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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0.10 연애 바이블~페인티드 베일 7
앙케이트2009. 10. 10. 11:05

Q. 너의 <연애 바이블>이라고 말할 만한 영화는 뭐야?
A. Best 3. (순서는 순위와 관계없음. 응답자는 전원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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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갑자기 사랑 영화가 너무 보고싶은 것이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영화를 추천해달라고 했다. 그래도 <요즘 재미있는 영화가 뭐야>는 너무나 재미가 없으므로, 질문은, <너의 연애 바이블은 뭐야?>. 언제나 시작은 소소하지만, 대답들이 재미있으면 계속 묻고 다니게 되는 것이다. 응답자 수 추정 불가. 그러나 집계는 가능. Best 3는 저거다. 사실 아슬아슬하게 순위권에 진입하지 못한 것이 있다면, <봄날은 간다>. <러브 액츄얼리>.

2. 그런데 "연애의 바이블"이라는 건 대체 뭔가요? 라고 물으면, 나도 정의 불가다. 그러나 단 한 번에서 수십번에 이르기 까지 연애해본 사람이라면-심지어 안해본 사람들도-모두 가지고 있다. 이유없이 마음 설렌 영화. 나도 모르는 새 질질 짜고 있던 영화. 알수 없이 마음이 저려온 영화. 볼 때는 아무 생각없었는데 여운이 길게 남아 수년이 지난 뒤에도 생각나는 영화.

3. 나의 연애 바이블은 <Eternal Sunshine>. 제발 이 것만은 남겨 두세요라는 절절한 외침도. 곧 깨어질까 두렵고 차갑기 그지 없지만 별들이 쏟아지는 빙판 위에서의 두 사람도. 기억을 지워버려도 다시 또 다시 또 사랑에 빠지는 어리석은 인간까지도. 시간의 먼지를 뒤집어 쓰지 않고 생생하다. Eternal Sunshine on spotless mind!
<나의 바이블은, 봄날은 간다,연애의 목적. 이터널 선샤인.>이라고 복수 응답을 한 친구의 인상적인 발언은 이거였다. <그런데 말이지. 연애에 대한 환상을 보여주는 건 동양에서는 첨밀밀. 서양에서는 노팅힐 같아.> 이 발언에 공감하지 않을자 누군인가.

4.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영화는 <페인티드 베일>. 사실 이 대답을 한 사람은 딱 한 사람이었는데, 친구들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가까운 그녀의 무덤덤한 음정의 추천 멘트가 나의 호기심을 당겼다-혹은 다른 모든 영화를 이미 봐서 였을수도 있다.
<음.. 바이블? 글쎄... 바이블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나는 그 영화 인상깊었어... 제목이 뭐더라... 왜, 아내가 바람펴서 두메산골에 들어가는...>
내가 <뭐?>라고 묻자, <그게 내용이야, 두메 산골에 들어가는거>
(이게 지금 연애 바이블을 소개하는 태도인가 -_-;)

그리고는 몇 일뒤 문자가 왔다 <제목생각났어페인티드베일>

5.
페인티드 베일
감독 존 커란 (2006 / 미국)
출연 나오미 왓츠, 에드워드 노튼, 리브 슈라이버, 다이아나 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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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두 배우, 에드워드 노튼과 나오미 왓츠가 주연.제작했다는 점, 원작이 섬머셋 모옴이라는 점이 거기에 더해져 시너지 효과를 벌여, 낼름 이번 추석 연휴에 구해봤다(10.02)

6. 영화의 구도는 사실 단순해서 <<나쁜남자 VS 좋은 남자>>라는 고전적인 주제. 나쁜 남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중심적이고, 그러나 감각적이고 즐겁고 자신감도 넘치는 듯 보이고, 좋은 남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상대를 배려하고, 그러나 재미없고 무뚝뚝하고 고집스럽다. 그리고 나쁜 남자에 빠져서 팔자를 원망하는 여자들이라면 모두 공감할 만한 말을 극중 나오미 왓츠가 연기하는 키티가 이렇게 대신해준다.

"남자의 좋은 점을 보고 사랑에 빠지는 건 아니에요"

(네가 배가 불렀구나 에드워드 노튼이 이렇게 쳐다봐주면 낼름 사랑에 빠져야지 -_-; )

7. 섬머셋 모옴이라는 대작가의 충고는 영화를 본 사람이, 혹은 책을 본 사람만이 들을 수 있을 텐데. 나에게는 가장 인상적인 멘트-공감과 전율을 느꼈다-는 영화전체의 마지막 대사였다.
"No one important, darling".

(나도 저 대사를 멋지게 날리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과거를 돌이켜보면 헤어진 연인을 다시 만나-비록 그 자식이 멍멍이의 예쁜 아가의 나쁜 버전같은 사람이라고 해도-저렇게 쿨 할 수 있는 건 영화 말고 가능한 데가 있는 건가. 물론 나도 그 장면에서는 쿨했지. 그러나 마주치고 30분 뒤에 교보문고 잡지코너에서 잡지에 한 손을 얹고 한 손은 땅에 닿을 수 있는 쭈그린 자세로 앉아 친구에게 1시간 동안 Crazy 버전을 여실히 보이며, 분명히 쿨하고 싶었지만 멍청해보였을 것 같은 그 10초간의 어색한 인사후 헤어짐의 상황을 설명해댔다. 분명 지금 생각해보면 그 날 교보에서 미친 여자를 봤다는 블로그 포스팅을 누가 했으리라-_-;. 수식어가 "미친"이 아니면 "불쌍한"인데 불쌍하기 보다는 미치고 싶다.)

8. 그러나 현실에 그런 남자는 없다. 그런 남자? 한결같이 사랑하고 끊임없이 용서할 줄 아는 남자. (여자도 없지 않나? 음... 클림트의 에밀리 플뢰게? 이라고 우기면 뭐 할 말 없다.) 그래서  페인티드 베일은 평범한 인간도 할 수 있는 가장 숭고한 모습과 바람직한 충고를 담고 있으나 소수답변, 바이블의 위치는 클로저가 차지하는 것 아니겠는가.

9. 인간이 이 땅에서 두발로 걷기 시작한 뒤부터 생겼을 것 같은 남녀 문제의 고전적 주제인
<좋은 남자 VS 나쁜 남자> <사랑 받는 것VS 사랑하는 것>이라는 문제는 사실 모범 정답을 가지고 있다. 제인 오스틴부터 베트멘까지 한결 같이 같은 소리를 하니까.
하지만 현실에 모범 정답이 존재하지만 내 인생은 모범 정답이 없다는 것이 문제 아닐까. 완벽한 사람을 꿈꾸지만 완벽한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것은 아니고, 숭고한 사랑을 꿈꾸지만 내 사랑은 가끔 너무 유치하고 가끔은 너무 구질구질하니까. 그렇지만 그렇게 오늘도 모두들 각자의 행복을 만들어가고 있지 않은가.

10. 아 그러나, 한 번 그렇게 사랑 받아봤음 좋겠다는 것이 로망이구만

덧! 그리고 이 영화의 또 다른 볼거리 하나는 영상미. 아, 중국만의 아름다운 풍경이렸다.


덧2. 영미권 포스터. 우리 나라 버전 보다 조금 노란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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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eons