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e loved you so long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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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러니까 어제(2010. 3. 19)는 자체적으로 결정한 영화 보기의 날이었는데, 제목에 완전 꽃혀서 감독을 봤더니 필립 클로델이기에 그 사실을 발견하고 낼름 봐줬다. 음.. 필립 클로델이 누구냐고? 내가 본 가장 깝깝했던 소설의 작가;;
(그에 관한 포스팅은 여기: 2009/11/27 - [서재] - 회색영혼-필립클로델)
2. 필립 클로델의 글은 회색 영혼 단 하나를 봤지만, 조금 더 생각을 발전 시킨 듯하다. 그러나 회색 영혼과의 공통점, 그러니까 내가 본 두 작품의 공통점이 있다면, 아, <지독한 사랑>이야기.
3. 이야기는 자신의 6살 난 아들을 죽인 죄로 15년간 형무소에 있다가 출소한 줄리엣의, 출소 후의 삶을 그린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났던 여동생 레아가 그녀를 자신의 집에 있으라고 해줬고, 레아의 가족(남편과 아이들과 시아버지)과 친구들(미셸과 그 밖의 사람들)과 친해지기 시작한다.
처음의 줄리엣은 자신에 대해 방어적이고 마음을 열려고 하지 않지만 아주 소소한 사건들로 인해 조금씩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게 된다. (내가 좋아했던 포인트는 처음에는 아들을 죽인 여자라서 자신의 아이를 절대 맡길 수 없다고 하던 레아의 남편이, 어느날 자연스럽게 줄리엣에게 아이를 봐달라고 부탁하는 그 순간.)
4. 줄리엣이 왜 감옥에 가게 되었는지가 밝혀지는 플롯이 주내용이고, 그래서 마치 <어머니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 같지만, 사실 이 영화가 말하려는 <진정한 사랑>은 <줄리엣의 아들 피에르에 대한 사랑>이 아니라 <레아의 언니 줄리엣에 대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레아는 줄리엣이 감옥에 가고 나서, 모두들 그녀를 잊으라고 하지만, 하루에 단 한 순간만큼은 진심으로 언니를 생각하고, 언니가 한 짓에 대해서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레아는 그저 받아들일 뿐이다. 때로 분노하고 때로 (줄리엣이 자신에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는 사실에) 속상해 하면서.
그래서 사실은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는 영화속에서 두 자매가 피아노를 같이 치며 부르는 동요(?)다.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 당신을 영원히 잊지 못할거에요")라는 곡은 줄리엣과 레아, 이 자매의 주제곡인 것이다.
5. 포레는 이혼 뒤 부인이 딸을 데려가는 바람에 아주 가끔만 딸과 만나면서 혼자 외롭게 살고 있는 줄리엣의 보호감찰관이다. 포레는 계속해서 발원지를 알 수 없는 무슨 강(이름이 기억이 안난다 -_-;)을 찾아가는게 자신의 목표라고 말한다. 엄청 큰 강줄기인데, 요즘 세상에 미스테리란 없어지고 있는데, 아직도 그 강의 발원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사무실에 앉아서 일이나 하지 말고 그 강의 발원지를 찾아나서야겠다고 언젠가. 어느날 미셸이 <그러세요>라고 대답하고 포레는 잠시 멈칫하는 표정을 지어보인다.
나는 <포레와 그 발원지를 알 수 없는 강>에 대한 에피소드가 정말 이 영화가 "작가가 만들었다"는 것을 드러내주는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포레의 선택을 알고 나서야 포레가 그렇게 찾고 싶었던 <발원지가 없는 강>이 뭔지 알게 된다.
<발원지가 없는 강>이라고 쓰면 영화를 안 본 당신도 알 수 있다. 살아있는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발원지가 없는 강>을 가지고 있으니까.
6. 그에 비해 답답하기 짝이 없는 남자 미셸(레아의 동료 대학교수이다)이 있다. 이 남자, 여자가 다가오지 말라면 다가가지 않고 그 자리에 서서, 파란 불이 켜질 때까지 기다리는 남자다. (현실에서는 도대체가 매력없는 놈이지만, 가장 괜찮은 남자이기도 하다.) 그는 문학교수라서 그림으로 세상을 보고, 소설로 세상을 본다. 남들이 모두 농담으로 받아들이는 이야기도 진심으로 받아들일 줄 알고, 또 줄리엣을 찾아올지도 안다. 제 발로.
"줄리엣, 있어요? 레아? 줄리엣? 여기 있어요?" 라는 목소리가 마지막 장면에서 들리면, 줄리엣과 레아가 눈물을 멈추고 "네. 여기 있어요"라고 대답하는거다.(엄청 로맨틱한 장면인거라구!)
7. 아무튼 결론은 어른들의 사랑은 노력과 이해와 기다림으로 만들어져 있다는 걸까? (요 한 문장 보고 필립 클로델이 나에게 화낼까? 그전에 그가 한국어를 배워야겠지?) 하지만 말로 표현하기 힘들지만 뭔가 깨닫고 싶거나, 그의 <지독한 사랑>이 뭔지 느끼고 싶은 사람은 영화를 보면 될 것 같다. (그리고 나에게 또 "니가 추천하는 영화는 다 왜 이래?"라고 원망만하지 말라고 하고싶지만, 해도 된다. 내가 어쩌겠어 -_-; )
덧, 누구나 다 "이런게 진짜 사랑이라고 생각해"라는 것들이 있을까. 사랑에 관해 이야기하는 작가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그들은 그들의 이상적인 사랑을 하고 있거나 경험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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