람들과 더는 서로 사랑할 수 없음을 알아챘고 그것은 대부분 맞았다. 이듬해 5월 우리는 멋있고 자기 실현적이며 놀랄만한 삶을 살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 부풀어 졸업식장을 떠났다. 우리는 이제 막 들어가려는 세상에서 무언가를 바꾸어 놓겠다고 다짐했다. 우리는 괜찮게 해냈다. 우정은 우리를 한동안 지탱했지만, 그 우정도 번쩍이는 광채를 다소 잃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인생의 중반기에 서로를 소리쳐 부르며 또 다시 찾게 되는데, 그렇게 된 계기는 노크소리 같이 지극히 단순한 것이었다.
p251



무엇보다 책을 읽어가면 정말 그 장면을 바로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섬세하고 아름다운 작가의 묘사력에 감탄했다. (내가 가장 종하하는 부분은 주인공 레오가 신문 배달을 하면서 동네를 도는 것에 대한 묘사다. 훗날 동네 사람들은 그날의 레오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었는지 설명하는 부분) 글을 정말 "아름답게" 쓰는 능력을 지닌 작가인듯. 그리고 미국의 남부에 대한 애착과 남부 유머의 매력에 쏙 빠질 수 있는 책.

Posted by ae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